I know the battles of chasing the shadows

by. heyglitterbaby







Prologue.



토미 래틀리프, 그는 절대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

지금, 그는 단단한 벽에 등을 맞붙인 채 꼼짝없이 서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두려움에 떨며.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뉴욕이라는 곳이 얼마나 무서운 도시인지. 암세포처럼 기생하는 갱 녀석들과, 타인에게서 모든 걸 빼앗으려 하는 놈들, 그런 환경 속에서 온갖 공포를 맛보며 살고 있는 사람들. 어두운 밤길을 혼자서 걷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피에 목말라 하는 미쳐버린 녀석에게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그는 딱 그 상황에 몰려 있었다. 단지 그 녀석이 한 명이 아닌 세 명이라는 것만이 다른 점이랄까. 그들의 손엔 가로등 불빛에 번쩍이는 날카로운 흉기가 들려있었고, 그들은 마치 공포와 두려움의 냄새에 몰려드는 하이에나들 같았다.

다른 날 같았다면, 토미 또한 만약을 위해 호신용 무기, 최소한 스프레이라도 가지고 나왔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저 몇 블록 건너에 있는 편의점에 우유를 사러 다녀오는 길일뿐이었다. 그 정도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실수한 거야, 토미조. 낯선 남자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천천히 위협적으로. 살인자들은 절대로 달려들지 않는다. 토미는 알고 있었다. 코너로 당신을 몰아, 고통과 공포에 질린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온다.

토미는 이미 그들과 처음 맞닥뜨렸을 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집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인생에서 이렇게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었을까. 지금의 모습을 학창시절의 체육 선생님이 보셨다면, 그에게 구제불능의 몸치라는 막말을 던졌던 것을 후회하셨을 것이다. 어쩌면 육상팀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토미는 이 도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채였다.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골목들과 코너들 전부를 알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는 공교롭게도 완전히 코너에 갇혀버리는 길을 택하고야 말았다. 그 이유로, 얼음같이 시린 벽이 등 뒤를 파고들고 있었다. 마치 꽉 막혀있는 그 벽이 그에게 도움이라도 줄 것처럼, 작은 구멍 안에 그를 숨겨 주기라도 할 것처럼 그는 마치 벽 뒤로 홀연히 사라질 수 있기라도 할 것처럼 벽에 몸을 바싹 다가붙였다. 아니 어쩌면 점점 다가오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눈앞으로 흘러내리는 블론드의 앞머리를 가진 남자의 필사적인 모습을 깨끗이 지워 없애고 발걸음을 돌려버리게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그들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토미에게 도망칠 길은 없었다. 머릿속에선 얼굴을 가리라는 외침이 끊임없이 메아리쳤고, 최소한의 방어책으로 그는 팔을 들어 얼굴 앞을 가렸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간절히 빌었다. 절대 있을 리 없는 기적을.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대부분의 녀석들은 당신의 돈을 원할 것이다. 당신의 지갑을 원하고, 당신의 신용카드와 신분 도용을 위한 신분증을 원할 것이다. 당신의 예쁜 얼굴을 망가뜨리고 짓누른 후, 당신의 비명 소리에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그 골목, 그 밤거리를 당신이 절대로 잊을 수 없게끔 만들어 줄 것이다. 대부분의 녀석들은. 이들은 토미의 돈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예쁘장한 얼굴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들이 발견한 것은 검게 말라붙은 피웅덩이 위로 차갑게 식은 몸이었다. 그의 두 손은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였다.






Day One.



아담 램버트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끔씩은 걷는 도중에 그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길가를 걷고 있으면, 한둘씩은 있었다. 며칠 전 여느 클럽에서 노래하는 것을 봤다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아담은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아담은 혼자서도 충분히 유명해질 수 있었다. 이미 락스타다운 면모가 그에겐 있었고, 패션에 대한 감각도 남달랐으며, 세계적으로는 어렵더라도, 이 나라에서는 충분히 유명한 남자 가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클럽과 바를 전전해가며, 생활비를 벌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그의 직업이었고, 심장을 울리는 믿을 수 없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오늘, 다소 쌀쌀한 목요일의 밤, 아담은 L.A. 중심가에 위치한 또 다른 클럽에서의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었다. 커다란 거울 앞에 선 그의 앞에는 색색가지의 화장품들과 펜슬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물론 글리터도. 그건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 절대로. 하지만 오늘만은 여느 밤과는 다르게, 펄이 가득한 청록색의 아이섀도를 바르고, 눈꼬리 끝으로 라인스톤을 붙였다.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한 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았다. 만족스러웠다. 침대 위에 던져두었던 가장 아끼는 검은 가죽 재킷을 손에 쥐고, 현관을 나섰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걸어오는 길, 퍼포먼스의 열기는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았고, 아담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오늘밤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시원하게 뻗어 올라가던 모든 노래들이, 어쩐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더랬다. 마치 그의 몸 안으로 강한 에너지가 한꺼번에 흘러들어온 것처럼 그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노래하게 만들었고, 언제나의 퍼포먼스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문 앞에 다다라,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바지의 주머니 안에서 열쇠를 꺼내려 조금 버둥거렸다. 하지만, 열쇠 구멍 안에 열쇠를 집어넣었을 때, 순간 소름이 전신으로 퍼졌다. 분명 그는 문을 잠갔었다, 안그래?

젠장. 그는 생각했다. 쓰윽 손으로 밀자, 너무나 손쉽게 열리는 문에 숨을 삼켰다. 도둑이 든 게 아니길 바랐다. 그가 끔찍하게 아끼던 부츠는 그 자리 그대로에 있었다. 거실의 광경도 그가 마지막으로 봤던 4시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닫힌 문 뒤로 등을 기대었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긴장 하지마.”

“Yeah,” ...잠깐. 방금 사람 목소리 아니었어?! 아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더 놀라고 말았다.

젠장! 그는 생각했다. 문 잠그는 걸 깜박 하다니 너 지금 제 정신이냐?! 문 옆으로 놓여있는 우산을 집어 들고, 천천히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산이라고? 그제야 그는 우산을 무기로 든 자신의 모습이 침입자에게 얼마나 우스워 보일지 깨달았다. 그래서 부엌의 서랍장을 열고 우산을 내려놓는 대신 칼을 집어 올렸다. 그래, 이편이 훨씬 낫지.

창문을 가린 커튼을 들춰보기도 하고, 닫힌 방문을 휙 열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저 혼자 깜짝 놀라 숨을 삼켰다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에 다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환청을 들었나..” 칼을 쥔 손에 힘을 풀고, 조금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즉시 몸을 굳히고, 그는 몸 앞으로 칼을 흔들었다. “누구야?!” 텅 빈 집에 대고 그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여기엔 아무도 없어, 다치기 전에 칼부터 내려놓는 게 어때.”

아담은 훽 고개를 돌리고, 대체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 것인지를 찾으려 애썼다.

“여기 누가 있다 쳐도 그런 걸로 겁이나 먹겠어? 가서 거울부터 보는 건 어때? 글리터랑 아이섀도까지 바른 얼굴로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모습? 퍽도 무섭겠다.”

아담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볼 수 없었지만, 그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씨발, 대체 뭐냐고!” 그는 큰소리로 외치고 테이블 위에 칼을 내려놓았다. “돈은 없어. well.. 정 필요하다면 저기 있는 내 부츠라도 가져가든가.”

“죽은 사람한테 부츠가 무슨 소용인데?”

아담은 꽁 얼어버렸다. “..죽어?”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 목소리는 거의 경악의 수준이었다.

“Well, 그런 것 같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축구장 한가운데에 서 있던 내 머리 위에 골대가 떨어지는 광경이랄까.”

“...진짜야?”

“..농담인 게 당연하잖아.. 정신이 들고 보니 여기에 있었어. 나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야. 하지만 죽었다는 건 사실이야. 뉴욕 뒷골목에서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쓴 세 놈들한테 몰려있던 건 확실하게 기억하니까. 손에는 칼을 들고. 물론 너랑은 전혀 달랐지만. 거의 인간 고기라도 썰어버릴 기세였거든.”

아담은 가까이 있는 의자 위에 앉아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 이 상황이 말이나 되겠어? 진짜로? 영혼이라고? 그것도 저런 싸가지 없는 영혼?

“그래서 뉴욕 출신 유령께서 우리 집엔 무슨 일로?”

“나도 알고 싶어.” 대답이 돌아왔다. Well, 퍽도 도움 되는 말이네.

“Okay, 술을 너무 마셨던 거야. 그래, 존나 취한 게 분명해. 그런 이유로 미안하지만, 난 좀 자야겠어.”

“토미. 내 이름 토미야.”

“그래, 그래.” 아담은 공중에 휘휘 손을 내저으며,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풀썩 몸을 눕혔다. “넌 아침이면 가고 없을 거야, 토미.” 아담은 중얼거린 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Day Two.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아담은 지난밤의 일 같은 건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휘청거리며 까치집을 튼 머리를 한 번 긁고, 샤워를 하기로 했다. 머리 위로 셔츠를 끌어올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다음, 바지 또한 벗었다. 샤워 꼭지를 돌리자,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뿌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얼굴 위로 손을 미끄러뜨리고, 물에 젖어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걷어 넘겼다.

아무 생각 없이, 두 눈을 감고 손을 아래로 내려 아랫도리를 감아쥐었다.

“후아!”

번쩍 아담의 두 눈이 열리고, 그는 뒤로 한 걸음 주춤 물러섰다. 물에 젖어 미끄러운 샤워실 바닥에 그대로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뇌진탕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씨발!” 그는 소리쳤고, 전날 밤의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기억이 살아남과 동시에 그는 신음했다.

“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했어도 너 어차피 안 믿었을 거 아냐.”

“지금이라고 믿을 것 같냐!” 아담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목소리는 필사적이었다. “게다가 샤워하는 것까지 훔쳐보기라고?!”

“저기, 나도 어쩔 수 없어. 네가 보는 건 나도 보이고, 어, 그리고 이건 좀 당황스럽긴 한데, 네가 느끼는 건 나도 느껴.”

아담은 샤워실 벽에 기대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진정하려 했지만, 뜨겁게 피어오르는 증기는 전혀 그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몸 위로 떨어지는 수없는 물줄기들이 그의 몸 위에서 이리저리 뒤얽혀 들었다.

“그래서 뭐야. 내 몸에 들러붙고 싶기라도 한거야?” 아담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럴지도. 솔직히는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어. 나라고 이런 걸 겪어봤어야 알지.”

“멋진데, 그래.. 완전 멋지다.”

아담은 손바닥 위에 샴푸를 짜내고, 부드러운 검은 머리 위에 마구 문질렀다. 그건 머리를 감는다기 보다는, 머리를 통째 비워내 버리고자 하는 편에 가까웠다. 비누칠한 몸도 전부 씻어낸 후, 샤워 꼭지를 잠그고 타월을 꺼내 허리에 감았다. 토미에게 그 이상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냥 불편했다. 고맙게도, 아담이 샤워하는 내내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담의 기분이 나아졌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샤워실에서 나와 허리에 두른 타월을 풀고 회색의 츄리닝 바지를 입었다. 적어도 뭐라도 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부엌을 빙 둘러보다, 차게 식어버린 와플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만들어냈는지 토스트기야말로 천재적인 발명품인 게 틀림없다. 노랗게 잘 데워진 동그란 와플 위에 시럽을 짜내고, 포크로 천천히 시럽 위를 그려대며 와플의 구석구석 끈적한 시럽이 제대로 묻었는지 확인했다.

막 입가에 포크를 가져다 대려는 찰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니가 먹는 거 나도 먹어야 되는 거 알지?”

“Yeah, 근데? 와플이 뭐가 어때서.”

“으에, 다른 뭐 없어? Twinkies라든가 뭐 그런 거. 아침엔 그런 걸 먹어야지.”

“잘 들어, 내 집이고, 내 입이고, 내 몸이야. 넌.. well, 그러니까 넌.. 넌 침입자일 뿐, 내가 뭘 먹든 내 맘이고, 네 말을 들을 의무는 없어.”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소린지 모르겠다. 아침 식사로 뭘 먹을 것인지에 대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와 다투고 있는 꼴이라니. 게다가 진심으로, 아침으로 트윙키라고? 그 기름덩어리를 아침부터? 물론 맛있기는 하다, yeah, 하지만 메스껍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는 그 생각만으로 치를 떨었다.

“뭔들.”

“얼마나 나한테 들러붙어 있을 생각이야?”

“나도 알고 싶다니까? 내가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게 아냐. 난.. 있게 됐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잘 지내보자, 응?”

아담은 테이블에 다짜고짜 쿵 이마를 박았다.

“아우!... 그럼 Mac and Cheese는 어때?”

아담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정확히 앞을 노려본 후, 다시 테이블에 이마를 내려쳤다.






Day Four.



“흠.. 널 볼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없나?” 허공에 대고 말하는 기분은 바보 같기 그지없었다.

“난 영혼이야, 아담. 날 무슨 수로 봐?”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빈정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Well, 여기서 나랑 살 생각이면.. 아니, 내 안에 들러붙어 살 생각이면, 적어도 네가 누군지는 알아야 될 거 아냐?”

그런 이유로 지금 아담은 집에서부터 1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 안에 서 있었다. 그것도 커다란 스크린에 복잡해 보이는 컴퓨터 화면 앞에.

“토미 래틀리프라고 검색해봐. 뉴욕이라고 쓰고, 날짜는 어제로.” 영혼이 지시하는 대로, 아담은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린 후, 엔터키를 눌렀다. “거기, 링크 클릭해. 첫 번째 꺼.”

“토미 래틀리프, 28세, 지난 밤 뉴욕의 Allen street 골목에서 칼에 찔려 살해당한 채로 발견. 용의자의 이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 기사를 읽어갈수록, 아담의 두 눈은 점점 커졌다. “너..”

“Yeah, 아래로 내려 봐, 사진이 있나 보자.”

거기엔 사진이 있었다. 범죄 현장의 것으로, 토미의 생명을 잃은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지만, 피투성이의 사건 현장을 지우기에 그건 변변찮은 시도였다. 아담은 재빨리 스크롤을 내렸다. 그가 보는 것이라면 토미 또한 볼 것임을 알고 있었고, 끔찍했던 기억을 그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섬뜩한 사진 아래로, 토미의 살아 있었을 때의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젠장, 아담은 생각했다. 이 녀석 귀엽잖아.

“네가 생각하는 거 나도 읽을 수 있다는 거 알지?” 아담은 얼굴을 찡그렸다. “뭐 어쨌든 고마워.”

“가족들이 많이 슬퍼했겠어..”

“솔직히 말해서, 가족은 없었어. 혼자 남겨져 버렸었거든. 그게 뉴욕으로 갔던 이유이기도 했고. 다시 시작해보자, 뭐 이런 다짐 같은 거였을까.”

아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Yeah, 그 또한 그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늦은 밤, 아담은 소파에 기대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몇 주 동안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식다운 휴식이었다. 두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마음 편히 자본 게 얼마만의 일인지 아득했다..

“그냥 해두는 말인데, 너도 귀여워.” 토미는 속삭였고, 아담은 작게 미소 지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Day Six.



그의 존재에 대해 불편해하던 아담과 처음 며칠을 지내는 동안, 토미는 깨달았다. 물론 아담이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지만, 그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서는 안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후로 며칠 동안은 그저 조용히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어쩌면 아담은 그가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솔직히는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지금, 아담은 다른 클럽을 향해 운전 중이었다. 토미는 그가 이곳저곳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다는 것을 지난 며칠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며 생활비를 버는 게 분명했다. 딱히 다른 곳에서 일하는 그는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멋진 일이었다. 토미는 언제나 노래를 잘하는 것이 소원이었으니까.

아담의 생각들은 흥미진진했다. 엿보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마치 자신의 생각처럼 머릿속에서 소리쳐대는 그 소리들을 무시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아담은 때때로 토미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가끔씩은 그가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에 떠올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절대 길어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곤 했다. Yeah, 어쩌면 토미에게 있어선 신경 쓰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이 상황이 계속 될 지는 그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앞으로도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이대로 떠날 수만 있다면, 그는 기꺼이 아담을 위해 떠날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어쩌면 여기에,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아담의 수많은 생각들이 마치 안개처럼 머릿속에 자욱하게 얽혀버리곤 할 때 -그는 마치 습관처럼 자주 그랬다- 그리고 그는 생각에 빠져든 것처럼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차가 중앙선을 넘어가는 것도 몰랐다. 커다란 트럭이 그의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때 토미는 충격과 공포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너 미쳤어?!” 그는 소리를 질렀다. 문장의 마지막 말에 더욱 힘을 줘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담의 손으로 운전대를 붙잡아 다시 중앙선 안으로 들어 올만큼 오른쪽으로 꺾었다. 바로 옆으로 경적음이 크게 메아리치듯 뚫고 지나갔다.

“토미!” 아담이 외쳤다. “너 어디에 있었어? 사라진 줄 알았다고!” 토미는 잠시 동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어. 지금 보니 내가 틀렸던 것 같지만. 트럭에 받혀서 거의 죽을 뻔한 상황에서 고작 한다는 말이 나한테 어디에 있었냐는 질문이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속삭임 이상으론 올라가지 않았다. 아담은 상황을 다시 되돌려 보았지만, 곧이어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털어냈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것처럼.

“너 지금 내 손 어떻게 움직이게 한거야? 내 몸까지 조종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으, 좀 소름 돋는다, 이거.”

“니 몸에 달라붙어서 너랑 얘길 나눈 지 며칠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소름이 돋는다는 말이 먹힐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 토미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면. 그는 아마도 아담을 향해 눈알을 부라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하러 가야해. 일 끝나면.. 어디 커피라도 마시러 갈까?”

“영혼인 나한테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커피숍에 혼자 앉아서 혼자 커피를 홀짝이며 혼잣말을 하시겠다?”

“...사서 집으로 가자.”

“진작에 그랬어야지.”



그날 아담의 공연은 조금.. 달랐다. 평소엔 에너지가 넘쳤다면, 오늘은.. 토미는 알 수 있었다. 뭔가가 다르다는 것. 정확히 콕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전기가 찌릿찌릿 오르는 그런 종류의 기분이랄까. 그리고 아담 또한 알고 있는 듯 했다. 무대 위에 오를 때까지도 그는 그 기분에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담의 노래는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에도 또한 가치가 있었다. 그는 그저 노래만을 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가사에서는 그에 맞는 섹시한 동작과 유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갖가지의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감정이 녹아들어 있는 발라드 종류의 노래를 할 때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당신이 직접 그를 본다면, 그의 표정에서부터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아담의 거실에 있는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본다면, 그저 아담 혼자 덩그러니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든 것처럼 보일 테지만.

“좋아, 뭐가 알고 싶어? 전부 대답해 주겠다는 보증은 못하지만, 어디 한 번 시도는 해봐.”

“Well.. 너에 대해 말해봐. 영혼에 대한 거 말고. 그건 앞으로 함께 알아볼 문제고, 지금은 너에 대해 알고 싶어, 토미. 인간 대 인간으로써. 후우, 적당한 말이 안 떠오르는데, 어쨌든 무슨 뜻인지 알지?”

“흠, 이미 기사에서 봤잖아. 이름은 토미 래틀리프, 28살이고, 뉴욕에서 살았다는 것도 얘기했지 않나? 혼자라는 것도 말했고, 그리고 어,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봤고.”

“Yeah, 내 말은 내가 모르는 것들을 얘기해달라는 거였거든?” 아담은 웃었다. 토미는 그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귀여운 지 그때 알아차렸다. 잘못된 걸까? 그는 생각했다. 영혼으로 달라붙어 있는 주제에 그에게 끌린다는 건 잘못된 걸까? 그리고 곧 그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럼.. 뭐가 알고 싶어?”

“문신 했어?”

“많이. 굉장히 좋아해.” 그의 목소리에 묻어있는 미소를 아담은 들을 수 있었다.

“키는?”

“작아. 정확히는 몰라.”

“여자친구는?”

“전혀.” 아담은 망설였다.

“...남자친구는?”

“2년 전이랄까. 그닥.. 좋지 않게 끝났어. 솔직히 말하면, 사귀면서도 별로였고, 그냥 다.. 안 좋았어.”

“미안,”

“괜찮아. 지나간 일이니까.”

“슬프지 않아?.. 사랑할 기회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거..”

그들은 한 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토미는 아담의 생각들을 듣고 있었다. 그건 전혀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어울리는 누군가와 함께 삶을 나눔에 대한 생각들. 하지만 적어도 아담은 그 생각에 얽매여 있는 듯 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면, 당신 또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너무 많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상관없다. 아담은 로맨티스트 중에서도 로맨틱한 남자였고, 그 생각들이 토미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아담?” 토미가 작은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음?”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거의 잠에 취해 있었고, 그 말은 곧 토미 또한 잠에 빠져들 거란 의미였다.

“걱정하지마, okay? 너라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약속해.”






Day Eleven.



날이 갈수록 아담은 토미의 존재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편안하기까지 했다. 뭐든지 털어놓을 수 있는 비밀스런 친구가 생긴 기분,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친구. 가끔씩 토미가 살아 있을 적에 만날 수 있었다면 하고 소원할 때도 있었다. 그럴 수만 있었다면 최고의 친구가 되었으리란 건 의심할 가치도 없는 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 세수를 하려 욕실로 엉거주춤 걸어 들어갔다. 깜박거리다 켜지는 욕실의 조명에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고, 클렌징 폼을 손으로 더듬어 찾은 후, 손바닥 위에 짜내고 얼굴 위로 문질렀다. 차가운 물로 행군 다음,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들부들한 타월을 가지고 물기를 닦아냈다. 몇 번 눈을 깜박인 후, 밝은 빛에 시야가 적응이 되었을 때, 거울을 바라보았다.

“Holy Shit!”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뒷걸음질 치다, 발이 꼬여 그대로 바닥에 털푸덕 주저앉았다. 그나마 안정을 찾기 위해 욕실 벽에 기대었다. “토미, 너 지금 봤어?!”

“응, 새롭네.”

아담은 다시 두 발로 천천히 일어서서 아무 말 없이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거울 위, 그의 모습 옆으로 비치는 토미의 반투명한 얼굴선을 따라 손끝을 살며시 미끄러뜨렸다. 놀람과 충격으로 살짝 벌어진 입술은 다물릴 줄 몰랐다. 토미는 좌우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의 움직임이 정말로 거울에 나타나는 것인지 실험해 보았다. 아담은 훽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거울에만 보이는 것 같아.. 하지만 와우, 너.. 사진보다 훨씬 나은데,” 그의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는 토미의 모습을 아담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아담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거울 안으로 토미의 흐릿한 손이 그의 손 위에 겹쳐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담은 미소 지었다.

“널 볼 수 있어서 기뻐.”






Day Thirteen.



아담이 준비하는 모습을 토미는 그의 눈을 통해 지켜보았다. 몸에 딱 붙는 청바지와, 가슴을 드러낸 깊게 파인 셔츠, 그 위로 길게 내려오는 목걸이, 그리고 그는 옷장에서 가죽 재킷과 함께 멋진 부츠를 꺼냈다. 첫 날 나한테 권했던 게 저거구나. 토미는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아담은 거울 앞에 서서, 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아이라이너를 고쳐 그렸다. 살짝 눈을 찔렀을 때, 토미는 느꼈다.

“악!”

“미안, 흠.. 어때?” 거울 위로 토미를 올려다보며 아담이 말했다.

“그만 좀 걱정해. 충분히 멋져. 너 긴장하면, 손이 떨리고, 그럼 또 눈을 찌를 거고, 그럼 나도 느낀다고.”

아담은 눈을 흘긴 후, 향수를 뿌렸다.

아담은 오늘 밤 데이트가 있었다. 지난 공연이 끝난 후, 그 남자는 아담에게로 다가와 뻔뻔스럽게 커피라도 한 잔 하자며 그를 불러냈었다. 토미는 물론 맘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잘생긴 것도 아니라고. 솔직히 말해서, 그는 땅딸막했고, 얼굴도 붉었다. Yeah, 붉은 거야 뭐 어쩌면 클럽의 열기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그 남자가 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이유엔 다른 뭔가가 있었다.

“저기, 너 이 녀석이랑 만나고 싶은 거 확실해?”

“물론, 토미.” 아담은 시선을 돌렸다. “네가 싫다고 해서, 네가 맘에 안 들어 한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어. 그렇다고 나도 싫어야한다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정말 오랜만의 데이트고.”

토미는 한 숨을 내쉬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그가 상관할 구역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본의 아니게 억지로 데런이라는 놈을 만나러 끌려 나간 꼴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름부터 맘에 안 든다고, 안그래? 솔직히 말해서, 아담의 데이트에 질질 끌려 다녀야 하는 건 거북했다. 만약 키스라도 하면? 느끼고 싶지 않았다.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났다. 데런의 입술이 아담에게 닿는다는 건, 그건 토미의 입술에 닿는다는 의미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영혼이 된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 중 하나였다.

중심가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가, 아담은 뒤쪽으로 있는 조금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편한 부스에 앉았다. 만약 지금 토미에게 제대로 된 몸이 있었다면, 그는 실망감에 고개를 힘차게 내저었을지도 모른다. 데런이 걸어들어 왔을 때, 토미는 움찔 몸을 움츠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는 훨씬 최악이었다. 마치 기름에 튀긴 빨간 필즈베리 도넛 같았다. 하지만 아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말도 안돼, 들여다 본 그의 생각은 도리어 좋아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아담의 과거사로 보건데, 지금까지 그가 만나온 남자들은 모두 매력적인 남자들이었다.

데런은 마치 유혹하듯 걸어 들어왔지만, 아담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였다. 만약 그걸 눈치 챘다면, 분명 제 정신을 차리고, 이 녀석은 전혀 만나볼 가치도 없다는 걸 깨달게 될 거라는 생각을 토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으려 했을 때, 데런이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말했다.

“전 크림 추가된 카라멜 라떼랑 저기 있는 커피 케익 주시구요, 이쪽엔 커피 한 잔이요.”

토미는 충격을 더해서, 역겹기까지 했다.

“아담, 진짜 저 녀석 저대로 둘 거야? 너한테 뭘 원하는 지 묻지도 않았..”

“좀 닥쳐!” 아담은 고개를 흔들었고, 데런은 그를 향해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아니, 너한테 그런 게 아니라.. 신경쓰지마.” 아담은 당황스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진짜 고맙다, 토미. 분위기 한 번 제대로 띄워 주는구나.

“나한테 크게 말할 필요 없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그 후로,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들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아담이 대화를 이끌고자 할 때만, 가끔씩 말들이 오갔다. 취미가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그런 뻔하디 뻔한 것들. 토미는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아담의 생각들까지도 지금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다. 그의 생각들은 전부다 데런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데런이 돌아가야 했을 때, 그는 아담에게 계산서를 남겼다. 토미는 그 순간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지만, 아담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부글부글 속이 끓을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런 상황 후에도, 데런은 뻔뻔하게 테이블 앞으로 기대어 아담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려했고, 토미는 견딜 수 없었다. 아담을 대하는 그 녀석의 모든 행동들이 불쾌했다. 그래서 막 기대려는 순간, 아담의 손을 이용해 쏟아버렸다. 솔직히는 거의 던지다시피 했지만. 아담의 잔에 남아 있던 커피를 전부 그녀석의 옷에 뿌려버렸다.

예상대로, 데런은 아담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고, 그는 정말 보고 있기조차 구역질이 솟았다. 아담은 몸을 뒤로 뺐다. 상처받은 것처럼 보였다.

“봤지? 난 널 도와주려 했던 거야.”

아담의 생각들은 차가웠다. 토미가 승리감에 기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토미는 그의 데이트를 망쳐버렸다.

아담의 생각들을 들었을 때, 물론, 그는 억울하기도 했지만, 아팠다.

난 망쳐버린 게 아냐.. 난 도왔던 거야.. 그렇지?

그 후로도 그들 사이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Day Fourteen.



다음 날 아침, 아담은 지독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었다. 저보다 못난 친구가 있을 수 있을까. 토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토미라면, 지금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로 직접 전해야만 했다.

“토미, 난.. 어젯밤 일은 미안해. 네 말을 들었어야 했어. 솔직히 말해, 최악이었어.”

“난 알려주려 했어, 아담. 난 정말..”

“알아. 미안해. 내가 병신같았어.”

“아니, 내 잘못도 있어. 난.. 내가 이기적이었어.”

“뭐?”

“그게.. 질투했던 것 같아.”

“뭐라고?”

“미안. 질투할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 내 말은 그러니까, yeah.”

“토미, 대체 무슨 말이야? 질투라니? 데런한테? 왜?”

“나도 몰라. 바보 같아. 너랑 함께 있는 거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게 싫었나봐.” 아담은 웃었다.

“언제까지고 너 혼자만 날 독차지 할 순 없어, 토미.”

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담이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를 혼자서만 가지고 싶다. 멍청한 생각이라는 걸 알고, 부질없는 소유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죽었으니까. 말 그대로 죽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는.. well, 차라리 깨닫지 못하는 편이 나았다.

그들은 잠시 동안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담은 아무 생각 없이 손에 들린 차를 홀짝였다.

“토미?” 침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토미를 불렀다.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Yeah?”

“어째서 네가 죽은 뒤에야 우린 만날 수 있었을까.”

토미는 그 말 그대로 아담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물론 말하지 않았어도 아담은 그의 표정으로 읽어냈을 것이다.

“음, 어, 거기까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갑자기 그건 왜?”

“우린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아. 적어도.”

짧은 고요함이 지나가고, 토미는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내가 너한테 끌린다고 하면 이상한 걸까?” 거울에 비친 그의 환영은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슬퍼보였다.

“나 또한 너한테 끌린다고 하면, 이상해지는 거겠지.”

아담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가고, 토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난 농담으로 꺼낸 말 아냐..”

“누가 농담이래?”

남자의 옆으로 선 희미한 환영, 그리고 현실이 무겁게 그들 위를 짓눌렀다.

“어째서야,” 토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째서 이제 와서.. 이렇게 찾았는데.. 왜 난...”

아담은 이렇게까지 어떤 것을 원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토미를 안아줄 수만 있다면, 그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Day Twenty One.



아담은 샤워기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토미가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가끔씩은 그럴 수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최근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끌린다는 새로운 사실에서부터. 비밀들을 나누고, 그저 말들을 주고받으며, 밤늦게 까지 시간을 보냈다. 서로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 가면 갈수록, 토미가 죽기 전, 서로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은 보다 더 강해지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단 한 가지 생각에 매달려 있었다. 아니 어쩌면, 머리가 아닌 손일지도 모르지만. 샤워기의 물을 틀고, 수증기로 공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서부터 흐르는 물줄기들 사이로 장난기 섞인 두 눈이 반짝였다.

“너 지금..?” 토미는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에 대한 아담의 대답은 가슴으로부터 미끄러져 내려간 손으로 성기를 감아쥐고 시험 삼아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 보는 것이었다. 돌아올 반응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는 듯이.

“흐-..” 그게 아담이 받은 대답의 전부였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그는 계속 손을 움직였다. 두 사람 모두에게 기분 좋은 행위라는 걸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토미가 좋아할 것인지 이미 그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가 좋은 만큼, 토미 또한 그 기분을 느낄 것이 분명하니까.

적어도 토미에게 이렇게라도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를 상대로 적어도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방금 그거.. 와우. 거의 잊고 있었는데,” 아담은 거울을 바라보며, 토미의 얼굴 위로 수줍은 미소가 걸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사랑스러웠다.

“죽은 지 21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잊긴 뭘 잊냐, 멍청아.”

“어쨌거나. 진짜 좋았어.” 아담은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천만에.. 그거 알아, 나 지금 너한테 정말 키스하고 싶다는 거.” 그의 미소는 찡그린 눈썹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결코 일어날리 없는 그 가능성을 알기에. 토미 또한 시선을 거뒀다.

“아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Day Twenty Nine.



“기분이.. 좀 이상해, 아담.”

“음?” 반 쯤 잠에 취한 그의 대답은 불분명했다. 셔츠 없이 맨 가슴으로 누워 있는 그의 위로 이른 아침의 햇살이 커튼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하얀 침대 시트 위로 그와 꼭 닮은 그림자가 그려졌다.

“뭔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뭔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야. 곧 뭔가 일어날 것 같아.”

“Well, 무슨 일이 있든 넌 괜찮을 거야, baby. 이미 죽은 몸인데, 그 이상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

“솔직한 기분으론, 그래서 더 무서워.”

그들 사이엔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토미는 아침이 좋았다. 막 잠에서 깬 아담은, 언제나 솔직했고, 경계가 풀어진 그의 생각들은 순수했으니까. 토미는 그 모든 것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환하게 웃었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낯선 이 기분 속에서도.

셔츠를 벗은 토미. 홀딱 벗은 토미. 토미의 목덜미에 키스하기. 토미의 입술에 키스하기. 토미의 손을 잡고 잔디밭에 누워있기.

“잔디밭? 진심이야?” 아담은 뒹굴 굴러서 침대에 엎드린 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눈썹을 찡그렸다.

“내 생각 좀 훔쳐보지마.” 그는 끙 앓는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아담은 일부러 보란 듯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토미를 의자에 묶은 다음,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등 뒤로 돌린 그의 두 손에 수갑을 채운 후에, 마음대로 그를 가지고 노는 생각들.

“이건 어떠냐, 이 유령놈아!” 그는 소리쳤다.

“하? 너 진짜 웃겨.”

아담은 베개에서 살짝 얼굴을 들고 씨익 웃어보였다. 토미 또한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      *     *


“어, 아담.. 뒤돌아봐.”

“왜?”

“빨리.”

아담은 뒤를 돌았다. 그의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토미가 그 곳에 서, 아니, 바닥 위에 떠 있었다. 그의 눈앞에. 놀람으로 입술이 떡 벌어졌다.

“무슨.. 어떻게..” 말이 흐려졌다. 어떤 말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겠어.”

“너.. 딱딱해?” 그는 조금 웃음을 터뜨렸다. 이 무슨 형편없는 질문인가.

“이리 와서 직접 확인해봐.”

아담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 걸어갔다. 다가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천천히 손을 뻗어 토미의 턱선을 따라 손끝이 스쳤다.

그건 마치 따뜻한 온기를 가진 물과 같았다. 단, 젖지 않는. 만질 수는 있었다. 그리고 느낄 수 또한 있었다. 하지만 손에 쥘 수는 없었다. 두 팔로 끌어안을 수도, 가까이 붙잡아둘 수도 없었다. 하지만 손에 닿는 감각이 있었다. 적어도 곁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겐 충분했다.

아담은 토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토미는 가까이 기대어왔다. 직접 그의 두 눈을 통해 아담을 보고, 직접 그의 두 귀를 통해 아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한 달의 기다림 동안 처음으로. 그는 여전히 아담의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그는 강하게 펌프질하는 심장의 박동 또한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어쩌면 지금 한 순간일 뿐일지도 모른다. 놀라움과 행복에 취한 이 상황 때문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그 순간의 시간은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처럼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듯 했다. 아담은 반투명의 희미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거기엔 그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갈색의 두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고, 그렇게 만지고 싶어 했던 그가 눈앞에 서 있었다. 호흡이 날카로워지고, 그와 동시에 벌어진 입술 사이로 떨리는 숨이 토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아담은 그가 사랑해버린 작고 사랑스런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낯설었다. 생소했다. 이상했다. 놀라웠다. 비현실적이었다. 행복했다.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원했다. 그 원함에 한계란 없었다. 그건 완벽함이었다.






Day Thirty - One Month.



아담은 나른한 모습으로 현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연인은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토미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생각했다. 사실, 그건 토미가 듣기를 바라는 생각들이었다. 토미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들. 지금 이 순간엔, 말로 꺼내는 것보다 생각의 말들이 나을 것 같았다. 좀 더 깊은, 좀 더 비밀스러운, 두 사람만이 간직할 수 있는 것들.

아직도 그래? 토미는 망설이듯 하더니 곧 대답했다.

“사실대로 말해주길 원해? 아니라면 이대로 행복하고 싶어?”

사실을 원해.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어. 어째서 망설이는 거야? 아담은 생각했다.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네가 행복하길 바래, 알고 있지? 하지만.. 난..” 아담은 다시 자세를 고치고 앉아 토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를 향해 손을 뻗자, 토미는 곧바로 그의 손을 잡아왔다.

“난 느껴져. 너와의 시간이.. 내 시간이 끝나가는 게.” 그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처와 혼란이 아담의 두 눈에 있었다. 이대로 팔을 뻗어 그를 안고 다시는 놓고 싶지 않았다. 그 어떤 것보다 그 하나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있는 만큼 가까이 다가가 그를 감쌌다. 그의 몸에 팔을 둘렀다. 포옹이라 하기에도 서투른 것이었지만, 그것이 최선이었다.

아담은 세상에 하나 뿐인 그의 향기 안에 호흡을 삼켰다. 표현하기 힘든 향기였다. 아담에게 있어선,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가슴 아픈 향이었다. 유리병 안에 넣어 향수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매일 그의 향기 안에 살 수 있을 텐데. 아담은 두 눈을 감았다. 이 시간이 끝나길 원치 않았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그의 연인을 보낼 수 없었다.




*      *     *


작별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 지금 토미는 떠나려 하고 있다. 아담은 모르는 그만의 감각은 지독히 정확했고, 조금의 여유도 남겨주지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 아담에게 고백했던 그 후, 3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밝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빛이 그곳에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순간, 아담은 눈물이 솟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강한 척 서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으니까, 토미가 두려워하길 원치 않았다. 어쩌면 그에게 두려움 따윈 처음부터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지금,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아담의 얼굴 앞으로 토미는 떠올라 있었고, 슬픔을 담은 두 눈동자가 서로에게 머물렀다. 환영이라도 울 수 있는 것일까, 아담은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토미의 모습을 보건데, 기꺼이 눈물로 울 수 있었다. 아담의 두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울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지켜져야만 했지만, 하지만 복받치는 감정의 파도를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이 순간은 피할 수 없었다.

토미는 두 눈을 감고 아담에게로 이마를 기대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한 그의 가까이 있길 원했다. 아담은 숨이 막혀와 제대로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얼마나 남았어?”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고개를 든 그의 눈동자는 토미의 시선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눈물로 흔들렸다. 슬픔으로 가늘게 떨리는 입술이 아담의 뺨을 살며시 스치고 지났다. 아담의 머리칼 사이로 투명한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희미한 두 손이 그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아담은 그의 손길에 몸을 떨었다. 토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조심스럽게 그를 품에 끌어안았다.

“이제 곧,”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그의 입술로 흩어지고, 아담의 마음은 무너졌다.

“아담, 아담.” 토미는 그의 이름을 속삭이며, 어떡해든 그를 위로하려 했지만 그건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난.. 아담, 난 말해주고 싶었어. 네가 얼마나 내게 소중한 의미인지. 이 후에 내게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이 한 달, 너와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네가 처음이야, 아담.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나도, 나도 마찬가지야, 토미. 네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견딜 수 없었을 거야. 처음엔 낯설었지만, 목소리만 있는 너와 함께 산다는 것, 내 모든 생각들을 네가 읽을 수 있다는 것.. 익숙해질 거라곤 생각했지만, 널 이렇게 사랑하게 되어버릴 줄은 몰랐어.”

“영혼과 인간은 사랑에 빠질 수 없으니까.”

“그래서 우린 더 특별한 거겠지?”

토미는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들은 특별했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그 특별함은 이런 게 아니었다. 그는 영원의 영원까지 그 ‘특별함’을 가지고 싶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완벽함은 아니더라도, 이 한 달로 끝나는 기억이곤 싶지 않았다.

“당연하잖아.” 그는 아담의 목에 얼굴을 부볐다. 아름다운 푸른 눈으로부터 굴러 떨어지는 눈물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가벼워지는 몸이 느껴졌다. 끝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아담, hey. 날 봐.” 그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연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웃어줘.”

“제 정신이야, 토미? 지금 이 상황에서 나한테 지금 웃어달라고?”

“Well...yeah. 웃어주길 원해. 마지막으로 내 눈에 담기는 네 모습이 울고 있는 모습인건 싫거든. 괜찮을 거야, 아담.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넌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게 될 테니까. 괜찮을 거야.”

토미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상처의 흔적은 아담의 눈동자를 떠나지 않았다.

“나 아직 네 생각 읽을 수 있어, babe. 의심하지마, 넌 누구보다 멋져, 아담.”

“난 이렇게 널 보낼 수 없어, 토미, 난- 토미!” 그는 소리쳤다. 토미의 몸이 높이 떠올랐다.

“웃어줘, 아담. 제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날 위해 웃어줘.”

아담은 당장이라도 슬픔에 삼켜질 것처럼 보였지만, 곧 목구멍으로부터 차오르는 흐느낌을 삼키고,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 토미가 원했던 대로, 그를 위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 한 달의 일을 그는 모두 기억했다. 토미의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아침 메뉴에서부터, 그들의 ‘첫 키스’에까지. 지금 그가 느끼는 슬픔만큼, 지난 한 달은 그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한 달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웃을 수 있었다.

토미를 위해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언제나 기억될 그와의 추억들에 미소를 보냈다.

“것봐, 훨씬 낫잖아.” 토미는 웃었다. 그리고 그는 점점 희미해졌다. 아담을 향해 손을 뻗자, 곧 맞닿은 손바닥과 함께 서로의 손가락들이 얽혀들었다. 마지막을 향한 작별 인사.

“사랑해, 아담. 나 잊지 않을거지?”

“절대로, 토미.” 두 눈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아담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 “사랑해, 사랑해. 토미.”

그리고, 그는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담은 무릎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더 이상은 웃을 수 없었다. 그럴 이유를 잃었다. 토미는 떠났다. 토미 - 그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이.

그래, 토미. 난 이미 만났던 거야.

토미 래틀리프, 그는 절대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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