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d in red

by. nagaashi







아담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토미는 귀여운 앞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두 손에 갖 만든 듯한 케익을 들고 현관 앞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입가엔 부끄러운 미소를 띄운채, 그의 마주한 엄지발가락이 꼼틀거렸다.

"으음- 내가 뭔가 놓친게 있던가?" 아담이 곤란한듯 물었다.

금새 토미의 커다란 눈동자에 물기가 차올랐다. "잊어 버린거지?!"

"No! 잊지 않았어!" 아담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하곤, 치켜 올라가는 토미의 한쪽 눈썹에 큰일났다는 걸 직감했다.

"흐응, 그러셔? 그럼 뭘 잊지 않았는지 말해보시지?"

아담이 두 눈을 들어 바라본 앞에는, 한 손에는 케익을, 한 손은 허리에 얹힌 채 프릴이 달린 분홍색의 앞치마를 입고 아담을 죽어라 노려보고 서 있는 토미가 있었다. 그 귀여움에 한 순간 멍하니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내 말 듣고 있어?!"

"아?"

"너 진짜... 됐어. 잊어버려!" 토미는 손에 들고 있던 케익을 냅다 아담에게로 떠밀었다. "Happy anniversary to you! 먹든 버리든 맘대로 해!"

잔뜩 성난 발걸음으로 성큼 성큼 뒤돌아 걸어가는 움직임에 반갑게 씰룩거리는 귀여운 엉덩이가 시야에 들어오자, 아담은 입가를 비집고 세어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막아서며 조용히 미소만 지으려 애썼다.

"웃지마! 너 지금 내 엉덩이 보고 웃고 있는 거 내가 모를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뒤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토미는 아담을 향해 소리치고 침실로 들어가 쾅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방문을 닫았다.

아담의 손에 들린 케익 위엔 'Happy Anniversary Adam. Love Tommy.'라는 글자가 삐뚤빼뚤 서툰 솜씨로 쓰여 있었다. Well, 그건 확실히 아담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긴 했다.

아담은 부엌으로 걸어들어가 벽에 걸린 커다란 달력 앞에 섰다. 새빨간 동그라미가 2017년 4월 24일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건 솔직히 그닥 도움이 되는 게 아니었다. 토미가 쳐 놓은 동그라미는 수많은 날짜 위에 그려져있었기 때문에. 순간 아담의 머리속에 언젠가 그들의 '기념일'을 잊어버린 채 밤 늦게 들어와 하루 종일 꽁해있는 토미를 달래느라 진을 뺐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떻게 우리가 처음 데이트한 날을 잊어버릴 수 있는거야?!" 라는 말을 토미의 입에서 10번이고 100번이고 들었더랬다.

아니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고 있을 수 있겠어?! 아담은 달력을 한장 한장 툭툭 넘기며 토미가 빨갛게 칠해놓은 20개 이상의 동그라미를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첫 키스? 아냐, 그건 이미 축하했었고, 첫 섹스? 아니다, 그것도 이미 2주전에 축하했었는데..

손에 들린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아일랜드식 식탁 위에 내려놓고, 그만의 '긴급' 자재들을 쌓아놓은 서재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유일하게 잠겨있는 맨 윗쪽 서랍을 열자 그가 토미를 위해 사다놓은 예쁘게 포장된 수많은 패키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엔 당연히 그 안에 들어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라벨들이 하나하나 붙어있었다. 이것들의 역할은 당연히 꽁해있는 토미를 달래는 것 외엔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었다. 물론 100퍼센트 그 역할을 다해내는 것은 아니었다. 어떨때는 성공이었지만, 가끔씩은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성공한 날엔 아담은 인생에 그렇게 감사한 날이 없을 정도로 속으로 기쁨을 자축하곤 했다.

그 중에 한가지를 손안에 들고, 침실 앞에 서서 노크를 한 후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토미?"

토미는 아담에게서 고개를 돌린채 다리를 꼬고 침대 위에 앉아 조금 입술을 비쭉이고 있었다. "뭐야."

아담이 선물을 내밀었다.

토미의 시선이 선물에서 아담으로 옮겨갔다. "..이거 또 네 그 비밀 서랍장 안에서 가져 온거지?"

"알고 있었어?!"

토미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대체 우리가 얼마나 함께 살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을 수 밖에 없잖아."

"근데 왜 아무말도 안했어?"

"그야 네가 주는 그 선물 하나마다 네 마음이 담겨있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토미는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몇 년동안 내 바보같은 기념일 챙기기에 아무말 않고 꾹 참고 따라와 준 걸 알고 있으니까."

"Oh honey.." 아담은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이는 작은 몸을 껴안았다. "전혀 바보같지 않아."

"아니, 바보같다는 건 나도 알아. 데이브도 이게 얼마나 머저리같은 짓인지 말해줬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난 우리가 첫번째로 한 것은 뭐든 다 축하하고 싶어."

"미안, 잊어버려서."

"나도 계집애처럼 굴어서 미안해. 어쩌면 그보다 더했을지도 모르지만." 토미는 아담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담은 토미의 등에 가만히 놓여져 있던 손을 들어 그의 척추를 따라 위로하듯 부드럽게 위아래로 쓸었다. 이에 불가항력으로 떨리는 몸에 토미는 저항할 수 없었다. "아담, 너 어떻게 지금같은 상황에서 날 흥분시킬 생각을 할 수 있는거야?"

"음? 그런 생각들이 안들면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아담의 손이 토미의 작은 엉덩이를 감싸안았다. "어쨋든 앞치마는 훌륭한 선택이었어."

"좋아할거라 생각했어. Happy anniversary, 아담." 고개를 들어 아담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추고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Happy anniversary, 토미." 토미에게로 키스를 돌려주며 이제는 익숙해진 그의 연인의 향기에 하체는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근데 오늘은 또 무슨 기념일인거야?"

서로의 입술에 키스를 주고 받는 동안 토미는 아담의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거 알아..? 지금은 그냥, 아담, 그냥 몰라도 상관없어."

그렇게 2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애초에 싸운 이유따윈 머리속에서 싹 지워버렸다는 듯이 잔뜩 구겨져버린, 땀과 정액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시트위에서 서로의 몸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 fin. -

TOP ▲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Me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