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 what's inside

by. sulwen







토미의 호텔 방문앞에 서서 3번째로 문을 두들겼지만 그 넘어로 들려오는 것이라곤 조용한 침묵 뿐이었다. 무대 위의 화려한 열기를 내뿜는 그 레이저들 사이에서 얼마나 땀을 흘렸든 언제나 그의 몸을 장식해주는 그의 중요 물품 1호인 글리터가 담긴 케이스를 이리저리 찾아 헤매던 중 어쩌면 토미의 메이크업 가방 안으로 의도치않게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지금 여기로 이끌었다. 만약 잃었버린 것이라면 지금 당장 주문을 넣는다고 해도 최대 이틀은 걸릴 것이고 그는 단 하루라도 글리터가 없이는 무대 위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없는 문 넘어를 향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는 얼마나 세게 걷어차면 단번에 저 빌어먹을 호텔 방문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호텔 담당인을 대신해 다행스럽게도, 막 발을 들어올리려는 찰나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만큼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허무하게도 손잡이를 잡아 돌리자 문은 너무나도 손쉽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메이크업 가방을 찾으려 방 안을 주욱 둘러보자 침대 끝에 토미의 작은 여행 가방과 함께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예상대로 그의 글리터 케이스는 가방의 가장 위에 놓여져 있었고, 그제서야 안심의 한숨이 그의 입에서 길게 세어 나왔다. 마치 그 조그만 케이스가 황금 덩어리라도 되는 듯 손에 그러쥐곤 그의 방으로 돌아가려 몸을 일으켜 돌아섰다.

그 순간 들리는 소리에 걸어나가려는 발걸음을 뚝 멈춰 세웠다. 그리고 지금 그는 글리터 수색 구조 작전 외의 또 다른 미션을 그의 머리 속에 떠올렸다. 아담은 욕실 쪽에서 들려오는 샤워 소리의 작은 소음에 입가에 작게 미소를 띄웠다. - 토미는 샤워 중이었다. 우습게도 그 생각에 그의 기분은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 가벼워 졌고, 호텔문을 저렇게 해놓은 마냥 욕실문 또한 열어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욕실문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운은 딱 거기까지 만이었고, 게다가 열어놓았다 한들 어쩔 셈이었는지는 그 자신에게 조차도 설명할 수 없었다. 샤워 도중에 덤벼든다고? 그건 얻어맞기에 딱 좋은 방법이었다.. 뭐 걷어 차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며칠 간 그 불평들을 들을 걸 생각하니 머리부터 아파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가 토미를 괴롭히며 애태우는 걸 좋아하는 것 만큼, 그들의 우정과 그 관계가(29년의 삶을 살아오면서 아담은 이런 관계에 어떤 단어를 붙여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조금씩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었던 만큼,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그 시간이 자연스러워지면 질 수록 그들 사이에 그어 놓았던 선은 점차 희미해져갔다. 그렇게 지금에 와서는, well, 그닥 바뀐 것은 없었지만 이 관계를 뭐라 부르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확실해져 있었다.

역시 이대로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결론에 몸을 돌려 세우려는 순간, 욕실 넘어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 사이로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가 섞여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담은 이 이상 자제심을 잃기 전에 그 곳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그 소리는.. 그 소리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정말로 익숙했다. 호기심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 올리고, 그 소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자하는 머리의 명령에 문가에 가만히 기대어 온 감각을 쏟아 귀를 기울였다. 두 눈을 감고 그 소리에만 집중했다.  

토미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아담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끅끅 거리며 참아 넘겼다. - 언제나 무표정으로 일관해 오던 그의 작은 토미가 샤워중에 노래를 하고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해봤겠어?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라, 토미는 아담 자신의 노래들 중 하나를 노래하고 있었다. 그 멜로디가 자신의 노래라는 것을 그는 그의 가족들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 만큼이나 확신할 수 있었지만, 그 소리는 너무나 미미해서 정확히 알아듣기 위해서는 조금 더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Sleepwalker 였다. - 당연히 Sleepwalker 였을 것이다. 진작에 예상했어야 했다. 아담의 얼굴 근육은 점점더 넓이를 더해가는 입가의 움직임에 이대로는 찢어지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아파왔고, 조금 더 크게 듣고자하는 욕심에 욕실문으로 녹아들어갈 마냥 온 몸을 문 쪽으로 가져다 붙인채로 귀를 기울였다. 토미는 원음 그대로의 키에 맞추어 노래하고 있었고 그건 적어도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MAC 가방 전부를 걸고 맹세하건데, 그의 밴드 멤버들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B플랫 화음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토미의 목소리는 잘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깨끗하고 맑은 소리의 느낌이었다. 높은 키의 음에선 물론 갈라진 거친 소리가 튀어올랐지만, 여러 노래에 있어 프로라고 자신하는 가수들조차도 하는 실수로 그보다 심한 소리도 들어본 아담에겐 그건 전혀 창피한 일도 웃긴 일도 아니었다.

기타 소리가 없는 부분에서조차 토미는 자신의 베이스 파트를 따라 노래를 이어나갔다... 그건 아담에게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보다 그 짙어짐을 더해갔다.

토미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아담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토미는 호텔 각 방마다 놓여져 있은 그 우스꽝스러운 새하얀 색의 부들부들한 솜털같은 가운을 걸친채로, 단 1분이라도 얼굴로 달라붙는 머리카락은 견디지 못하는 사람마냥 한 손으로 젖은 머리를 마구 털어내며 걸어나왔다. 고개를 들어 그의 시야에 아담이 보였을 때 토미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아담? 여기서 뭐하는.. 무슨 일 있어?" 무의식적으로 볼을 붉히며 허리 춤에 걸려있는 가운의 벨트를 단단히 묶어매며 물었다.

아담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장난끼가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Nope, 공짜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지."

토미의 두 눈이 굴러떨어질 만큼 커졌다. "듣고 있었어?! 너 비겁해!"

"Oh, 하지만 귀여웠다고? 다음 공연부턴 스탠드 마이크라도 하나 세워놔줄게." 토미의 반응을 완전히 즐기며 아담이 말했다.

하지만 아담의 예상과는 다르게 토미는 웃어 넘기지도, 심술난 듯 입술을 삐죽이지도, 그렇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대신 고개를 푹 숙인채로 돌아섰고, 아담은 확실하진 않았지만 언뜻 눈에 비친 토미의 갈색 눈동자 위로 물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즉시 아담은 미소를 거두고, 평소처럼 장난치려 잔뜩 들떠 있던 기분을 단번에 가라앉혔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토미의 등뒤로 다가가 그의 작은 어깨위로 팔을 둘러 품으로 끌어 당겨 안고,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샴푸향이 가득한 머리카락 위로 얼굴을 묻었다. "I'm sorry, baby. 그냥 장난이었어. 하지만 귀여웠다는 말은 진심이야. 전혀 나쁘지 않았지만,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들었어?" 위로하듯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아담이 물었다.

토미는 감싸안아오는 아담의 두 팔에 얼굴을 잔뜩 파묻은 채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입술을 움직여 대답했다. "가수가 아냐." 등뒤로 마주한 아담의 가슴 위로 긴장한 듯 몸을 굳힌채 잘게 떠는 토미의 몸이 느껴졌다.

"Oh honey, I know. 괜찮아, 괜찮아."

토미는 대답하지 않았고, 아담은 그렇게 잠시동안 그를 품에 안은 채로 서있었지만 곧 토미의 몸을 돌려 세우곤 그의 두 눈을 바라봤다. 그는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두 눈동자는 여전히 물기를 가득 머금은채로 가슴 아플정도로 슬퍼 보였다.

아담의 지금 심정이라고 한다면 전 우주에서 최고로 나쁜 놈이 된 것같은 기분이었다. "토미, baby, I'm so sorry. 엿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토미의 머리카락을 따라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에 젖은 뺨을 살며시 엄지로 쓸어주며 말했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의 피부는 여전히 부드러우며 따뜻했고, 젖은 속눈썹 아래로 드러난 그의 눈동자는 평소라면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을 그의 감정을 숨김없이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깨질 듯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까만 동공안으로 보이는 오래된 상처의 흔적을 아담은 깨달았다. 그리고 아담이 알고 있는 캐캐묵은 상처들에 대한 단 한가지의 사실은, 그 상처가 눈 앞에 드러났을 때의 순간이 가장 좋은 치유의 순간이라는 것이었다.

아담은 그 어떤 기교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토미는 뜬금없이 들려오는 아담의 작은 흥얼거림에 살짝 고개를 들어 아담을 바라보았지만, 아담의 노래를 멈추거나, 맞닿은 몸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아담은 토미의 행동을 그 첫 단계 치고는 좋은 신호라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나갔고, 제 3자가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아담의 노래에 맞추어 몸을 조금씩 움직여 갔다. 아담의 커다란 손이 토미의 머리를 감싸안고 그가 만들어내는 멜로디에 맞추어 아담이 먼저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토미는 아담이 움직이는 대로 조용히 따라 움직였다. 천천히, 아담은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지만, 사실상은 그래선 안되는 것이었다. - 그는 일에 관련되지 않은 이상 목소리를 최대한 아껴야만 했다. 하지만 노래라는 것은 그가 자신으로 있게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 중 한 가지였고, 토미의 목소리와 섞여서 이뤄내는 모든 새로운 음의 조화에 대한 기대가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그 순간의 모든 감정과 경험을 토미와 공유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그건 정말로 천천히 진행시켜야만 하는 것이었지만, 공기 중으로 울려 퍼지는 그의 선명한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그를 이끄는 대로 아담은 움직였고, 토미는 긴장을 풀고 아담이 알던 평상시의 토미,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아담이 생각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기에.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 어떤 가사집에도 쓰여져 있지 않은 단어들이라고 해도,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되는 그 단어들을 아담은 집어 삼켜 넘겨둘 순 없었다.

"Wanna sing out, no more hiding..."

토미는 아랫 입술을 꼭 깨물며 뜨거운 샤워 후에 밖으로 첫걸음을 내딛었을 때의 그의 모습보다도 더 발갛게 두 볼을 물들였고, 아담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Come on, baby." 아무런 뽐내는 기교없이 단조로운 톤으로, 꾸밈없는 멜로디로, 아담은 다시 한번 노래했다. "Wanna sing out, no more hiding..."

토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바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지만, 그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깊게 그림자를 드리운 속눈썹 아래로 살짝씩 위를 올려다보느라 작게 떨리는 그의 눈꺼풀을 아담은 보았다. 손을 들어 천천히, 상냥하게 뺨을 감싸 안은채 잔뜩 움추린 고개를 들어 올려 두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아담은 지금 자신의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어대는지 믿을 수조차 없었다. 생각이 몸을 따라가기도 전에 아담의 입술이 토미의 입술을 덮었다. 그건 지금까지 그들이 해왔던 모든 것들 중 가장 사랑이라는 감정에 닮아 있는 것이었다.

리허설 중에 수많이 오가는 사인들처럼 아담은 토미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로 신호를 전했고, 그 신호가 토미에게로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토미가 받아들일 수 있기를 온 마음으로 바랬다.

"Wanna sing out..." 그리고 그 신호는 전해졌다. 떨리는 그의 목소리는 아담의 강한 목소리에 거의 묻혀 버렸긴 했지만. 아담의 본능은 토미의 소리에 맞추어 목소리를 낮추라 명령하고 있었지만, 그의 경험상으로 보건데 그건 정말로 잘못된 방법이었다. 대신 그는 깊게 숨을 내쉬었고, 그의 선명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공기를 진동시키자 토미는 주저하며 침묵을 깨고 입술을 벌려 목소리를 내뱉었다. "...no more hiding."

그리고 토미는 웃었다. 그의 입가에 번지는 그 아름다운 미소는, 아담에게 그건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의 부서지는 첫 햇살의 눈부심과도 같았다. 그는 멜로디를 유지하며 나머지 가사들을 통해 토미를 이끌었고, 그 단어들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그가 표현하는 만큼 토미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즐겼다. 그 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이런 놀라움이 어째서 이제서야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노래의 마지막까지, 토미는 아담의 목소리와 균형을 맞추려 애쓰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곤 해도 그건 그의 순수한 열의만으로도 충분히 메꿔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그는 아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먼저 멜로디를 만들어내며 Sleepwalker - 그 외엔 뭐가 있겠어? - 로 노래를 옮겨갔고, 그 멜로디에 아담은 웃음을 터뜨리며 계속해서 노래했다.

끊임없이 선율을 이어가는 동안 두 사람의 몸은 어느 사이엔가 침대 가로 와 있었고, 아담은 토미의 몸에서부터 가운을 벗겨냈다. 그의 작은 몸을 침대에 눕히고, 천천히 그의 몸을 따라 입술을 움직여가며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수한 음색의 소리들이 귓가를 울리는 것 처럼 무거운 떨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토미는, 그의 아름다운 토미는 아담의 노래에 대답하듯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순수한 쾌감이 만들어내는 깨어질듯 작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아담은 토미의 몸을 끌어당겨 안고선 조금 쉬어버린 목소리로 작게 감미로운 선율을 만들며 노래했다. 그의 몸은 여전히 옷을 걸친 채였지만, 단 한 순간도 후회라곤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작지만 선명한, 조용한 방 안에 스며드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두 눈을 감았다.

"Wanna sing out...no more hiding. Wanna sing out...no more hiding."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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