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time

by. wbaker5286







유난히 별이 밝은 밤, 지난 며칠 동안 계속되었던 긴장을 풀어 놓기에 그 풍경은 완벽했다. 시간 또한 여행이라 이름 붙여도 될 만큼의 여유가 있었으므로, 그들은 운전사에게 잠시 쉬었다 갈 것을 부탁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 안에서의 휴식이란 결코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었고, 그 잠깐뿐일지라도 모두들 한 숨 돌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 동안의 덥고 눅눅했던 날씨는 거짓말처럼 밤이 되자 몸으로 불어드는 바람은 가을을 떠올리듯 서늘했다. 베게들과 담요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가지고 내려와, 바닥에 깔고 앉아서는 밤하늘의 별들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함께 가지고 나왔던 데킬라 병이 어느새 서로의 손을 오가고 있었다.

조용한 밤의 공기처럼 대화는 가볍고 온화했다. 눈앞으로 펼쳐진 무성한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고, 대자연 속에서 그들은 마치 보호받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느꼈다. 지난날들의 걱정거리들과 후회들은 전부 밀어놓고, 그들 사이엔 작은 웃음소리들이 흩어 졌다. 가는 바람 끝에 걸린 채 손에 잡힐 듯 팽팽히 당겨있던 서로를 향한 긴장들 또한 밤하늘 속에 털어 놓으며,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짐들을 내려놓았다.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고 밤이 깊어지자, 하나 둘씩 다시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넓은 들판엔 단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아담과 토미는 서로의 옆에 앉아, 천천히 흘러가는 별들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가르는 그 움직임은 더뎠지만, 그만큼 확고했다. 그들 사이에 아직 풀어내지 못한 무언의 긴장감처럼. 두 사람 모두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서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틈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메워야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 순간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밝은 별빛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별똥별이다,” 속삭이듯 아담이 말했다. “소원 빌어.”

아무런 망설임 없이 토미의 두 눈이 스륵 감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아담은 그에게 그 내용을 물어왔지만, 토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뤄지지 않아.” 저조차 가슴 한켠에 그런 소원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아니, 그래 어쩌면, 어쩌면 이 감정이 어딜 향하게 될 것인지, 그 정도쯤은 생각하고 있었던 지도 모른다. “넌?”

아담의 시선은 먼 곳의 하늘을 향해 있었다. “다음에, 지금은 아직 알려줄 수 없어. 들어가기 전에 조금만 더 즐기자.”

그렇게 몇 분 동안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그 곳에 앉아 있었다. 서로의 존재에만 의지한 채, 조용한 정적만이 계속 되었다. 차가운 밤공기에 토미의 몸이 바르르 떨리자, 아담은 조금 내려가 있던 담요를 끌어올려 토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로에게서 전해지는 기분 좋은 온기에 두 사람 모두 지난날들의 껄끄러움은 잠시 잊어버렸다.

토미의 옆으로 또 다른 별똥별이 떨어지고, 아담은 손가락을 들어 그곳을 가리켰다. “저기, 또 떨어….” 들어 올린 손가락이 무색하게도 토미의 관심은 아담의 목소리에 있었다. 아담이 별똥별을 가리키려 몸을 돌렸을 때, 토미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시선이 맞닿았다.

그 몇 초의 순간이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서로의 시선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그 대답은 사실 언제나 같은 곳을 향해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이 겹쳐지고, 망설이듯 파고드는 혀끝이 맞닿는 순간, 가벼웠던 키스는 어느 샌가 격렬해져 있었다.

토미의 두 손이 아담의 얼굴을 감싸고, 허공을 맴돌던 아담의 손은 토미의 어깨를 강하게 붙들어 끌어안았다.

키스는 나른하면서도 깊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맛 본적 없는 음식을 탐하듯 조심스러우며 은밀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들은 서로를 향해 몸을 틀었고, 처음 친구의 관계를 흉내 내듯 했던 자세는 사라지고 그 곳엔 연인들의 포옹이 있을 뿐이었다.

한 번의 입맞춤이 끝나고, 또 다른 키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또 다시. 서로의 입술의 감촉과, 혀의 움직임과 피부 위로 느껴지는 작은 손길에 취해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긴장은 까만 밤하늘 속으로 타오르던 별과 같이 사라져 있었다.

길었던 키스가 끝나고 숨을 고르는 사이로, 토미는 아담의 가슴에 이마를 기댄 채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 소원, 이뤄진 것 같아.”











- fin. -

TOP ▲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Me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