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you

by. spoileralert1







결혼서약을 쓰는 일은 아담에게 있어선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결혼이라는 건 그가 언제나 꿈꿔왔던 것이었고, 결혼식이라는 건 환상과도 같이 그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곤 했다. 장소는 물론 교회는 아닐 것이었고, 아마도 그에게 맞는 멋지고 넓은 홀을 빌려야 할 터였다. 아담은 그의 모든 친구들과, 부모님과 동생을 포함한 모든 친지 가족들을 초대할 것이다. 세련된 검은 정장에, 가슴 주머니엔 새하얀 꽃을 달아, 음악이 시작되고 그의 친구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면,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준비하는 동안 내내, 그는 이런 장면들을 떠올리며 결혼 행진곡을 흥얼거렸다.


  

***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아담은 책상 앞에 앉아 랩탑을 열어 조용히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손에 들린 펜의 끝부분을 잘근잘근 깨물며 결혼식 때 사용할 음악을 연주해 줄 밴드를 포함해 여러가지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있었다. 찰칵하며 현관 쪽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약혼자가 걸어 들어왔다.

"Hey, babe." 그가 조용히 말했다.

"Hey." 토미는 인사에 대답하며 카운터에 놓인 유리그릇 안으로 열쇠를 집어넣었다. 아무렇게나 신발을 벗어 던지고, 작게 미소짓고 있는 아담을 향해 조르르 걸어와, 허리를 숙여 그의 뺨에 귀엽게 키스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그의 뒤로 걸어가 목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입술을 부볐다. "뭐해?"

"반지 좀 보고 있었어." 랩탑 화면위로 떠 있는 화면을 아담이 마우스로 드래그하자, 많은 종류의 반지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완벽한 걸 찾는 중이야."

아담의 어깨에 턱을 괴고 시선을 들어 눈 앞에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 곳엔 은은한 푸른 빛의 네모난 보석이 장식되어 있는 백금 반지 2개가 떠 있었다.

"예쁘긴 한데, 나한텐 안어울릴 것 같아." 아담의 목에서 팔을 풀고 부엌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난 반지같은 거 필요없어. 그냥 난 너만 있으면 돼."

"알아, 알아, babe.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부모님들 생각은 다르실 테니까. 무엇보다 결혼식에 반지가 없다니 말이 안된다고. 이왕 할거라면 특별한 걸로 해야지."

토미는 한숨을 쉬며, 흘러내린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냉장고 문을 열고 기분좋게 차가워진 맥주병을 하나 집어들었다. 뚜껑을 따고, 아담에게로 다시 걸어와 그의 등 위로 살며시 손을 올려놓았다. "그럼 넌 파란 보석이 있는 걸로 해, okay? 내껀 그냥 아무 장식없는 평범한 걸로 해줘."

아담은 대답하지 않았고, 토미는 침실로 들어갔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아담이 집안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닫혔다. 아담은 언제나 오후 늦게 밖으로 나가곤 했다. 그건 다른 무엇도 아닌, 그들의 결혼식을 위한 것이었다. 웨딩플래너를 만나거나, 플로리스트를 만나거나, 청첩장 디자인을 위한 디자이너를 만나거나, 케잌 데코레이터를 만나기 위한. 토미는 아담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그가 하자는대로 거리를 두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담을 사랑하는 것엔 변함이 없었지만, 결혼식이라는 하나의 행사는 토미에게 있어선 중요한 것도,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시청으로 가 문서 하나만 작성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아담은 파티를 열어 축하를 해야한다 말했다. 토미는 그의 말에 싫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의미가 손님들에게 내놓을 음식들을 결정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나눠줄 선물주머니를 고르기 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이 즐겁다라는 뜻이 될 수는 없었다.  

62명으로 작게 치루고자 했던 결혼식은 어느샌가 백명하고도 스물일곱명이라는 수의 어마어마한 결혼식이 되어있었다. 토미는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이 대체 누군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담과 함께 웨딩플레너인 마크를 만나러 간 날, 결국 그는 폭발해 버렸다. 그들은 초대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토미에게 베이지 색의 속지에 레이스로 둘레를 감싼 크림색의 카드를 원하는지, 옅은 갈색의 속지에 끝부분을 누빔처리한 베이지 색의 카드를 원하는지를 물어더랬다. 그리고 토미는 폭발했다.

"초대장따위 때려쳐! 이메일로 보낼거야!" 그는 소리를 지르며, 훽 몸을 돌려 잔뜩 성난 발걸음으로 건물 밖을 향해 걸어나갔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건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될때면 종종 나타나곤 하는 나쁜 습관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느껴졌다. 결혼식장이라는 게 오래된 도서관이라는 사실 또한 간신히 받아드릴 수 있었는데, 이건 과해도 너무 과했다.

"그냥 도서관이 아니야, baby. 300년이라는 세월이 그냥은 될 수 없어." 아담이 말했었다. "우린 수많은 러브스토리들이 거쳐간 그 장소에서 결혼하는거야." 그는 말을 이으며, 토미의 턱선을 따라 끊임없이 키스를 남겼고, 토미는 무릎이 떨려와 아담의 셔츠를 꽉 움켜쥘 수 밖에 없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말조차도 바보같은 짓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조명들과, 아담이 고른 여러가지 색의 조화들, 음악은 너무 느려 터졌고, 음식들은 너무 비싸기만 했다. 맘에 드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Honey?" 등 뒤에서 아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토미는 담배를 길바닥에 버리고 발끝으로 짓눌러 불씨를 껐다. 아담이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괜찮아?" 걱정어린 시선으로 그가 물었다.

토미는 걱정과 미안함이 내려앉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담은 너무 많은 것들을 벌려두고 있었고, 토미는 그런 그에게 관심을 빼앗겨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 모든 준비들이 아담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런 거라면 토미 또한 행복해야했다.

"Yeah, 괜찮아. 미안. 결혼이라는 걸 너무 얕보고 있었나봐." 아담의 두 팔에 안긴채로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작게 속삭였다.

"미안해할 필요없어. 먼저 집에 가서 한 숨 자둬. 피곤하지?"

"응, 피곤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토미는 말했다. 아담의 품은 따뜻했고, 피부 위를 스치는 바깥의 차가운 공기에 토미는 몸을 떨며 아담에게로 좀 더 가까이 기대었다.

"여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먼저 집에 가 있어." 아담이 꽈악 끌어 안아오며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한 손은 토미의 허리에 두르고, 다른 한 손은 가볍게 뺨을 쓰다듬었다. 아담의 키스에 얕은 한 숨을 내쉬고 입술을 열어 그를 재촉했다. 두 사람의 혀가 살짝 얽혔다 떨어지며, 마치 첫키스의 그 순간처럼 조심스럽게 수줍게 서로를 탐했다.

아담이 먼저 입술을 떼었고, 토미는 사랑스러운 미소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 토미는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을 내뱉곤, 뒷꿈치를 들어올려 그의 뺨에 짧게 키스를 남기고 택시를 잡으러 길을 건너갔다.




***


토미는 거울 앞에 서서, 아래 위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밝은 회색빛의 정장으로, 룸의 조명 아래에서 조금 반짝이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려 귀 뒤로 넘겨져 있던 앞머리를 앞으로 끌어 내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이어서 아담이 웃으며 탈의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세련된 검은 정장에 속에는 하얀 셔츠를 받쳐 입었고, 그의 목에는 멋드러진 은색의 넥타이가 감겨 있었다.

"Holy shit."

"왜?" 토미가 재빨리 말하며, 몸을 돌려 다시 거울을 바라보며 아담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맘에 안들어?" 아담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불안한듯 토미는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야?" 신중히 아래 위로 자신을 훑는 아담의 시선에 몸이 저도 모르게 긴장해 버렸다. "이상해?" 익숙치 않은 불편함에 괜한 옷 소매만 잡아당겼다.

"예뻐." 곧이어 아담이 대답했고, 토미의 뒤로 걸어와 그의 허리에 두 팔을 감으며 몸을 감싸듯 껴안았다.

"정말?" 토미의 목소리에 짧게 웃음소리가 묻어나왔다.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거울을 통해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아담이 대답하며 토미의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거울을 통해 비추어졌다. ; 꼭 딱 맞추어져 만들어진 한 벌처럼 그들은 그 무엇보다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토미에게 현실을 가져다 주었고, 그는 죄없는 넥타이만 만지작거리며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어어-" 아담이 거울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숙여 웃으며 눈을 맞춰왔다. "그건 지금 사랑에 빠진 남자의 한 숨이 아닌데?"  

"알아." 토미가 대답했다. "그냥.. 그냥 너무 크게 느껴져."

"크게?" 아담이 되물었다.

"나보다, 우리보다. 중요한 걸 잊어버릴까봐 무서워." 토미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지금까지 쌓아만 놓고 있던 불안과 걱정이 마침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그의 이런 약한 모습을 처음 본 아담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결혼을 앞 둔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토미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토미, 토미, 날 봐." 그의 목소리엔 당황이 묻어있었지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토미의 어깨를 붙잡아 시선을 맞추려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토미가 고개를 들자, 아담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릴 위해서야." 마치 귓가에서 울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고, 그의 두 눈동자엔 확고한 빛이 담겨져 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냐. 우리 두 사람을 위한거야. 너와 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담이 토미를 끌어당겨 꽈악 품에 껴안았다. "너와 나만을 위해서." 천천히 한 번더 말을 되새기며 토미의 블론디의 머리칼 위에 호흡을 내뱉었다.  

"응." 토미는 고개를 작게 한 번 끄덕이며 말했다. 그 대답은 짧았지만, 목소리는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그 말은 그 어떤 말보다도 위안이 되었다. 토미는 지금까지 그가 바래오던 것이 그의 그 말 한마디였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무엇보다도 '너와 나, 우리' 라는 말을 듣길 원했었다. 언제나의 그처럼. 그리고 그는 언제나의 아담 그대로였다. 위로하듯 아담의 손이 등 위를 아래 위로 어루만져 주었고, 토미는 팔을 올려 그의 허리에 감았다.

두 사람만을 위한. 두 사람만을 위해.




***


결혼식 날의 새벽, 그 날의 아침은 춥고 어두웠다. 토미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앉아, 찬바람이 몰아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 한 번 근사하구나. 그는 아담을 흔들어 깨웠다. 아담은 눈도 채 뜨지 않은 채로 토미의 팔을 붙잡아 힘껏 끌어당겨 품 안에 그의 작은 몸을 가두었다. 토미는 조금 킥킥거려 웃으며 아담의 가슴 위에 얼굴을 부볐다. 작은 한숨과 같은 속삭임들이 오가고, 아담은 토미의 팔에 새겨진 문신들을 따라 손끝을 미끄러뜨렸다. 맞닿은 가슴으로부터 서로의 호흡이 얽히고,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하나였던 것 마냥 합쳐진 서로의 심장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자, 결혼하러 가자." 아담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토미는 그의 쇄골 위로 입술을 맞대며 웃었다.




***


그 도서관은 모두 다섯층으로 되어 있었다. 몇 년 전 확장 공사를 끝마친 덕분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파티와 결혼식으로 예약이 가득차버린 도서관의 프레젠테이션 홀은 지금 다시봐도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은색으로 덮혀 있던 방안은 결혼식을 위해 하얀색과 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예쁜 빛을 발하는 작은 조명들이 새하얀 색으로 뒤덮힌 테이블을 따라 길을 밝혔고, 테이블 중앙에는 와인색의 새빨간 장미꽃이 담긴 작은 유리 꽃병들이 놓여졌다. 작은 네임텍이 붙어 있는 의자 앞으로는 요르단 아몬드가 담긴 선물주머니들이 매달려 있었다. 홀 중앙으로 거대한 공간을 반으로 가르는 새하얀 카페트가 T자 모양으로 펼쳐졌고, 그 시작점엔 화려한 디자인의 커다랗고 우아한 아치가 뽐내듯 세워져 있었다. 그 몇 피트 뒤로 프로젝트가 설치되었고, 사람들이 홀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슬라이드쇼가 시작될 것이었다. 결혼식의 주례는 시청 관계자가 맡게 되었으므로, 그들은 식 후에 따로 시청으로 갈 필요조차도 없었다. 모든 것은 이 곳에서 이루어진다. 결혼식이 끝나면, 카페트를 치우고, 아치를 옮겨, 이 곳에서 바로 리셉션이 시작될 것이었다.

토미는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홀 안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도 붐볐다. 아담과 토미는 가족과 친구에 있어서 신랑쪽, 신부쪽으로 가르길 원치 않았기에, 그들은 모두 한데 어우러져 섞여 있었고,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흘러 지나가고 있었다. 식은 몇 분 후면 시작될 것이었다. 두 사람의 사진들이 프로젝션 스크린에 비추어졌고, 토미는 지금까지도 그 한순간 한순간을 모두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수많은 계절과 수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조금 우스꽝스러운 머리 스타일의 무대에서의 모습과, 여러 색색의 화장을 한 모습까지도 전부. 토미는 문을 닫았다. 지금 그가 대기하고 있는 방 안엔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오늘 그의 베스트맨이기도 한 데이빗이 함께 있었다.

"너 준비된거 맞아?" 데이브가 물었다. 토미는 엄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을 뿐, 작은 방안을 정신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좀 앉는 게 어때. 나까지도 불안해 지려고 하거든?"

"못 앉아 있겠어." 토미는 작게 웅얼거렸고, 밖의 사람들의 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을 깨달았다. 분명 아담이 홀 안으로 걸어나온 것이리라.

그들은 방을 따로 따로 쓰게 되어 있었다. 아담과 그의 베스트맨인 몬테가 한 방, 그리고 토미와 데이브가 또다른 한 방을 사용했다. 지금 아담은 분명 그의 어머니인 레일라와 함께 홀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을 것이고, 이제 곧 자신을 데리러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올 것이었다. 입안에 잔뜩 고인 침을 소리가 들릴 정도로 꿀꺽 삼켜 넘기며, 극도의 긴장으로 발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별거 아니라고, man."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데이브가 말했다. "마음 좀 가라앉혀."

문이 열리고, 토미는 걸어 들어오는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좋아, sweetheart, 준비 됐니?" 그녀의 눈꼬리엔 벌써부터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Oh, honey. 너무 예쁘구나."

"고마워요, 엄마." 토미는 웃어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와 그의 얼굴을 애정을 담은 그 손길로 쓰다듬었다. "진심이란다. 마치 천사같은걸."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곧이어 데이브를 향해 돌아섰다. "올라가보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 걸어나갔다. 토미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홀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의 놀라움에 찬 환호성이 홀 안을 가득 메우고, 토미는 그들의 눈가에 고인 눈물의 반짝임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모두 흐려 보이기만 했다. 지금 토미에겐 오직 한 사람, 이 카페트의 끝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 한 사람만이 보이는 전부였기에. 그는 크게 미소짓고 있었고, 그건 마치 기쁨과 행복에 들뜬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참아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토미가 아담의 앞에 다달았을 때, 그는 어머니의 뺨에 짧게 키스를 남겼고, 그녀가 자리로 돌아가 앉을 동안에도 그녀를 향해 변함없이 영원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곳까지 와주신 여러분들께, 여기 두 사람을 대신해 제가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례가 시작되었다. "오늘 우리는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의 서약의 증인이 되고자, 하나의 가족으로써 새출발을 하는 그들을 축복해 주기 위해 이 곳에 다 함께 모였습니다."  

결혼식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언제나 그러하듯 길고 긴 결혼 서약을 따라 외쳤다.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넉넉할 때에도 빈곤할 때에도, 건강할 때에도 아플 때에도 언제나 서로를 사랑할 것을,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는 그 날까지 영원히 사랑하고 소중히 할 것을 모든 사람들의 앞에서 맹세했다. 그리고 반지를 교환할 순서가 되고 토미는 순간 놀랄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반지는 모두 아무런 장식없는 평범한 반지였다. 갑작스레 솟구치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아 두 눈을 열심히 깜박였다. 아담은 이미 그를 위해 한 발자국 물러서 양보했다. 그를 위해서 자신을 굽혔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곧이어 개인 서약식이 이어졌다. 아담이 손을 뻗어 토미의 손을 그러쥐었다. 토미는 조금 웃어보였지만, 아담의 싱글거리는 시선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자 당황함에 입술 끝이 살며시 떨리기 시작했다. 토미는 한 번 목을 가다듬었고 아담은 눈을 깜박였다.

"아," 그의 외마디 소리가 조용한 홀을 울리고,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려는 사람들의 킥킥거리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Okay, 토미. 널 만나기 전까지, 난 하늘이 이어준 인연이라는 말은 그저 허황된 말일 뿐일거라 믿고 있었어. 내게 꼭 맞는 사람 같은 건 어느 곳에도 없을 거라고 말이야. 넌 내가 상상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 토미는 아담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고, 그래서 그는 아담의 손을 더욱 꽉 붙잡았다. 감정이 맞닿은 피부를 사이에 두고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넌 내 삶에 있어서 절대 나타나지 않을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내 앞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지 몰라. 난 지금까지 곁에 있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고,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널 만나기 전까지는, 토미." 아담의 입술이 조금씩 떨렸고, 그는 토미의 손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것 처럼 감싸쥐었다. 아담은 크게 한번 숨을 삼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널 만나기 전엔, 아침이 오면 잠에서 깨어나야 하기에 일어났어. 하지만 널 만난 후 지금은, 잠에서 깨어나고 싶기에 일어나. 잠에서 깨어 잠든 너의 얼굴을 보고,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너에게 키스하고 싶으니까. 언제나. 아 물론 네가 원할 때의 얘기겠지만." 또다시 홀 안을 울리는 웃음소리에 아담은 잠깐 말을 멈췄다. "토미, 사랑해." 아담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널 사랑해. 내가 죽어 사라지는 그 날까지도 난 언제나 너의 옆에 있을 거야. 네가 외롭다고 느끼지 않도록. 네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넌 내가 살아숨쉬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니까." 그의 말이 끝나고, 조용한 정적안에 그의 목소리가 길게 공명했다.

토미는 언제부터 자신이 참고 있었는지도 모를 숨을 깊게 한 번 내쉬며 목을 가다듬곤 아담의 서약에 대답했다.

"아담." 그는 그 한마디를 내뱉고, 잠깐동안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이름, 그 한마디에 눌러왔던 감정이 격해져, 자신도 놀랄만큼 숨이 막혀왔기에. "아담," 눈물을 참아내려 애쓰며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를 향해 최대한 밝게 웃어보였다. 그것만이 당장이라도 터지려는 울음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지 너도 알거야. 넌 내 모든 모습 하나 하나에 까지도 모두다 참고 이해해 주었어. 너의 그런 끝없는 재능과 우아한 겸손함이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주었어. 너와 함께하는 매일 매일이 놀라울만큼 내겐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해." 잠깐동안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네가 얼마나 내게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넌 아마 모를거야. 홀로 지치고 힘들어 할 때면 넌 언제나 그 곳에 있어 주었어.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을 때에도 너만이 그 곳에 있었어. 친구에서 지금에까지 우린 어쩌면 너무나 빠른 길을 걸어 왔을 지도 모르지만, 난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 너의 모든 것에 감사해. 그 어떤 말로도 고마움을 표할 수가 없어. 할 수 있는 거라곤 내게 남아있는 모든 동경과 사랑을 너에게 주는 것, 이 것 하나 뿐이야." 그는 그 어느때보다 밝게 웃어보였고, 조금 붉어진 눈으로 훌쩍였다. "사랑해." 눈가로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주례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었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 이상 제가 덧붙일 얘기는 없을 것 같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아담, 키스로 두 사람의 선약을 맹세하세요."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에게 기대었다. 토미의 손가락이 아담의 얼굴을 감싸안았고, 아담의 손이 토미의 허리 뒤를 강하게 끌어 안아, 보다 깊게 입맞추었다.

"I love you, Mr. Adam Lambert." 커다란 환호속에서 토미가 작게 속삭였다.

"I love you too, Mr. Tommy Joe Lambert."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띄우며 아담이 말했다.

그들의 눈 앞으로 색색의 색종이 조각들과 반짝이들이 흩날렸고, 그 사이로 토미는 아담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이름이 생각보다 꽤 그럴싸하다고 잠깐 생각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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