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ss me up

by. nanakibh







한 손에 왁스를 조금 덜어 토미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담의 손이 장난스럽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토미는 그저 잡지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며 얌전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정말 행운이었어." 조용한 탈의실 안에 아담의 목소리가 울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뭐가?"

"널 얻은거." 아담의 입술에 조용한 웃음이 걸렸다.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잠깐 시선을 돌렸다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믿기 힘들었거든."

"날 화장시키고 옷을 갈아입힐 수 있었다는 게? 아님," 손가락 끝을 혀로 핥아 잡지 페이지를 넘기며 물었다. "스트레잇이라는 게?"

토미의 머리에 닿아있던 아담의 손가락이 살짝 주춤거렸지만 곧 토미의 앞에 자세를 낮추며 아담의 눈이 토미를 향했다.

"누가 스트레잇이라고?" 물론 몰라서 물어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답이야 당연한 것일거다. 처음 오디션 장소에서의 토미는 데님 청바지에 극히 평범한 티셔츠로 누가봐도 스트레잇 락커였다. 같은 취향의 영화와 아이라이너를 공유한다고 해서 그 두가지가 토미의 나머지 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도, 스트레잇이 아니라고 떠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토미가 확실한 스트레잇이라고 결정을 내리기엔 아담의 머리 속은 조금 복잡했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왔고, 토미 또한 투어가 시작되기 전이든 지금이든 간에 아담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정도는 눈치 챘을 것이었다.

잡지의 또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나인것 같은데, 아마도." 무릎 위에 펼쳐져 있는 페이지를 내려다보며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말은 페이지의 글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페이지는 점점 더 빨리 넘어갔다.

아담은 다시 몸을 일으켜 토미의 머리로 손을 움직였다. 갑자기 내려앉은 이 분위기가 거북스러웠다. 긴장이 두 사람 사이에 벽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만 같았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힘처럼 그 곳에 두 사람만을 가둬 놓는 채로. 아담의 손은 그저 토미의 머리 위에 멍하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가끔씩 손가락 사이에 들어오는 머리카락 올들을 가만히 덧그렸다.

잠시 후 숨을 짧게 내쉬며 생각을 마친 듯 토미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렇게까진 아닐지도." 잡지의 다른 페이지가 또 넘어가고, "스트레잇인 건."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침들이 모두 기화해버린 듯 갈증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 만큼은 그 누구에게라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지금만큼은 이 안으로 아무도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대화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담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니 알고 싶지 않다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당장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이 대화를 멈춰 주길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대로 끝낼 수는 있을테니까.

"그래?" 이런 반응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못마땅했지만 이 외의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나 때문인가?" 라든지 "그렇게 스트레잇이 아니게 된 건 언제부터였어?" 같은 말은 할 수 없었다.

결국 토미는 잡지의 커버를 덮고 아담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잡지책 가장자리 부분에 머물러 있었다. 그 두 눈 속엔 그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지만 긴장같은 것이 살짝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스트레잇이라고 남자를 싫어하란 법은 없잖아?" 토미의 시선이 의자 옆에 놓여진 검은색의 빛나는 크리퍼로 옮겨갔다. "사내녀석 한 명을 좋아하든 여러 명을 좋아하든.. 그게 뭐든지 간에, 그것만으로 내가 게이가 되는 건 아니라고."

그 순간, 아담은 토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더하든, 덜하든, 게이이든, 아니든 어쨋든 그는 아담의 밴드에 반드시 필요한 베이시스트였다.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섹시한 베이시스트. 아담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스트레잇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감정은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어떤 스트레잇들에게도 헤어, 패션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주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 경험은 확실히 신선한 것이었다. 단지 한가지, 그 감정이 향하는 상대가 오직 토미 뿐이라는 것이 그의 제한점이긴 했지만.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담의 손이 토미의 머리 위를 쓰다듬으며 뒷목으로 내려가고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무릎이 맞닿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스트레잇이라도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여기 있는 여자들을 섹시하다고 내가 느끼는 것 만큼. 그 감정이 날 스트레잇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잡지의 가장가리 부분은 이제 너덜해져 조금만 더 하면 찢어질 것 같았다. 토미는 깊게 한 숨을 내쉬며 위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단 한 명, 그 한 남자만을 원한다면, 그건 선을 넘어가는 거겠지? 난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이해할 수 없을거야. 아, 오해는 하지마. 난 그냥- 만약,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날 갑자기 게이로 몰아붙이지 말았으면 한다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무엇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인지 아담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토미의 시선에 대답하듯 눈을 맞추었다. "지금까지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거지?"

토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담이 이해했다는 것에 안심한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미끄러지듯 자리에서 일어나 아담의 몸 위로 무게를 실어왔다. 바닥으로 쓰러지며 아담의 입술에 키스했다. 무릎에 놓여있던 잡지책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담의 한 손은 여전히 토미의 뒷목을 감싸고 있었다.

토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던 그 곳의 감각만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의 모든 감정이 이 한 번의 키스에 죄다 쏟아져 나온듯이. 팔을 움직여 그의 작은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달아오른 뺨이 맞닿았다.

"난 게이가 아니야." 토미의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난.. 나에겐 너 하나뿐이니까."

고개를 돌려 살짝 붉어져 있는 그의 뺨에 키스했다.

"나도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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