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I can never have

by. ismokeopiates







네 눈물의 감촉을 아직까지도 기억해
네 목소리의 울림이 귓가를 떠나지 않아
제일 좋아했던 너의 꿈은 여전히 파도처럼 몰려와
머리 속을 헤집어 더 이상 잠들 수 조차 없어



건너편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남몰래 고개를 숙인채 돌아섰다. 아담의 입술이 테일러의 입술 위로 부드럽게 겹쳐졌다. 최근, 사적인 자리에 있을 때면, 그는 언제나 테일러와 함께 있었다. 물론 그에게 사적인 공간이라는 건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긴 했지만. 주변을 둘러 보았을 때, 그 곳엔 이미 수많은 팬들이 있었다. 아담이 이 클럽에 들어온 것은 고작 10분 전이었음에도, 팬들은 언제나처럼 그 곳에 있었다. 토미는 아담을 바라보았고, 그가 지금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쇼파에서 일어서며 테일러를 끌어당겨 모두가 보는 앞에서 키스했다. 그 눈빛은 도전적이었다. 테일러의 뺨을 핥으며 팬들을 향한 그 강한 시선을 토미는 보았다. 아담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팬들에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가슴 깊은 곳, 아픔이 조금 더 토미의 심장을 도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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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hey, 대체 얼마나 더 마실 생각이야." 바로 옆에서 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토미는 그의 앞으로 몸을 기대었다. 그는 취했을 때면 언제나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곤 했으니까. 손을 들어 그의 존재를 확인하듯 닐의 셔츠 앞섭을 꽈악 붙들었다.

"응? ..뭐가?" 닐을 향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아냐.." 그리고 곧 닐의 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뭐가 아닌데." 닐이 물었다.

그의 셔츠를 두 손 가득 움켜쥔 채로 토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닐은 한 숨을 내쉬었고, 토미의 등을 위로하듯 쓸어주었다. "너 이러고 있는 거 보고 있기 힘들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언젠간 형한테 말해야 할거야."

토미는 놀란듯 몸을 떼어냈고, 닐을 올려다 보았다. 흐려져 있던 시야는 순식간에 뚜렷해졌다. "뭐? 무,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린지 난.. 난 모르겠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마음과는 달리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심장이 두려움으로 빠르게 요동쳐댔다.

"Hey, hey.." 닐이 내려다 보았고, 토미는 그의 눈동자에 비친 동정과 연민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누구의 동정도 원치 않았다. 전혀 힘이 실리지 않은 팔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토미." 그의 목소리는 다소 진지해져 있었다. "날 봐."

토미는 한 숨을 내쉬었다. 끝내지 못한 그 말을 내뱉지 않는 한 그는 놓아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점은 아담과 같았다. 제멋대로 남의 마음에 파고 들어오는, 그 짜증나는 점조차도. 토미는 그를 올려다 보았고, 그 곳엔 조금전과는 달리 걱정이 어린 두 눈이 있었다.

"내가 형에게 말하는 일은 없겠지만, 넌 언젠간 말해야 할거야. 체념할 수 없다면, 그건 널 망치는 길 밖에 되지 않아."

어떻게 그가 알고 있는 것인지 토미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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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언제나 내게 보여주곤 했었어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날 천천히 찢어내고 있어
지금 내 심장을 꺼내 보여줄 수 있다면 아마도 잿빛으로 바래있겠지



무대 위에서만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만 아담의 모든 관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만 그의 부드러운 키스에 의미있는 척 미소지을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만이 그의 가슴에 기대어 키스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이대로 계속되길 바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를 자신만의 것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마지막 앵콜 공연이 끝나고, 아담은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었고, 토미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숴져내렸다. 모두 다 끝났다. 언제나처럼 마지막은 항상 바닥으로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이 전부였다. 공연의 매 순간마다 아담은 그를 흥분의 최고조까지 데려다 놓은 채로, 공연이 끝나고 남겨 주는 것은 무섭게 또아리를 트는 차가운 현실일 뿐이었다. 백스테이지로 걸어가는 그를 향해 테일러가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짧게 포옹하는 그 모습을, 아담의 손이 그를 끌어당겨 웃으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는 그 모습을,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곳에 선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시야에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을 때야 비로소 자신이 아직까지 이 곳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옆으로 꽉 쥐여진 주먹 사이로 손톱이 아프도록 살을 파고 들었다. 아담의 옆에 있는 그는 자신이어야 했다. 그럴 수 있었다. 뒤늦은 후회는 언제나 비참함만을 남기고, 그것만이 지금 그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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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후회만이 남아있어
비록 지금은 달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겐 언제나 같을 뿐이야
어디를 가도 내 눈엔 너만 보여
서서히 잊어 가다가도 병신처럼 난 또 너만 생각해



일곱달 전..

이야기를 주고 받던 한순간, 아담은 토미에게로 몸을 겹치며 부드럽게 그의 입술에 키스해왔다. 곧이어 토미는 아담의 온기에 빠져든채로 그의 키스에 대답하듯 입을 벌려 받아드렸다. 서로의 혀가 수줍게 스치듯 지나가고, 끊임없이 얽기를 반복하는 그 사이로 누군가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토미는 그 누군가가 자신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담은 좀 더 가까이 몸을 기대어왔고, 토미는 아랫배에 와닿는 낯선 존재감에 당황한 나머지, 그를 밀어냈고, 그 순간 그의 두 눈에 비친 자신의 두려움과 절망을 그때는 미처 알 수 없었다.

"난, 난 게이가 아냐."

아담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뒤를 돌아 멀어졌다. 등 뒤로 그렇게 토미만을 남겨둔 채로, 그는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밤 이후, 토미는 아담을 찾아다녔다. 설명해야만 했다. 사과해야만 했지만.. 아담은 호텔의 미니바에 앉아 테일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일러가 조금 그의 앞으로 몸을 내밀었을 때, 토미는 두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아담이 테일러의 어깨 위로 머리를 기대었을 때에, 토미는 어두운 조명의 그림자 안에 선채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밤 아담에게 하고자했던 말은 이제 다시는 하지 못할 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에와서 남아 있는 것은 깊은 후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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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잖아
네가 이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어
그 사실 하나가 날 망가뜨려
무너져가는 그런 내가 두려워
네가 이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잖아
네가 이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어
난 그냥 원할 뿐이야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한가지만을 원할 뿐이야



아담이 어깨에 팔을 둘러왔을 때, 토미는 움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Hey, 토미. 어젯밤엔 왜 안왔어?"

"그냥 좀 피곤했어." 옆으로 와닿는 그의 온기에 기대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며 토미는 앞만을 바라보았다.

"그럼 오늘밤은 어때?"

아담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한 숨을 내뱉었다. 그에겐 어떻해서도 '싫어'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바라봐 줄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바로 자신인 것처럼 바라봐 줄때면 항상.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Okay, 좋아! 제대로 놀아보자고!" 아담은 그를 향해 웃어보였고, 어깨를 감싸쥔 손에 잠깐 힘을 주었다 풀어냈다.

토미는 곁에서 멀어지는 아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서 멀어져 테일러의 옆으로 다가가는 그를. 테일러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는 그를. 아담의 뺨 위로 테일러의 손이 와닿는 순간까지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행복해보였다.

울컥 솟구치는 감정에 급히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밖을 향해 걸어나갔다. 푹 숙인 고개 사이로 거의 달리다시피한 걸음걸이에 마주오던 닐과 부딪힐 뻔 했다.

"토미, 너 괜찮아?" 닐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자신의 곁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닐이라는 사실이 우스웠다. 언제나 빈정대기 바쁜 그에게 이런 다정한 면이 있었는지 누가 알았겠어?

그의 물음에 대답하기 전, 잠시동안 생각했다. 아담이 가기로 한 그 클럽에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지, 밤새도록 춤추며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는 그 두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야 할지, 또다시 부서지는 심장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자신과는 달리 아담이 얼마나 행복해 보일지, 그는 생각했다.

"괜찮아 질거야."


단지 난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하나만을 원할 뿐이니까.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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