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ing the view

by. lilmizsparrow







"눈 떠봐, 토미."

토미의 어깨 위로 턱을 괴어오며 아담이 말했다. 조명에 밝게 빛나는 블론드의 머리칼이 좌우로 저어대는 고개를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싫어'라고 조그맣게 입술을 벌려 말하는 토미의 두 눈은 꽉 감긴 채, 그의 말을 거절했다.

아담은 한 숨을 내쉬며,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 저마다 밖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따스한 손이 토미의 팔 위로 미끄러졌다.

"Come on, 토미.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대로 돌아갈거야? 적어도 한번은 봐줘야지. 아깝잖아." 그의 목소리가 토미의 귓가에 다정하게 내려앉고, 그의 호흡이 바로 옆에서 흩어졌다.

익숙한 감각의 흐름에 얕은 한 숨이 쏟아지고, 그 온기에 토미는 조금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그의 두눈은 여전히 꽉 감겨진 눈꺼풀 밑으로 숨은 채 드러나지 않았다. "싫어." 두려움에 흔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담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고,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다정히 어루만지던 손에 힘을 주어 그의 팔을 단단히 그러쥐었고, 그대로 품으로 끌어 당겼다.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강한 존재감. 토미는 가끔씩 그 안에서 위안을 얻길 바란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잘게 떠는 몸을 감싸 안았다. 토미는 언제나처럼 아담의 팔 안에 기대어 왔고, 아담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여 그의 귓볼에 입술을 누르며 조용히 속삭였다.

"눈을 떠, 토미. 무섭지 않아. 야경이 정말 환상적인걸. 네가 예쁜 걸 얼마나 좋아하는 지 난 알아."

토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담의 확실한 그 존재감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두려움이라는 그 감정 사이에서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괜찮아. 내가 곁에 있어. 놓지 않을테니까. 약속할게." 토미의 드러난 가는 목선을 따라 부드러운 키스를 남기며 아담이 말했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그 감각에 조그만 한 숨이 토미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고, 아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숨어있던 감정의 문을 두드렸다. -아담은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알고 있었다.- 어깨 위를 무겁게 짓누르던 긴장이 조금씩 녹아사라져갔다.

"약속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만약, 지금 이 강한 두 팔의 주인이 다른 그 어떤 누구라 한다면, 그는 아마도 굉장히 바보같아 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담이었으니까.

"약속해, baby. 난 절대 놓지 않아." 대답하는 아담의 목소리는 너무나 다정해서 설령 그 말이 순간을 위한 거짓이라 해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토미의 허리를 둘러감은 그의 팔이 좀 더 강하게 그의 몸을 끌어 안아왔고, 토미는 고동치는 심장의 박동이 손 끝에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토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몸 속으로 파고드는 이 두려움에 마주하고 그의 말에 자신을 맡기는 것, 그건 분명 의심할 여지조차 없이 가치있는 일이 될 터였다. 아담의 즐거워하는 그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그의 의지를 가로막았고, 미칠듯한 심장의 박동은 멈추지 않은 채 끊임없이 그의 혈관을 두드려댔다.

"알았어," 마침내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아담의 품 안으로 가능한 한 깊게 몸을 파묻고, 그의 가슴에 기대어 깊은 숨을 들이마쉰 후, 두 눈을 열었다.

"Shit," 참고 있던 호흡과 함께 터져나온 그의 말은 한 숨과도 같이 너무 작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담은 분명히 들을 수 있었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그의 목을 울렸다. 그는 다시 한번 토미의 어깨 위로 턱을 괴었다.

"아름다워." 미소와 함께 그가 조용히 속삭였다.

"응," 이 한마디가 지금으로써는 토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폐 속 깊이 공기를 채우고 다시 내뱉는 모든 호흡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느라 더이상의 말은 할 수 없었다. 터져버릴 것처럼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파리 시내의 모든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불빛에 반짝이는 세느강의 잔 물결들과 저 멀리로 Arc de Triomphe 까지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은 정말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몸 안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쳤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있는 곳이 파리라는 것을, 에펠탑 위,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그 끝에서 몇 백년의 역사가 쓰인 이 곳의 건물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아담의 덕분이었다. 언제나 등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 한사람. 가끔씩은 의지와는 달리 높은 곳에 대한 그 공포에 몸이 떨리기도 했지만,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마치 신의 영광과도 같이 반짝이는 지금의 파리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는 두고두고 후회했을지도 몰랐다.

두려움은 여전히 그의 안에 존재했다. 어지러울 정도의 높이에 머리 속은 마치 물 위를 붕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공포라는 것은 결코 고쳐지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담의 품 안에서 그는 편안했다. 눈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아담의 고른 심장박동에 맞추어 천천히 쉼호흡을 했다.

서로의 숨소리와 함께 조용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밤 바람에 흩날리는 밝은 블론드의 머리칼과 함께 토미가 몸을 조금 움직였을 때, 아담은 그의 허리에 두른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토미는 고개를 돌려 아담을 올려다 보았고, 아담의 시선은 이미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는 미소지었고, 팔을 들어 허리에 감긴 아담의 손 위에 자신을 손을 올려다 놓았다.

"고마워." 그 한마디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그 곳엔 두려움으로부터 그를 붙잡아 준 것과 함께, 이 곳으로 데려와 준 것,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어 준 것까지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가만히 겹쳐진 손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얽으며 아담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미소는 어딘가 지금까지와 달라져 있었다. 그 무엇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의 눈 안에 비친 단 한사람을 위해 준비한 그런 보석과도 같이.

"천만에." 그리고 토미는 그의 그 한마디가 자신을 끌어안아 준 것에 대한 것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언제나의 아담, 그와 같이.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그의 말들 속에 숨겨둔 그 뜻을 토미는 찾아낼 수 있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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