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by. maggy_97







"그 사람 사랑해?" 물어야 했다. 알아야만 했으니까. 아담의 입으로 직접 그 말을 들어야만 했다.

"아마도."

"No, 아마도 라는 건 없어, 아담. 사랑해, 사랑안해?"

깊은 숨을 삼키는 아담의 호흡이 귓가에 흩어졌다. "Yes, 토미, 그를 사랑해."

"Okay."

그것이 들려줄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그 외에 어떤 말을 할 수 있겠어? 단 하나를 제외하곤: '잘 됐어!' 하지만 할 수 없었다.

떠나야만 했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어야할 이유를 잃었기에. 아담의 곁을 스쳐지나다,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버렸다. 어떤 말이라도 건낼 수 있기를 바랬지만, 하고자 했던 말들은 혀 끝에서 모조리 증발되어 버렸다. 그 곳에 두 눈을 감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온기와 그의 향기가 희미하게 전해져왔다. 그의 품에 안겨 작별인사를 나누고, 그의 입술에 입맞추고 싶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 여전히 그럴 수 있는 것인지, 더 이상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도 원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토미?" 아담이 주저하듯 물었다. 그 불분명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껴안아도 괜찮은 것인지 그에게 물을 수 없었다. 아니 묻고 싶지 않았다. 집착처럼 들릴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담이 밀어낸다면,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건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렇기에 그저 그의 가슴 위로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고마워." 그리고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슨 소리야, 토미?" 그의 혼란한 감정이 고스란히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문가에 선 채, 아담을 향해 돌아섰다. "솔직하게 말해 준 것. 친구로 있어준 것. 지금까지.. 지금까지의 전부, 모든 것들," 조용히 숨을 삼켰다. "고마워." 복도로 나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어떻게 집까지 오게 되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마이크의 의아한 시선을 무시한 채,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조용히 문을 닫고,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그제서야 지금까지 참고 참았던 감정이 소용돌이 치듯 가슴을 휘저어댔다. 심장을 때려댔다. 세게, 거칠게. 그건 무척이나 낯설었다. 어디에서부터 이 감정들이 흘러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대체 어떤 감정인지, 무엇이라 이름붙어야 좋은 것인지 이해하려 애썼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무엇인지 생각했다. 질투. 하지만 지금 이 감정은 지금까지의 그저 그런 '난 어디가 부족했던 걸까'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좀 더 배신감에 가까운, 심장을 콕콕 찔러대는 아픔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no, 이건 질투가 아니다. 화가 난걸까? 주먹을 그러쥐고 누군가의 얼굴을 내려치고 싶은, 손에 닿는 게 무엇이든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 또한 아니었다. 그러니까.. no, 화가 난 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감정은 무엇인걸까.

왜, 어째서 이토록 이렇게.. 슬퍼? 그래, 슬펐다. 그 순간 거대한 슬픔에 집어삼켜진 듯 그 한 감정이 전신을 덮쳐왔다. 하지만 어째서?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가는 아담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길 바랬다. 그는 사랑에 빠질 자격이 있었고,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행복해야만 했다. 그가 사랑한다 말한 남자는 정말로 좋은 녀석이었고, 아담 또한 거짓없이 행복해 보였다. 슬퍼할 이유따윈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감정을 다른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슬픔을 정당화시킬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지금 당장만큼은 그저 받아드리기로 했다. 그저 이대로. 그 어떤 곳으로 갈 필요도, 그 어떤 것도 할 필요 없었다. 이젠 더이상 그렇게 하길 기대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가장 좋아하는 검은색 담요를 손안 가득 움켜쥐고, 턱 아래까지 끌어올려 덮었다. 언제나처럼 편안했고, 따뜻했고, 그 포근함에 기댈 수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누워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비어버린 시선으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휘몰아치던 슬픔은 사그라져 있었고, 창밖으로 비치는 까만 하늘은 잿빛으로, 푸른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그 어떤 의미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슬픔은 떠났지만, 그와 함께 다른 모든 감정도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그 곳에 덩그러니 빈 껍질만을 남겨둔 채. 텅 빈 공허감만이 느껴졌다. 완전한 혼자.

이성적으로는, 홀로 남겨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제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이전과 같았다. 태양은 어김없이 눈부셨고, 창밖의 새들은 언제나처럼 지저귀었다. 자신은 여전히 자신일 뿐이었고,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감은 변함없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사랑함은 변함없었다. 모든 것이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달랐다.

가슴에 뚫려버린 그 공허감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소중하고 소중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아이처럼 굴지 말자고, 멍청한 생각은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아무것도 잃은 것은 없다 되내었다. 아담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친구로 남아있었고, 그건 언제나와 같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평생의 친구,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 시점,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그 사실만큼은,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그렇지?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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