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kiss you

by. blue_soaring







"졸리면 들어가서 자," 맞닿은 아담의 다리가 움찔 떨렸을 때, 토미는 세번째로 말했다.

TV의 명멸하는 화면과 함께 아담은 고집스럽게 좀 더 가까이 토미에게로 몸을 붙이고, 기어코 그의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안 졸려."

토미의 선택대로 그들은 아담의 집에 있었다. 물론 토미가 그의 아파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곳에 아담이 오는 것은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그건 그의 인생 안으로 아담이 들어오는 것이 싫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아담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그가 함께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언제나 그는 어울렸다. 하지만 토미에겐 룸메이트가 있었고,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게다가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웃들까지. 그러니까 이편이 훨씬 나았다. 여기라면 아담은 오로지 그만의 것이었으니까.

"그래? 그럼," 아담의 부드러운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놀리며 토미는 말했다. 샤워한지 몇 시간이고 지난 후에도, 아담에게선 여전히 장미향이 가득한 샴푸 향기가 스며나왔다. 그리고 무거운 한 숨을 내쉴때면 민트향의 치약향이 났다. "나도 어차피 아직은 안 졸리니까."

"너 어젯밤도 거의 날샜잖아." 꾸벅꾸벅 졸며 아담이 말했다. 그의 눈은 감겨 있었고, 뺨은 토미의 무릎 위를 누르고 있었다. "몇 시야?"

"3시 넘었어." 토미는 TV 화면을 힐끗 바라보며 어떤 화면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엔 항상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뭐 그렇게 자주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 시즌을 보고자했던 True Blood도 1시즌 이후론 어떻게 됐는지 알수 없었고, 솔직히는 더이상 관심도 없어졌다.

깨어있을 때의 아담은 전혀 멈출 줄을 몰랐다. 언제나 그의 표정엔 수많은 감정들이 잘도 나타났다. 친구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미소에서부터 가사 작업이 한창일 때의 집중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순간에까지 찰거머리처럼 붙어대는 파파라치들을 향한 그의 화난 모습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반면, 잠들었을 때의 아담은 마치 마구 써버렸던 생기를 모으려는 듯 차분하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부드러운 그의 윤곽은 눈으로 쫓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해야만 한다면, 기억으로부터 아담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낼수도 있을 것이라 토미는 확신했다. 새까만 색의 연필로 왼쪽 눈썹의 가는 선에서부터 주욱 선을 그어 내려와 정확히 그의 주근깨만큼 희미한 점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 위의 주근깨까지 장식할 수 있었다.

그만큼 아담을 향한 감정은 강했다. 좋거나 나쁘거나, 그 어느 누구를 향한 어떤 감정보다도 강했다.

아담의 두 눈이 깜박이며 열렸을 때, 토미는 조용히 말했다. "Hey pretty," 그의 잠에 취한 미소가 활짝 꽃을 피웠다.

"Hey," 아담은 말하며, 토미의 티셔츠 위로 얼굴을 부비며 잠에서 깨려 애썼다. "내일은 스케쥴도 없으니까 안자도 돼. 여기 있자."

여기라는 곳은 토미 또한 그가 머물러 있어 주길 원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버젓이 편하게 잠들 수 있는 곳을 내버려두고 이 곳에 있을 이유는 딱히 없었다. "졸리면 들어가서 자. 나도 갈게."

"아니." 아담은 말했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그는 고집불통이었다. "안 졸리게 말 좀 계속 시켜봐."

하지만 토미는 계속이고 아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고, 꿈 속과 현실 사이의 조용한 장소로 그를 몰래 어르며 되돌렸다. 그들이 함께 한 밤은 수없이 많았고, 버스 안에서건, 낯선 호텔 방에서건, 서로를 위해 잠을 달래곤 했다. 대부분 잠에 취하곤 하는 사람은 아담이었다. 토미는 유명인사도 아니었고, 4개의 인터뷰와 3개의 방송사에서 달려드는 황금덩어리도 아니었으며, 매 공연 전마다 팬들을 위한 M&G를 준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아담이 뇌사 직전의 환자처럼 몽롱한 상태로 헤매고 있지만 않는다면 그는 언제나 기꺼이 밤을 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치사하게 이럴래." 아담은 잠에 취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내뱉었고, 천천히 몸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다시 스르륵 감겼다.

"뭐? 내가 언제?" 토미는 말하며, 바닥을 더듬어 리모콘을 찾아 이미 거의 들리지 않던 음량을 좀 더 낮추었다. "치사한 건 내가 자장가를 부를때지."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에 토미는 두려움 대신 걱정이 앞섰다. 아담의 앞에서 노래라는 소재를 꺼내는 누군들 안그렇겠어? 아담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호오? 그럼 이제부터 '잘자라 아가야' 좀 들어볼까나."

"꺼져. 그거 진짜 거지같은 자장가야." 토미는 말했다. "그게 자장가면 다들 하나같이 요람에서 떨어져서 정신병 앓겠다."

아담은 낮고 나른한 웃음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작게 흥얼거리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높은 지붕 위에서, 바다 밑까지, 내 아기만큼, 예쁜아기가 없네."

"그 부분은 괜찮아." 아담의 입술을 엄지로 덧그리며, 토미는 두 눈을 감고, 개구쟁이 꼬마시절을 회상했다. 그리고 곧 그는 무언가를 생각해낸듯, 내장에서부터 차오르는 부끄러움을 무시하고 조금 음을 낮춰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쉿 아가야, 아무 말도 마렴. 아빠가 앵무새를 사다 줄게. 만약 그 새가 지저귀지 않으면, 아빠가-"

사라져버린 목소리에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아담이 말했다. "나한텐 뭘 사다 줄건가요, 토미조?"

전혀 기억나지 않는 가사에 멍하니 있다 토미는 말했다. "넌 필요없잖아."

"선물을 꼭 필요해서 받는 건 아니라고?" 아담의 손끝이 천천히 토미의 허리를 쓰다듬다 골반 근처에서 멈춰섰다. "계속 불러봐."

"까먹었어."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다 줄게," 토미의 손바닥에 입술을 눌러 키스하며, 아담이 노래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다 줄게," 토미는 따라부르며, 아담의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거울과 숫염소, 수레와 황소, 그리고 다시 가사를 잊어버렸을 때, 대신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아담과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은 가락에 틀리지 않고 정확히 노래할 수 있는게 고작이었고, 필요하다면 발성까지 할 수 있었지만, 너무 높은 톤을 노래하기엔 그는 미숙했고,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목소리가 사라져 버리자, 아담은 말했다. "왜 멈춰?"

"그만 할래," 토미는 말라버린 목으로 말했다.

"그럼 아무거나 불러봐."

"Manson 노래로는 너 잠 못자." 사실 토미의 머리 속엔 Manson 말고도 수많은 노래들이 맴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멜로디들끼리 얽히고 설켜 뒤범벅이었다. 그 중에서도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곡을 찾으려 애썼다. 그런 곡은 정말 드물었지만,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는 Dashboard Confessionald의 Better 전주 부분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머뭇거리며 가사를 채워넣었다.

누군가의 기대가 있다는 건 부담스러웠고, 그렇기에 그는 어쩐지 그 기대수준에 못 미친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노래는 이미 머리속에 깊이 뿌리 박혀버려서 다른 곡은 찾을 수 없었다. 반도 채 부르지 않았을 때, 아담은 뒤척이며 몸을 일으켰고 곧이어 토미의 목소리는 아담이 키스로 입술을 막아버림으로써 3번째로 사라져버렸다. 짙게 가라앉은 어두운 방안에서 단 둘뿐이라는 사실은 주변으로 펼쳐진 모든 것들을 잊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공연, 한번도 가본 적 없었던 낯선 나라들과, 팬들과 돈, 토미는 이 모든 걸 좋아했고, 그것들을 가짐에 감사했지만, 아담이 곁에 있는한 그 곳이 어딘가에 있는 비좁고 더러운 구석진 방이라고 해도 그보다 행복한 곳은 없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그의 인생은 언제나 음악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단 한가지 생각지 못한 것이 있다면, 함께 음악을 하는 게 누구인가에 따라 그의 인생이 보다 더 가치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토미의 마음을 읽은 듯 아담이 말했다. "반지로 괜찮아, 너만 원한다면." 잠에 취해 무방비한 상태의 그 온기와 편안함이 서로의 피부 위로 내려앉았다. 그건 요구도, 빙빙 돌려말하는 암시의 의미도 아니었다. 그저 그는 토미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뽑기에서 하나 뽑아다 줄게." 아담이 입술에 가볍게 다시 한번 키스했을 때, 그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갑작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별이랑 반짝이도 붙어있는 걸로."

"모든 녀석들이 노리고 달려 들겠는데," TV의 점멸하는 빛에 눈동자를 빛내며 아담이 말했다. 그는 지금 완전히 깨어있었다.

"내버려둬," 토미는 말했다. "내 반지는 한 사람만을 위한 거니까." 그리고 그는 아담을 뒤로 밀어 쓰러뜨리며, 아담의 입안으로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던져넣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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