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up in the sky!

by. bexless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shit!"

추락하던 몸이 갑자기 멈춰서자 어리둥절해 졌다. 아니 조금 당황했다랄까. 허리와 다리에 둘러진 남자의 단단한 팔이 느껴졌다. 바로 공중에서! "어, hey!" 혹여나 떨어뜨릴까 급히 남자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외쳤다.

"Hey." 토미의 말에 간단히 대답해주며 남자의 몸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옥상 위에 토미를 내려놓았다. 물론 상냥하게. 그리고 등 뒤로 말려 올라간 셔츠의 주름을 다정하게 펴주며 말했다. "괜찮아?"

"그런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상황에 비틀거리며 옥상 난간 밖으로 몇 걸음 헛딛자마자 눈 아래로 들어오는 풍경에 재빨리 안쪽으로 뛰어내렸다. 내장이 반으로 접히는 것만 같았다. "하아, 이건 좀 너무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요."

"꼬마들은 원래 높은 곳을 무서워 하나? 이해가 안돼. 작은 녀석들만 걸리는 공포증이라도 있는건가."

"죽음에 대한 공포죠.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한거라구요. 어쨋든 고마워요."

"별 말씀을." 남자는 완벽한 미소로 대답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남자의 얼굴을 비추고, 단호하게 다물어진 턱과, 뚜렷한 이마가 눈에 들어왔다. 딱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의 모습. 하지만 그 미소는 곧 남자의 입가에서 사라졌고, 미간을 한껏 찡그리며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설마, 자살이라거나 시도한 건 아니지?"

"아니예요! 난, 그러니까-" 토미는 헛기침을 몇 번 내뱉고는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친구랑 창가에 앉아 있다가.. 저기.. 조금 잘못 기대는 바람에.."

남자의 완벽한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잘못 기댔다고?"

".. 조금 약에 취해있었어요." 솔직하게 얘기를 털어놓자마자 걱정이 몰려왔다. "경찰서에 가야 하나요? 한번 만 봐주시면 안되요? 엄마가 알면-"

"Honey, 일하는 중만 아니었다면 나도 끼어달라고 했을테니 걱정마."

남자의 말에 토미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그 사실보다도 더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슈퍼히어로는 정말 최고의 영웅이었다. 토미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언론에서는 그 외모만을 부각시킬 뿐으로 이렇게 멋지고 쿨하고 조금은 뻔뻔한 영웅의 모습은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펴본 그는 보통의 다른 영웅들의 옷보다 조금 더 타이트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고, 강한 의지와 그 광채가 겉으로도 보일만큼 압도적이었다.

전신을 뒤덮은 검은색 수트의 가슴쪽에는 복잡하게 얽힌 선들에 둘러쌓인 눈동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건 정말 멋졌다. 다리 위에서 부터 시작해 목의 끝부분까지 그의 수트는 마치 검은 불꽃처럼 번쩍였고, 그의 부츠는 많은 버클들로 둘러 쌓인 채 빛나고 있었다. 어깨에서 펄럭이는 긴 망토는 태양빛을 그대로 흡수하듯 끊임없이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 남자의 단단한 허벅지에 둘러진 벨트와, 그의 높은 콧대와 멋드러진 뺨을 뒤덮은 검은 마스크. 그 특이한 마스크는 옥상의 강한 바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그의 머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잿빛이 섞인 그 푸른 눈은 한 번 그와 눈이 마주친 사람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글램버트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장난끼 가득한 미소로 토미에게 말했다. 그 시선은 불같이 뜨거웠다.

"토미예요." 글램버트가 내민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 손은 따뜻했고, 악수 한번만으로도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손톱에는 검은 메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 "날 구해 준게 당신이라 정말 기뻐요! 최고라구요!"

"최고라.." 글램버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잡고 있던 손을 미끄러뜨려 토미의 팔을 붙잡고선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정확히 얼만큼 최고인지 말해봐."

"글쎄요, 당신이 살려준 내 목숨만큼?" 유혹하듯 살짝 웃으며 보다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글램버트의 단단한 팔이 허리에 감기고, 토미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글램버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리고, 그리고-

"아담!" 옥상 반대편에서 누군가의 경고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글램버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며 토미를 품에서 떼어냈다.  

"뭐야." 목소리엔 짜증이 한껏 묻어 있었다. "이제 키스도 규정위반인거냐."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거야? 당연하잖아!"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소리쳤다. 그 남자 또한 슈퍼히어로의 차림이었지만 글램버트에 비하면 수수한 모양새였다. 옥상을 가로 질러 있었기에 자세한 복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망토는 체크무늬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의 반은 두건으로 가려져 있었다.

"목숨을 구한 당시의 그 어떤 상황에서도 키스하지 말것." 체크 두건이 강조하듯 말을 이었다. "너 설마 그 빌어먹을 규정서를 안읽어봤다고는 못하겠지?"

"뭐," 토미에게서 한발자국 떨어져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도 같긴하네."

"키스하려 한게 아니예요!" 토미는 큰 소리로 말했지만 그 둘 중 어느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체크 두건이 말했다. "그 머저리같은 마스크는 도대체 어디서 난거야."

"내 마스크라고!" 글램버트가 소리쳤다. "마스크의 종류까지 규정위반이라고 말할 생각은 아니겠지?"

"마스크는 눈을 가리기 위해 쓰는거다! 근데 넌-"

"너같은 구식 마스크는 내 머리를 망치니까."

"만약 길에서라도 마주치게 되면 저 녀석은 널 알아볼거라고!"

"꼬마 앞에서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게 누구시더라." 아담이 이겼다는 듯 얄밉게 미소지었다.

토미가 체크 두건을 가르키며 말했다. "맞아요! 아담이라고 분명히 들었어요!"

체크 두건이 당황한듯 눈을 깜박였다. - 아니 깜박이는 것 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두건에 가려져 있으니까.- 그리고 실수에 대한 좌절감에 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젠장." 글러브를 낀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작게 내뱉었다. "망했어. 역시 실전은 이른걸까."

"우린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아담의 확고한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시작부터 능숙하게 해내는 녀석들은 없어."

"저기," 토미가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서로 아는 사이예요?"

"아는 사이? 서로 못죽여 안달난 사이겠지."

체크 두건이 아담의 말에 찌릿 눈총을 주곤 말을 이었다. "파트너야."

비꼬듯 아담이 고개를 돌려 중얼거렸다. "그건 니가 날 방해하기 전의 일이고."

"보고하는 것도 파트너의 임무였지, 아마?" 짧게 말을 남긴채 순식간에 체크 두건은 하늘 위로 사라졌다.

"말뿐이니까 걱정마." 위로하듯 토미를 향해 말했다. "저 녀석만의 애정표현이거든."

"그리고 당신의 파트너니까요." 조심스럽게 토미가 말했다.

"뭐 그렇지." 라고 웃으며 말한 후 바라본 토미의 얼굴에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 파트너가 아니라 트레이닝 파트너! 이런, 오해하지마. 아카데미에서도 줄곧 같이 훈련했었거든. 룸메이트기도 하고. 사실은 멋진 놈이야."

"아, okay."

"지금 당장은 너에게 키스할 수 없어." 아담의 표정에 아쉬움이 남았다. "난 널 구했을 뿐이고, 내겐 지금 너와의 일이 첫 임무이자 첫 실전 테스트 같은 거니까. 그 녀석을 봐서라도 좋은 성적을 따내고 싶거든."

"네, 이해해요." 실망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토미가 말했다.

"키스 대신 내 번호는 어때? 물론 네가 원한다면 이겠지만." 마치 자신이 슈퍼히어로인 사실을 잠시 잊은 듯 아무렇지않게 휴대폰 번호가 적힌 카드를 내미는 아담을 향해 토미는 간절한 마음 그대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를 받았다.

"아담 램버트," 그를 힐끗 쳐다보며 토미가 말했다. "당신의 슈퍼히어로 이름은 여기 앞에 G만 붙인거네요?"

"어차피 비밀 신분같은 건 소용없으니까." 어깨를 으쓱하며 아담이 말했다. "좋아, 이제 널 안전하게 저 아래에 내려다주기만 하면 내 임무는 완료야. 이대로 괜찮지?"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작게 미소짓는 토미를 보며, 아담은 짧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번쩍 토미의 몸을 들어 두팔에 안았다.

"꽉 붙잡고 있으라고." 말을 끝마치자 마자 두 사람의 몸은 하늘 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 fin. -

TOP ▲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Me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