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blooded

by. zams







추웠다. 씨발 존나 추워. 어느 정도냐면, 동상이면 다행일 정도. 손끝이 죄다 시퍼렇게 변할 정도로 춥다하면 설명이 될까. 그리고 이건 전부 저 빌어먹을 아담의 탓이었다.

끙끙 억지로 소파 위에 몸을 앉히고서는 그 옆으로 있는 담요를 집어 올리자마자 몸에 칭칭 둘러 감았다. 그의 몸엔 이미 3개의 담요가 덮여 있던 상태였음에도 말이다.

그야 토미는 캘리포니아 소년이었으니까, okay? LA는 언제나 따뜻하고, 햇빛도 쨍쨍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도시다. 그리고 그게 그는 좋았었다. 근데 지금 그 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아담과의 일주일이나 되는 휴가를 다른 곳도 아닌 이런 개거지 같은 콜로라도의 어딘지도 모를 한복판에서 보내야 된다는 게 말이나 되겠냐고! 토미는 거의 절망의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담은 정말이지 매우 들떠서는, 여기서 있을 날들이 얼마나 재밌을지에 대해 혼자 신나게 떠들어 댔었다. 예를 들면, 밖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 일이라든지, 뜨거운 핫초코를 마시는 일이라든지, 그런 로맨틱한 것들. 그리고 well, 토미는 아담의 다정하게 어르는 말투와, 강아지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눈빛엔 언제나 꼴 뵈기 싫은 백기가 눈앞에서 펄럭 펄럭,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알았다는 말이 먼저 입 밖으로 나가곤 했다. 게다가 그 때엔 장소가 침실이었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니었다면, 분명 그 대답은 ‘씨발, 장난쳐? 절대 안가.’가 되었을 테니까.

그런고로, 지금 그는 문명화에서 1시간 반이나 떨어진 방 4개의 오두막집에 박혀 있는 신세가 되었다. 발등까지 덮는 큼지막한 잠옷에,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보이긴 한데 전혀 따뜻하지 않은 모닥불 앞의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담요를 4개씩이나 칭칭 감고서는 그 사이로 눈만 빼꼼 내민 채. 하지만 여전히 가실 줄 모르는 추위에 몸이 덜덜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아담!” 그는 소리 질렀다. “너 씨발, 당장 일로 안와?!”

“1초만!” 아담은 대답했고, 그가 부엌에서 거실로 걸어오는 동안, 토미는 대체 저 모닥불은 장식이야 뭐야 투덜거리며 잔뜩 눈을 흘긴 채 노려보고 있었다.

“너 1초 지났어.” 최대한 화난 척 하려 했지만, 딱딱 부딪히는 이빨 덕택에 그건 허투로 돌아가 버렸다.

“누가 보면 얼어 죽는 줄 알겠다.” 소파 앞의 탁자 위로 하얀 김이 폴폴 올라오는 2개의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아담이 말했다. “영하 10도 밖에 안돼. 춥지도 않고만.”

“그래, 너 잘났다!” 토미는 말했다. “LA에선 추워봤자 10도라고! 그러니까 여긴 충분히 존나 추워! 그리고 뭐? 춥지도 않다고? 지도 캘리포니아에서 산 주제에!”

“아,” 아담이 말했다. “근데 난 인디아나에서 태어났거든. 그래서 추위에 강한가. 선천적으로?”

토미는 코웃음을 치며, 좀 더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개소리.”

아담은 그를 향해 눈을 흘겼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토미의 짜증을 더욱 돋우기만 했을 뿐이었다. “안아 줄까?” 그가 물었다.

“흐응- 싫네요. 나 지금 화났어.” 토미는 담요를 그러쥐고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너야 얼어 죽든 말든.”

“하지만 난 따뜻한데?” 아담이 말했다. “응? 내 무릎에 앉기만 하면 되잖아? 그 다음은 내가 다 알아서 따뜻하게 해줄게.”

토미의 두 눈이 가느다래졌다. 유혹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담은 언제나 따뜻했고, 확실히 둘둘 감고 있는 이 따위의 담요보다야 훨씬 더 기분 좋은 온기를 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바였다. 하지만! 여전히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빌어먹을 오두막 산장에 끌고 와서는 웃기지도 않은 추위에 덜덜 떨게 만든 장본인이 아담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 사실. 게다가 여기엔 그 흔하디흔한 히터 하나 없었고, 그저 2개의 난로뿐이라고! 아담은 좀 당해봐야 해! 안 그래?

“얼른, baby.” 아담이 말했다. “이렇게 추워할 줄은 몰랐어. 미안해. 그러니까 만회할 기회를 줘. 널 위해 특별히 스페셜한 핫초코까지 이렇게 대령했는데.”

이건 또 무슨 술수야. 토미는 머그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스페셜은 뭐야.”

“보드카랑 베일리스를 조금 섞었지.” 탁자 위의 머그잔 하나를 집어, 토미의 앞으로 건네며 아담이 말했다. 물론 그를 낚으려는 속셈으로.

씨이, 아담, 이 치사한 새끼.

토미는 들썩이는 입술 끝을 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재수 없어.” 단단히 여몄던 담요의 앞을 풀며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나마도 모았던 온기가 사라질세라 재빨리 아담의 무릎 위에 폭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그 잠깐 사이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에 끙끙 거리며, 아담의 턱 아래에 고개를 파묻었다. 행복한 온기를 가득 담은 머그잔을 보채듯 아담의 손에서 받아들고, 얼굴 가까이 가져간 후, 길게 숨을 취했다. 달콤한 코코아의 향이 느껴졌다.

아담은 조용히 킥킥 웃음을 터트렸고, 토미가 던져두고 온 담요를 가져와 두 사람의 몸에 감았다. 후욱- 순식간에 더운 온기가 전신으로 느껴지고, 그건 마치 아담과 담요에 완전히 감싸인 고치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만족스런 한 숨이 스며 나왔다.

“좀 나아?” 담요 아래로 토미의 팔과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아담이 물었다.

“으음-” 대답이라곤 웅얼거림이 다였다. 핫초코를 한 모금 넘기자, well, 젠장, 존나 좋잖아.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성이 터졌다.

머리 위로 아담의 미소가 느껴졌다. “그럼 이제 용서받은 건가?” 토미의 이마 위에 살짝 입술을 눌렀다 떼며 아담이 물었다.

“응,” 토미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왜냐면 정말 그랬으니까. 지금 그는 따뜻했고, 핫초코는 달콤했으며, 아담에게 이렇게 가까이 안겨 있을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래, 조금 로맨틱하긴 해? 그림같이 아름다운 동화 속 겨울, 그 한 장면 같은 이곳에서 단 둘 뿐이라는 건. 방해거리도, 그 어떤 책임감도, 카메라도 없는, 다른 걱정거리 하나 없이 그저 서로만을 생각할 수 있는 곳에서 라니. 이렇게 단 둘이서 함께 했던 적은 꽤나 오래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두막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늑했다. 천천히 흩날리는 눈송이들도 아름다웠다. 어쩌면, 그의 기분이 조금 풀린다면, 내일은 밖으로 나가 아담과 함께 눈사람이라도 만들지 모를 일이었다. 물론 옷 열 겹은 더 껴입고서가 되겠지만.

그러니까, 아무리 얼어 죽을 듯이 추운 날씨라고해도,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담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화를 낼 수 있겠어? 그는 절대로 할 수 없다. “데려와줘서 고마워. 여기 맘에 들어,” 그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아담의 쇄골 근처에 코끝을 부볐다.

갑작스레 변한 그의 태도에 아담이 놀라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이다. “나랑 함께 와줘서 고맙다.” 하지만 그게 그가 말한 전부였다. 그리고 토미의 고개를 가만히 들어올려,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필요한 말들이란 그것이 전부였다. 소파 위에 앉아 서로를 끌어안을 채, 타들어가는 장작들을 바라보기도 하며, 달싹한 핫초코와 함께 간간히 짧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으로, 이 밤을 지새우기엔 충분했다. 아담의 손가락이 토미의 머리칼 사이로 미끄러지고, 나른한 그 손길에 스르륵 눈꺼풀이 저절로 감겼다.

토미에게 있어, 그 날 밤은 최고의 밤이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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