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a child

by. aimlesstravels (original link:  here)







필리파 마조리 코브, 그녀가 태어난지 5분이 되던 날, 그녀는 그녀의 아서 삼촌과 처음 만났다.

말하자면 이렇다 : 돔은 환희와 기쁨으로 붉어진 눈을 하고 병원 침대 옆에 서 있었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그 첫 감격에 분홍빛 얼굴에 조그마한 피조물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물론 언젠가는 울화통이 치밀때도 있을 것이고, 몽둥이를 들고 그녀의 데이트 상대를 개패듯 쫒아버리는 일도 있을테지만, 하지만 어쨋든 그에게 그녀는 지금까지 두 눈으로 봐온 그 어느 것들보다도 아름다웠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만의 작은 공주님이 될 것이었다. 맬은 병원 침대의 변변찮아 보이는 얇은 베게에 기대어, 붉어진 뺨과, 쉬어버린 목소리로 잔뜩 지쳐보였지만, 심장 가까이 작은 생명을 껴안았을 때의 그녀의 표정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을 손안에 거머쥔 사람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아서는 조용히 두 손을 등 뒤로 돌린채 꽉 그러쥐었고, 이제 갖 부모가 된 그들의 눈물과 기쁨의,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반복되는 내가 그녀의 인생을 망쳐버리진 않을까, 그녀가 날 미워하면 어쩌지, 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등의 피할 수 없는 생각들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침대에서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그는 지쳐보였고, 눈 아래로 다크서클이 뚜렷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에겐 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완수하자 마자, 가족사라는 핑계로,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그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득달같이 이 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 시차를 (여러 번) 넘어 이 곳에 도착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깔끔한 차림 그대로였다. 그의 정장엔 주름 하나 가지 않았고, 이마 위로 머리카락 하나 헝크러져 있지 않았다. 돔은 일찌감치 간호사들의, 그의 포인트맨을 향한 하트가 박힌 사심가득한 시선과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알고 있었고, 그 순간 어느날 그의 작은 꼬마 숙녀 또한 아서를 바라보며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망상에 조금 치를 떨었다.

맬은 그녀의 남편과 방금 새 가족이 된 그녀의 딸로부터 시선을 올려, 작은 방안에 서 있는 제3자를 향해 웃어보였다. "아서,"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다. 그건 장황하면서도 고역의 일이었으니까. "아서, 안아 볼래?"

돔은 아서 데이비슨이 저렇게 하얗게 질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날이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ㅁ,뭐?" 아서는 행동도 말도 머뭇거렸다. 그의 손은 이제 그의 양 옆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손가락들이 심난하게 그의 허벅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반 걸음 앞으로 내딛고, 망설였다. "그래도 될까?"

지금 막 엄마가 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듯 조금 얼굴을 찌푸려 보였다. "물론이야." 그리고 맬, 아름답고, 친절하고, 너무나 멋진 그녀는 아서의 팔 안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작고, 분홍빛 담요에 감싸인 보물을 안겨주었고, 그녀의 남편의 품에 기대어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해도 붉은 피에 덮여있던 손으로 사람의 눈을 속이던 그는 지금 그녀의 신뢰와 함께 갖 태어난 아기를 두 팔 안에 안았다.

아서는 고개를 숙이고 분홍빛의, 이 작고 가녀린 아름다움의 결정체와 같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꺼풀이 열리고 엄마를 닮아 초콜렛향이 날것만 같은 깊은 브라운색의 눈동자가 보이자, 그대로 숨이 턱하니 막히는 것만 같았다. 손을 들어 가느다란 털실처럼 살랑이는 머리칼을 살며시 어루만지고,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는 아기의 작은 입술을 꾸미지 않은 황홀함을 담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작은 거품을 입가로 흘리며, 그녀의 아서 삼촌의 팔 안에 안겨 조용히 꿈나라로 돌아갔다.

돔은 딸을 품에 안고 있는 그의 가장 신뢰하는 비지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의 미소를 바라보았다. 맬은 이미 잠이 들어 있었고, 아서의 얼굴 위로 큼지막한, 조금 바보같은 미소가 걸리며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의 보조개가 드러났다. 밖을 어슬렁거리던 간호사는 그 안의 풍경을 힐끗 잠시 바라봤을 뿐으로 그 자리에서 넋이라도 잃은 것 같아 보였다.

아무도 아서의 손가락 마디와 손톱 사이의, 마저 채 씻어내지 못한 붉은 피의 증거인 그 빨간 흔적을 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눈치챘을지라도, 그들은 아마도 아무말 없이 넘어갔을 것이리라.







* - * - *






필리파, 그녀가 3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착하고 명랑한 꼬마 숙녀가 되어있었다. 그녀의 아빠 또는 그녀의 아서 삼촌에게 목말 태워달라고 조르거나, 엄마의 '안돼!'라는 말에도 몰래 저녁 식사 전 쿠키 하나를 조르는 그녀의 커다란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는 언제나 질문투성이었다. 왜 제이미는 맨날 울어? 왜 난 새들처럼 멀리 멀리 못 날아가? 왜 아빠는 망치에 손가락이 찍히면 '씹'이라고 소리치는거야?

가끔씩 아빠는 그녀에게 대답해주곤 했다. (단지, 엄마의 새빨간 드레스처럼 얼굴을 엄청 엄청 붉히며, 지금 아빠가 말한건 어른들만 쓰는 말이라고, 그리고 그건 진짜 진짜 죽도록 아플때만 쓰는 말이라고 대답해줬던 건 제외하고) 그리고 가끔씩 엄마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 위에 키스해주며 대답해주곤 했다. 그건 하느님만이 아시는 거란다, sweetie 또는 단순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방으로 가 인형을 가지고 놀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들어 엄마는 필리파가 많은 질문을 하는 걸 썩 내켜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녀는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깜깜한 창밖을 통해 바라보며 꽁꽁 숨겨둔 비밀들과 바램들처럼 수많은 궁금증들을 마음 속에 묻어두었다. 아니, 아서 삼촌이 올때까지 마음 속에 묻어두었다.

아서 삼촌은 그리 자주 집에 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올때면 항상 따뜻한 포옹과 이마 위의 키스로 언제나 다정히 인사해 주었고 선물도 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수많은 질문들에 대답해 주었다. 왜 하늘은 파란거야? 라든지 옆집에 사는 불평쟁이 고양이 나비는 왜 전혀 나비처럼 안생긴거야? 라든지 그녀가 물어볼 때면 언제나 그는 그녈 무릎에 앉혀 놓거나 몸을 숙여 쭈그리고 앉아 그녀와의 눈높이를 맞추며 -필리파는 이런 그를 좋아했다. 그의 어둡고 진지한 두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이 중요한 존재처럼 느껴졌기에- 언제나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애 취급이 아닌 어른의 방식으로 설명해주곤 했다. 그녀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기엔 조금 너무 성숙해져 있었으니까.

아무도 모르게, 필리파는 그녀의 아서 삼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아빠보다도. 그는 언제나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기에. 언제나.

단지 어느 날 아침 필리파가 잠에서 깨어 엄마는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거라는 걸 알게 되었던 그 날, 그리고 아빠는 휴가를 떠나 오랜 시간동안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던 그 날을 제외하고. 아서 삼촌은 엉망으로 구겨진 하얀 셔츠와 손에 쥐면 부셔져 버릴 것 같은 모습으로 어깨를 오므리고 얼굴을 두손으로 가린채 부엌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가 팔을 둘러 목을 껴안았을때, 그녀는 붉게 물든 두 눈동자를 보았고,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라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늘어져 나왔고,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나처럼 질문을 했다.

"아서 삼촌,"

"응, 왜? 필리파." 그의 목소리는 마치 거위의 꾹꾹거리는 울음소리처럼, 그녀가 코를 훌쩍이며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웃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엄마는 왜 하늘나라에서 못 돌아와? 아빠는 왜 쉬러간거야? 왜 난 못 따라가? 제이미는 매일 같이 우니까 쟤는 못 데려갈거야, 그치? 나 토스트 숄져 먹어도 돼? 엄마는 매일마다 만들어 줬는데. 나나는 계속 방에 있는 것 같아. 우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나나 아파? 나.."

그 순간 아서 삼촌은 그녀를 꽉 껴안았고, 그건 너무 꽉 죄어와서 필리파는 말하는 걸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나나나 할아버지에게서도 이정도로 숨막히도록 꽉 안겨본 기억은 없었고, 아서 삼촌의 어깨가 추운 것 처럼, 너무나 추운 것처럼 떨려와서 그녀는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해 주었던 것 처럼 가만히 등을 쓸어주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필리파는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그녀는 아서 삼촌의 포옹이 싫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단 한번도.

그리고 아서 삼촌은 아빠를 도우러 가야해 라며 그녀의 두 눈을 아주 진지하게, 어른의 시선으로 언제나처럼 정면에서 바라보고 말하며 떠났고, 필리파는 부엌 식탁 앞에 앉아 나나가 만들어준 토스트 숄저(그건 엄마가 만들어줬던 것보다 맛이 없었다)를 먹으며 아서 삼촌이 그녀의 질문 중 어느 것에도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어느 하나에도.







* - * - *






그녀가 6살이 되던 해, 드디어 아빠는 길고 길었던 휴가에서 돌아왔고 -아빠는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주었다- 필리파는 처음으로 임스 아저씨를 만났다. 그녀는 그 첫 순간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임스는 그런대로 임스 아저씨를 잘 따랐다. 그 남자는 웃긴 얼굴을 해보이며 한 쪽 무릎에 제임스를 두고 아래 위로 오르락 내리락 비행기를 태워주기도 했기에 - 하지만 제임스는 너무 어려서 몰라도 한참 몰랐던거다, 어쨋든 필리파 만큼은. 그녀는 이상한 무늬의 보도 못한 화려한 셔츠를 입고 크게 웃고 떠드는 그 낯선 방문자를 아서 삼촌이 얼굴을 찌푸리며 바라보는 모습을, 그의 어둡고 진지한 눈동자가 성을 내며 가늘어지는 모습을, 아니 어쩔때는 정말 너무나 슬퍼보이는 시선을 들어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예전에 딱 한번 아서 삼촌이 화내는 걸 본 기억이 있었지만(비록 그 때 그녀는 인형으로 제임스의 머리통을 내려쳤고 그건 스스로가 생각해도 못된 짓이었다), 이번처럼 아프게, 아프게, 반창고로도 아물지 않을 만큼 아파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임스 아저씨의 끊이지 않는 농담들이 재밌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선물로 사온 여러가지 색색깔의 커다란 책이 정말 맘에 들긴 했지만, 필리파는 여전히 그가 맘에 들지 않았다. 특히 그가 아서 삼촌을 아프게 만들때면 더더욱.

엄마는 아빠의 친구들이 집에 들를 때면 언제나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가르쳤고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무례하게 군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없어야 했다. 아리아드네 언니와 유서프 아저씨에게 소심하게 인사를 건네고 사이토 아저씨가 "꼬마 숙녀"라 부르며 정말 공주님처럼 손등에 키스해 주었을 때, 조금 꺄르륵거리며 부끄럽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을 열며 아서 삼촌이 걸어 들어왔을 때 그녀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안겼다. 그는 서류 가방과 그녀의 선물꾸러미를 바닥에 내려 놓을새도 없이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도착해서 한 시간이 지났을 즈음에서야 임스 아저씨는 나타났고, 필리파는 아빠의 다리를 꽉 붙들고 아서 삼촌을 한 번 힐끗 돌아다봤다.

그곳엔 정말 깜짝 놀랄만큼, 그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걸려있었고, 그리고 필리파는 아주 조금 마음이 놓였다. 아서 삼촌이 이렇게 예쁜 미소를 지으면, 그건 그녀도 웃게 만들었고, 그렇기에 그녀는 웃었다. 하지만 그건 아리아드네 언니가 임스 아저씨에게서 무언가를 찾아내기까지 만이었다.

"임스, 이거- 이거 립스틱 자국 아니예요?" 그 젊은 여자는 뒤꿈치를 들어 올려다 보며 페이크맨의 셔츠깃을 잡아 내렸다 다시 제자리로 툭 털어냈다. 그건 충분했다. 푸른 셔츠에 찍힌 새빨간 입술모양의 흔적은 언제든 연락해, 자기 라며 모든 달콤한 유혹적인 말들과 밤의 열기를 표현하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명백한 증거로 충분했다.

임스 아저씨는 그 특유의 크고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알고 싶지 않을텐데 따위의 말을 해댔다. 언니의 뺨 위로 밝은 홍조가 내비치자 방안은 모두의 웃음소리로 크게 울렸고, 필리파는 아서 삼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아서 삼촌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는 더이상 웃지 않았고,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뒤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필리파는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녀의 두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를 정말 화나게 만들었고, 아래 골목에 사는 재수없는 공부벌레 샐리가 그녀의 아빠는 한번도 자신을 두고 휴가를 떠난 적 없다고, 왜냐면 그녀의 아빠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따윌 했을 때(샐리는 그 말 덕분에 다리에 커다랗게 걷어차인 상처를 얻었다)보다도 더 화가 났다.

모두들 음료를 마시러 밖으로 나가거나, 제임스와 놀아주고 있을 때, 필리파는 아빠의 다리를 여전히 붙들고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청바지를 입은 다리에 얼굴의 반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점점 가까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임스 아저씨를 응시하고 있었다.

"씨발, 코브. 아예 창녀를 하나 소개시켜 주시지? 그 멍청한 년 떼내느라 살인내는 줄 알았다고." 그의 목소리엔 짜증이 잔뜩 묻어있었고, 아마도 그는 아빠의 다리에 매달린 필리파를 잊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빠는 목을 한번 큰소리로 가다듬으며 손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아래를 가리켰다. "이런, 안녕, 필리파."

그 대답으로, 그녀는 발을 뒤로 빼곤 힘차게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있는 힘을 다해서.

"필리파!" 아빠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쳤고, 임스 아저씨는 거실 앞의 카운터에 기대어 찌릿거리는 고통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임스 아저씨한테 사과드려! 지금 당장!"

"싫어!" 필리파는 절대 사과못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임스 아저씨를 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저씨가 아서 삼촌한테 먼저 사과하기 전까진 절대로 안해!"

아빠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떼어놓으려던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와 임스 아저씨는 그녀를 뜬금없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필리파는 '멍'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나쁜 단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왜, 어째서 가끔씩 어른들은 이렇게.. 이렇게 멍청한거지? 그녀의 두 발은 조바심이 나는 마음에 바닥 위를 구르고 있었고, 아랫 입술은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아서 삼촌이 더이상 아파하지 않는 것, 그거 하나일 뿐인데, 아빠는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아저씨는 항상 아서 삼촌을 아프게 하잖아," 그녀는 어의없음에 멍한 시선으로 그녈 바라보는 임스 아저씨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며 훌쩍였다. "계속 보고 있었다구!"

아빠는 재빨리 임스 아저씨를 바라보았고, 아빠의 얼굴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변해 있었다. 필리파는 그 얼굴을 딱 한 번 본적 있는데, 그건 아리아드네 언니에게서 어느 산(필리파는 들어 본적 없는 단어였다 -히미? 히말라라스?)에서 아서 삼촌이 코볼이라고 불리는 나쁜 사람들이랑 싸워서 다쳤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사실이야?" 그는 마치 필리파에게 말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시선은 임스 아저씨를 향하고 있었다.

임스 아저씨의 눈은 커다래지고, 조금 무서워 보여서, 필리파는 순간적으로 그가 아서 삼촌을 아프게 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녀가 실수를 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난.." 그는 말을 더듬었고, 고개를 흔들었다. "난 대체 이게 무슨 소린지 짐작도 못하겠거든, 코브. 아서한텐 아무짓도 안했어."

"했잖아!" 필리파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 소리쳤고, 임스 아저씨가 계속 거짓말을 할 생각이라면, 그를 다시 뻥 차줄 생각이었다. "아저씨는 항상 아서 삼촌을 울리고 화나게 하면서 한번도 미안하다고 안했잖아! 아서 삼촌이 웃어줘도 아저씨는 언제나 삼촌을 울리기만 하면서! 이- 이- 이 못생긴 겁쟁아!" 그녀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가서 미안하다고 해!"

그리고 한 동안 아무도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고, 아빠가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조금 이상했다. 마치 웃지 않으려는 듯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처럼. 필리파에겐 아서 삼촌이 슬퍼하는 건 웃긴 일이 아니었기에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 임스," 그가 말했다. "필리파 말이 맞아." 그가 뒤뜰을 가리켰다. "가서 사과해."

아무런 대꾸없이, 임스 아저씨는 돌아섰고, (아마도) 사과를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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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늦게, 그녀를 불러세운 아빠의 다른 사람을 발로 차면 안된다는 말과 함께 말의 의도는 좋았지만, 못생긴 겁쟁이 같은 몇가지 단어들은 어른에게 사용하면 안된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필리파는 부엌으로 들어가 빈 유리컵에 물을 따르며, 식탁에 마주 앉아있는 아서 삼촌과 임스 아저씨를 보았다. 임스 아저씨는 거의 다른 사람같아 보였다. 그는 크게 웃지도, 손을 크게 흔들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아서 삼촌을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식탁 위로 얹은 아서 삼촌의 손을 잡아 아저씨 특유의 그 웃긴 이야기들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서 삼촌은 환하게 웃었다.

필리파는 갑자기 스스로가 부끄러워졌고, 그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말했어?" 냉장고 옆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그녀는 물었고, 두 남자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서 삼촌이 조금 의자를 뒤로 밀어 그녀가 앉을 공간을 만들어 주자, 그녀는 곧바로 그의 무릎위로 올라갔고 그는 그녀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었다. 식탁 맞은 편으로, 필리파는 아서 삼촌을 좀 더 꽉 껴안으며 임스 아저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응, 필리파." 아서 삼촌이 임스 아저씨를 바라보며 그녀의 머리 위에서 작게 속삭였다. "응, 말해줬어."

그는 정말 행복해 보였고, 필리파는 어쩌면 임스 아저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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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지 않아, 어떤 나쁜 녀석들이 임스 아저씨를 데려가 아프게 했고(그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빠는 이야기해 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필리파는 이해했다.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한 것 처럼 아서 삼촌이 임스 아저씨를 사랑한다는 걸 이해했다. 가끔씩 사람들은 서로 너무 너무 사랑해서 서로를 상처입히기도 하고, 가끔씩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화를 내고 울어도 괜찮다라는 걸 이해했다.

이 새로운 깨달음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다.

그녀는 리차드슨 선생님이 학교에서 가르쳐 준 것처럼 색상지 위에 푸른 색 크레파스로 가장 아담하고 깨끗한 글씨로 카드를 썼다. "빨리 나아, 임스 삼촌!"







* - * - *






"그 말 취소해!!"

필리파가 9살이 되던 해, 그녀는 처음으로 주먹을 들어 사람을 때렸다 - 제이미와의 레슬링 놀이같은 것이 아닌, 임스 삼촌과 간지럼 피며 투닥거리는 것도 아닌 진짜 주먹다짐 - 그리고 그녀는 이겼다.

그녀의 상대는 그녀보다 한 학년 위이면서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짧고 퉁퉁한 손가락에 사팔뜨기같은 눈알을 가진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의 역겨운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열한 말들은 필리파로 하여금 말을 사용하는 법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 이상은 손을 가만히 놔두고 있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그말 당장 취소해!!"

그녀의 팔은 가늘었고, 그녀의 몸무게는 30kg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지금 머저리같은 녀석을 바닥에 때려 눕히고 주먹을 휘두르는 건 정의에 타오른 용감한 행위도 뭣도 아닌, 그저 그녀의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휘몰아쳐 대는 분노였다. 그녀의 가슴 속은 새까만 무언가가 타오르듯 뜨거웠고, 필리파는 아마도 이게 증오라고 하는 감정일 것이라 생각했다.

"필리파 마조리 코브!"

아빠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천둥소리처럼 내려쳤지만, 필리파는 상관없었다. 아빠의 목소리는 정말 무척이나 화가 난것 같았고 무섭게 들렸지만 상관없이 온 힘을 다해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렸다. 크고 강한 팔이 그녀의 허리에 둘러지고 말그대로 공중으로 그녀의 몸을 끌어올렸을 때에도, 그녀는 여전히 공중에서 발을 구르며 마지막으로 일어서는 녀석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결국 아빠는 그녀를 안은채로 돌아섰고, 푸른 눈은 위험하게 번쩍이고 있었고,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등 뒤에서, 바닥을 나뒹굴며 그 녀석은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지만, 필리파의 귓가엔 마치 뱀처럼 쉿소리를 내는 그녀의 아빠의 목소리만이 분명하고 크게 들려왔다.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꼬마 아가씨."

꼬마 아가씨.

그 순간 비열한 그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돌아오는내내 차안은 조용했다), 필리파는 아빠가 그녈 붙잡기 전에 쏜살같이 차 밖으로 뛰쳐나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에서 아서 삼촌이 제이미에게 점심을 먹이고 있었지만 포옹도 간단한 인사 한마디도 없이 후다닥 계단을 뛰어 올라 방을 향해 달려갔다.

곰인형을 품에 안고 삭혀지지 않는 울화에 코를 훌쩍였다. 공평하지 않았다. 아빠는 아무것도 몰라. 아빠는 그녀석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고, 게다가 그녀는 그 녀석에게 심한 상처를 남긴것도 아니었다. 죽지 않고 멀쩡이 살아 있으니 된 거 아냐? 아빠는 분명 따끔히 혼내겠지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상관없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녀는 불공평한 모든 것들이 싫었다. 제이미가 카운터에 앉아 셀러리와 땅콩 버터 잼을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우걱우걱 먹고 있는 것도 싫었고, 아무렇지 않게 잔인하고 지독한, 역겨운 말들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싫었다.

아래 층에서부터, 아서 삼촌의 조용하고 진지한 목소리에 따라 아빠의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목소리가 웅얼웅얼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그녀의 방문 넘어로 다정한 노크 소리가 들렸고, 필리파는 그 소리의 주인이 아서 삼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이 삐걱거리는 소리없이 계단을 오르는 유일한 한 사람이었으니까. "필리파?" 거칠지 않은, 그저 안으로 들여보내 줄것을 부탁하는 듯한 또 한번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될까?"

그녀는 손등으로 훌쩍이는 코를 사납게 문질러 닦았다. "들어와도 돼."

문이 열리고 아서 삼촌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깔끔하게 썰린 꿀에 묻힌 사과 조각들이 놓인 접시가 들려 있었고, 그건 필리파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동안 방안을 둘러보았고, 화장대와 침대 사이에 쏙 들어가 있는 작은 공간 안에 발을 올리고 있는 필리파를 바라보았다. 그건 여자 아이들의 비밀 공간임이 분명했다. 한번도 더러워진 걸 본 적없는 그의 빛나는 검은 신발이 방안으로 들어오며 손에 들린 접시를 테이블 위에 두고 그녀의 앞에 눈높이를 맞추어 쪼그리고 앉았다. 아무말도 하지 앉은 채 그렇게 그저 기다렸다. 그녀가 먼저 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빠는 그녀에게 화가 난 상태였고, 그건 그것대로 그녈 화나게 만들었지만, 필리파는 아서 삼촌의 눈에 비치는 실망은 보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난 그냥 취소하라고 말한 것 뿐이야."

"취소하다니 뭘?" 아서 삼촌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그 어느때보다 진지했지만 상냥했다. 언제나처럼. 그 곳에 화는 없었고, 이해와 위로만이 있을 뿐이었다. 필리파는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석이.. 그녀석이.."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눈을 들어 아서 삼촌의 끈기있게 기다리고 있는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석이 내 '호모 삼촌'은 나쁜거구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어." 그리고 대답은 없었고 필리파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말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반복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그저 아빠의 잔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이 틀린거야." 그녀는 재빨리 불쑥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몰라. 난 취소하라고 말했지만 그 녀석은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난 삼촌이랑 임스 삼촌은 서로 사랑하는 거라고, 사랑하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녀석이 비웃으면서-"

"오, 필리파." 아서 삼촌은 두 팔을 벌렸고, 필리파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목에 두 팔을 감고 껴안겼다. 이제 그의 무릎에 앉기에는 자신이 너무 커버렸다는 걸 깨달았지만 상관없었다. 아서 삼촌은 그녀를 꽉 끌어당겨 안았고, 필리파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그 멍청한 녀석이 틀렸다는 것을. 아서 삼촌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는 그녀만의 똑똑하고 용감하고 강한 아서 삼촌이었고, 그는 임스 삼촌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건 전혀 틀리지 않았다.

전혀.







- - - - -






그녀는 그 일에 대해 혼나지 않았다. 아서 삼촌이 확실하게 말해 주었다.







* - * - *






"임스 삼촌, 일어나봐요. 제발. 제발, 눈 좀 떠봐요!"

그녀는 조금 수염이 자란 그의 뺨을 두드렸고,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려 가진 애를 썼다. 그의 부어오른 얼굴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피가 그녀의 손가락에 끈적하니 달라붙어 왔다. 그녀는 비명이 터지려는 입술을 그러물며 핑크색 자켓에 손가락을 문질러 닦고, 그의 뺨을 계속해서 쳐댔다. 그 외엔 무엇을 해야 할지 그녀는 알 수 없었고, 임스 삼촌은 일어나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아서 삼촌, 왜 저 남자는 계속 저 여자한테 일어나라고 말하는거야?

그건, 필리파, 그건 그녀가 머리를 정말 심하게 부딛혔기 때문에, 그대로 잠이 들면 다신 일어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그러는거야.

...죽을까 봐서?

그래.


필리파는 어두컴컴한 이곳에 얼마동안 갖혀 있었던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창문을 내리고 차 위를 덮은 루프를 뒤로 넘기고 그녀는 웃긴 이야기(임스 삼촌은 언제나 최고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에 깔깔거리며 임스 삼촌과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 때 그들 뒤로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창문을 까맣게 셋팅한 검정색의 커다란 세단이 아서 삼촌의 BMW를 계속해서 뒤에서 들이 박았고, 그렇게 그들은 도로에서 벗어나 가파른 골짜기로 떨어졌었다. 그 후로 몇 시간, 몇 일이 지났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예전에 몰래 학교 뒤에서 몰리의 스쿠터를 타다가 언덕에서 굴렀을 때의 느낌과 같은 아픔에서 일어나, 검은 스키 마스크를 쓴 얼굴없는 검은 그림자들이 으르렁거리며 위협하듯 그녀의 주변을 둘러쌌을 때 그녀는 놀람에 비명을 질렀고, 그 순간 그 남자들을 향해 소리치는 임스 삼촌의 목소리(최근 들어 아서 삼촌과 함께 시카고, 뉴욕, 파리, 물론 로스 앤젤레스를 왔다 갔다 함에도 언제나와 똑같은 억양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는 그녀가 기억하는 그 무엇보다 위험하고 무서운 목소리였다.

여자애는 가만 놔둬, 그는 그르릉거렸다. 어느 여름 날 뒤뜰에서 그녀와 제이미와 놀아 줄 때처럼, 문자그대로 곰과 같은, 공룡과 같은 그 소리는 어두운 공간을 크게 울렸다. 네 녀석들이 원하는 건 나 하나 아니던가. 그녀는 놔두라고. 이 개자식들아!

그리고 그게 그의 목소리를 들은, 그의 모습을 본 마지막이었다. 그녀가 그를 다시 본 건 정말 오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그는 심하게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고, 두려움과 공포에 소리를 질렀다. 임스 삼촌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줄줄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엄지로 닦아내주며 그녀에게 쉿, dove, 쉿 이라고 속삭여 줄때까지. 그는 괜찮아, 곧 괜찮아질거야 라고 다정하게 말해주었고, 그녀는 믿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 전의 이야기였고, 필리파는 임스 삼촌이 사실 거짓말쟁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임스 삼촌." 무릎 위로 받치고 있는 그의 머리는 무거웠고, 스물거리며 흘러나오는 피가 그녀의 더러워진 청바지를 적갈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터져나오려는 흐느낌을 속으로 삼켜 넘겨,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린 핏물에 엉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손끝에 닿는 그의 피부는 너무나 차가웠다. "임스 삼촌, 재밌는 이야기 해주기로 했잖아. 제발."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아서 삼촌이 언제나 그녀의 질문에 답을 알려준다면(무엇보다 과제에 있어서의 그는 하느님이 내려준 선물같았다), 임스 삼촌은 언제나 이국적 이름들(몸바사, 가츠졔보(Gadzhiyevo), 밀라노(Milan)같은)을 가진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와 아서 삼촌이 처음 만난 이야기라든지,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에게 치를 떨었었던 일이라든지(그 후 그녀는 아서 삼촌이 하얀색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볼때마다 바보처럼 웃음을 떠뜨리곤 했다), 최근에 결혼식을 올린 아리아드네 언니의 이야기라든지, 사이토 아저씨는 그 많은 돈으로 대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전세계 항공사와 수많은 카페트 회사를 사들인 일 같은)에 대한 것들까지도. 그녀가 화가 나 있을 때면, 임스 삼촌은 언제나 전화로, 이메일로, 어쩔땐 직접 찾아와 항상 그녀의 옆, 그 곳에 있어 주었다. 화를 잊을 만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녀의 편에 서서 응원해주며,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일어나요," 필리파는 속삭였지만, 임스 삼촌은 일어나지 않았다.

쾅!

문이 부서질듯 열리며 필리파는 갑작스런 빛에 눈을 깜박였다. 눈이 적응한 그 순간 두 명의 검은색 실루엣이 안으로 급히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 한 명이 임스 삼촌을 붙잡았고 그녀는 두 손을 벌려 그녀가 사랑하는 가족과 같은 한 사람의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안돼!"

또다른 한명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후려잡았고 그녀는 그 고통에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걷어차며, 그녀의 목에 감긴 남자의 팔을 물어뜯었고, 그녀는 야생 동물처럼 발버둥치며 소리쳤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임스 삼촌!!"

그 순간, 이상할정도 뻣뻣하게 경직된 임스 삼촌을 끌고 간 남자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로 사정없이 그의 몸을 내던졌고, 내동댕이 쳐진 그의 몸 아래로 검붉은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했다. 임스 삼촌은 서서히 붉게 젖어들어갔고, 그리고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서 필리파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물 속으로 돌아가려 몸부림치는 잔뜩 젖어 미끌거리는 물고기를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좀 더 꽉 그녀를 팔안에 가두었다.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치는 물고기같은 그녀를.

그때 아서 삼촌이 어두컴컴한 창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의 뒤로 마치 TV에 나오는 장면처럼 검은 옷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며 총을 들어 표적을 향하여 소리쳤다. 필리파를 붙들고 있던 남자는 총을 정신없이 흔들며 경련하듯 움직였고, 그녀의 얼굴에 차가운 금속을 들이밀며 무언가를 계속 외쳐댔다. 그녀는 눈물을 억누르며 소리쳤다. 아서 삼촌에게 구해달라 소리쳤고, 여전히 누운 채 움직이지 않는 임스 삼촌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꿈의 공유나, 추출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고, 어떻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서로를 상처입히길 원할 수가 있는 지에 대해서 또한 그 어느것 하나 아는 바가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소리쳤다.

필리파, 그녀가 11살이 되던 해, 그녀는 아서 삼촌이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것을 처음 보았다. 하지만 그건 전혀 무섭지 않았다. 11년 동안 그녀가 알아온 남자의 얼굴에 떠오른 격노와, 그가 팔을 들어올리는 모습과, 그가 쏜 총알이 그녀의 뒤에 있는 남자의 눈썹 사이를 정확히 꿰뚫는 그 순간조차도. 아서 삼촌의 눈은 지독할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지만, 그건 전혀 무섭지 않았다. 단 일 순간도 무섭지 않았다. 모든 건 그녀를 위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두려웠다. 그 무엇보다 두려웠던 그 단 한 가지는, 그녀의 아서 삼촌 -그녀의 용감하고, 강하고, 멋진 아서 삼촌- 이 두 무릎을 꿇어,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임스 삼촌의 몸을 두 팔 가득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채 고통으로 가득찬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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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그녀가 11살이 되던 해, 그녀는 처음으로 보았다. 그녀의 아서 삼촌이 오열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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