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grew up

by. aimlesstravels (original link:  here)







필리파 마조리 코브, 그녀가 11살이 되던 해, 그녀는 그녀의 아서 삼촌이 오열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버려진 창고안,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추위에 떨리는 몸과 눈물로 붉어진 두 눈으로, 비명으로 잔뜩 쉬어버린 목으로,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빠는 그녀에게로 달려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끌어 안아,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괜찮아, 이제 안심해도 돼, 모두 다 괜찮아 질거야라며 그녀의 귓가에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필리파의 시선은, 언제나 완벽했던 바지를 더럽혀가며, 바닥 위로 무릎을 꿇고, 팔 안에 임스 삼촌의 몸을 끌어안은 아서 삼촌만을 향해 있었고, 그건 전혀 괜찮지 않았다. 괜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피투성이의 몸에 고개를 파묻고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오열하는 그 모습에 어떻게 괜찮을거라는, 괜찮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필리파." 아빠는 그 광경에서 그녀의 시선을 돌리길 원했지만, 필리파는 그럴 수 없었다. 단 1초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를 붙잡는 팔을 뿌리치고 일어나려 했을 때, 발 밑으로 무엇인가 질퍽이며 그녀의 발을 미끄러뜨렸다. 그녀는 아래를 바라보았고, 잔인한 피의 웅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필리파, 제발-"

아서 삼촌의 입술은 다물어질 줄 몰랐고, 벌어진 그 사이로 야생동물의 울음소리와 같은 울부짖음만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위생병이 다가와 그에게서 생기를 잃은 몸을 떼어내려 했을 때, 그는 마치 임스 삼촌의 몸이 그의 일부분인 것처럼 빼앗기지 않으려 악을 쓰며 꽉 부둥켜 안았다. 다가오는 그들의 손을 사정없이 쳐내며 경고의 신호를 보내듯 으르릉거려, 어느 누구도 감히 그 곁에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언제나 진지하고 지적이고 다정했던- 그의 눈은 마치 버림받은 아이처럼 공허한 그 속에 절망만이 들어차, 끊임없이 눈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필리파는 아빠의 팔을 꽉 붙잡아 두 눈을 감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던, 언제나 침착하던 그녀의 아서 삼촌이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져버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고, 그는 아빠조차 될 수 없는 그녀의 영웅이었고, 그는 그녀의 아서 삼촌이었다. 이건 옳지 않았다. 이런 건 전혀 옳지 않았다. 이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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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 잊혀지지 않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끔찍한 영상의 자취를 지우려 방 안의 어둠에 두 눈을 깜박였다. 꿈일 뿐이야,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 올려 떨림을 감추며 필리파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꿈일 뿐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돌아 누워, 침대 옆 서랍장 위로 놓인 램프의 불을 켜고, 그 옆으로 늘어선 사진이 담긴 액자들을 바라보았다. 그 곳엔 언젠가의 다락방에서 찾아 낸 결혼식날의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의 다크 브라운의 머리칼을 뒤로 넘긴 엄마는 아름다웠고, 필리파 그녀가 거울로 보는 것과 같은 미소가 엄마의 입가에 걸려있었다. 아빠는 마치 엄마가 태양과 달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고, 아빠의 다정한 그 두 눈엔 순수한 사랑과 애정이 빛나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조용히, 그녀는 천국에 있을 엄마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 깔끔하게 놓여 있는 사진들로 시선을 돌렸다. 아리아드네 언니와 약혼자가 담긴 사진(그날 필리파는 결혼식 들러리를 부탁받았었다)을 지나, 아빠와 함께인 제임스와 그녀의 사진을 지나, 아서 삼촌과 그녀를 찍은 사진(그 날의 일은 지금까지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9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주먹다짐을 한 날, 그 멍청한 녀석이 지금은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아니 생각도 하기 싫은 그 말로 아서 삼촌을 불렀고, 그건 정말 화가 났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아서 삼촌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모든 걸 올바르게 돌려놔 주었고, 그 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었다)을 지나, 어느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이 멈추었고, 그 순간 심장이 아플만큼 죄여왔다.

필리파는 그 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으로 가득했던 날 -그녀의 11번째 생일 날-, 사이토 아저씨가 선물로 준 핫셀블라드 카메라(마지막 포장의 한 면이 필리파의 손에 의해 찢겨 나갔을 때, 아빠의 눈은 굴러 떨어질 듯 커다래졌고 마치 갖 건져올린 물고기마냥 고개를 틀어 사이토 아저씨를 바라보며 항의의 말을 하려 했지만, 사이토 아저씨는 그저 웃으며 아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었다)를 가지고 그녀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을 만한 것(모든 사진가들이 그러하듯)'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생일 파티의 시끌벅적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두 명의 삼촌에게로 다가가려 했을 때, 아리아드네 언니가 매일같이 말하곤 하는 '그 순간'을 그녀는 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카메라를 들어 올려, 렌즈를 맞추고, 버튼을 눌렀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눈엔 눈물만이 고여 넘쳐 흘렀다. 아서 삼촌은 언제나처럼 깔끔한 잿빛의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고 -하지만 그의 넥타이는 느슨해져 있었고, 목 아래로 2개의 셔츠 단추가 풀어져 있었다- 두 눈을 감아, 넓은 어깨에 고개를 기댄채, 허리에 감긴 두 팔 위로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그는 행복해 보였고, 임스 삼촌의 넓고 강한 가슴에 등을 기댄 그의 위로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살며시 굴곡을 그리며 조그만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의 입술을 비추었다. 임스 삼촌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언제나 장난스럽게 빛나던 그의 눈동자는 비밀스러우면서도 부드럽고 상냥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건 엄마아빠의 결혼식 사진에서 아빠가 엄마를 바라보는 그 눈빛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카메라의 플레쉬가 터지고, 아서 삼촌은 깜짝 놀란 눈을 하고 재빨리 임스 삼촌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의 얼굴은 터질만큼 새빨갛게 달아 올랐고, 임스 삼촌은 그저 크게 웃으며, 필리파를 향해 나중에 자신의 것도 하나 뽑아놔 달라며 소리쳤었다. 일주일 후, 학교가 끝나고 임스 삼촌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사진은 그녀의 가방 안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름조차 모르는, 얼굴도 없는 괴물들에게 끌려갔다. 지금까지도 그 악몽은 계속되고 있었다. 언제나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임스 삼촌, 임스 삼촌! 안돼!!

그렇게 여섯달이 지났다.

그리고 임스 삼촌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







* - * - *






어두웠다. 이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들어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 어느 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오직 알 수 있는 것은 어둠 뿐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이 곳에 갖혀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의 손가락은 피투성이였고, 그의 손톱은 뜯겨져 나간지 오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손에 닿는 대로 긁어대고 파헤치느라 피부는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그리고 이건 익숙하지 않았다. 전혀. 이 곳은 림보도, 꿈도 아니었다. 이 곳이 어디든, 그는 지금까지 이 곳을 빠져나가려 애썼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듯 돌연 공포가 그를 덮쳐왔고, 허공 위로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비틀리고 일그러진, 볼수도 만질수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이 구속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고요함 속에 소리없는 비명이 요동치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 어떤 대답도 없었다.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 *






"아서 삼촌?"

멍하니 벽을 응시하고 있던 그가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불편해 보이는 플라스틱 의자에서 밤을 지새운 그는 피곤에 지친 경직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필리파는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병원 바닥으로 부터 울려대는 신발 소리가 심박 모니터의 삐- 삐- 삐-하는 소리와 뒤섞여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눈 앞으로 흘러내리는 갈색의 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해가 바뀌면 바뀔수록 그녀는 놀랄만큼 점점 더 맬을 닮아갔다) 그의 허리에 팔을 둘러 꽉 껴안았다. "안녕, 아서 삼촌." 그의 조끼에 입술을 묻은 채로 속삭이자, 그 대답으로 그는 머리 위에 키스를 해준 후, 코브를 바라보았다.

"매 주마다 올 필요는 없어." 그는 조용히 말했다. 필리파는 조심스럽게 임스가 누워있는 침대가로 다가가, 옆에 놓인 테이블 위에 해바라기 한 송이(임스가 가장 좋아하는)를 살며시 내려놓고, 그의 뺨에 키스했다. ("안녕, 임스 삼촌. 보고 싶었어요.") 아서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지만, 다정한 그 모습에 또다시 눈가로 차오르려는 눈물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여기까지 오려면 멀잖아."  

코브는 가까이서 그를 보고 있었다. "필리파가 오고 싶어했어." 천천히 대답하곤,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아서, 괜찮은거야?"

아서는 비틀린 입술 사이로 조소를 흘렸다. 괜찮냐니, 지금 그에게 대체 무엇이 괜찮은 거냐고 묻고 있는 걸까. 그 의미를 놓칠리 없는 코브의 눈이 가늘어지며 그의 팔을 잡아 병실 밖을 향했고, 아서는 기꺼이, 불평 한 마디없이 따라 나섰다. 비록 그의 신경들은 극도로 예민해진 채, 코브의 행동 반경 내에서 빠져 나오길 원하고 있었지만.

"안돼," 필리파에게서 벗어나 코브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반박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네가 생각하는 게 뭐건 간에, 아서, 절대 안돼."

아서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코브의 시선(이 몇년간, 그들 사이에 존재하던 예리하고 날카롭던 분위기들은 다소 느슨해져 있었다. 그건 감당하기 힘든 그의 포인트 맨과 페이크 맨 사이의 관계를 지켜보기 위함이라기 보단, 그의 어린 딸과 아들을 위한 것이었다)이 무엇이건 간에 그는 이미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24년간 알아온 남자의 행동이라면 두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친해지기 쉬운 타입의 남자도 아니었고, 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코브." 그의 목소리는 사용치 않음에 잔뜩 잠겨 있었고, 더없이 공허했다.

"잘 들어." 코브는 고개를 흔들어 조바심나는 손길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아서는 부모로써의 책임과 세월의 증거로, 그의 블론드의 머리칼이 덮고 있던 이마가 조금 넓어졌다는 사실에도 전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너 계속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아서. 네 꼴을 좀 보라고."

아서는 단순히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하며 견뎌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임스를 깨우기 위해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몇 날 몇 일을 지새웠다. 그의 움푹 들어간 뺨과, 날카로워진 턱선, 창백한 피부와 빛을 잃은 눈동자는 마치 코브의 운전석 앞에 놓아 둔 머리만 앞으로 끄덕여대는 그 인형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난 괜찮아, 코브." 미심쩍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사이토 쪽은 어때?"

"아직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의 입술이 뒤틀리며 쓴 웃음을 머금었다. "물론 그러시겠지."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단순한 과학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어느 하나 빠짐없이, 모든 방향과 방법으로 찾고 찾으려 했지만 아서조차도 찾아내지 못한 것을. 아서의 직업은 꼭꼭 감춰져 있는 더러운 비밀에서부터 고액에 거래되는 암치료제에까지 모든 것을 조사하고 밝혀내는 것이었다. 최고의 포인트맨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는 무엇을 해야하고 해야할지에 대해서 완벽히 알고 있었다. 인셉션을 성공한 직후에도, 코브가 은퇴한 그 이후에도,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여섯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지난 주에만해도 의뢰가 들어온 표적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친척들에까지, 그 뒷배경에 대한 완벽한 조사서를 의뢰처에 넘겼었다. - 물론 그는 한시라도 임스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그의 손은 페이크맨의 손을 꽉 움켜쥔 채로, 엄지를 들어 임스의 손가락 마디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고개를 돌려, 걷어놓은 얇은 커튼 사이로 병실 창문 넘어를 바라보았다. 필리파는 임스가 누워 있는 그 침대 위로, 조심히 올라가 앉으려 하고 있었다. 빈 껍데기뿐인 남자는, 침대의 하얀 시트보다 창백했고, 아서의 기억속에 있는 그보다 많이 야위어 있었다. - 목구멍 안으로 연결된 튜브들과, 그의 손목을 차지한 주사바늘과, 수없이 이어진 선들과 기계들이 그를 숨쉬게 만들었고, 그의 피를 흐르게했고, 모든 생리적 활동을 돕고 있었다. 그것들만이 그를 이 곳에 있게 했다.    

그를 이 상태로 만들어놓은 그들은, 감히 이렇게도 처참히 그를 망가뜨려 놓은 그들은 모두 죽었다. -아서의 손에 극악무도한 처형의 방법으로. 그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이 게임을 이끌어 나가야 할지 알고 있었다. 고통은 포인트맨에게 있어 새로운 것도, 낯선 것도 아니었고, 그는 세계 최고라 불리우는 외과 의사들보다도 솜씨 좋은 인간 해부학자들을 주변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해야할 일과처럼, 사냥에 발을 들여놓았다. 직무 수행 중의 그는 가차없는 남자였고, 살인에 있어서도 무자비한 남자였다. -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격렬한 복수심이 그의 모든 감정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임스를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무엇도.







- - - - -






"삼촌 주려고 가져왔어."

필리파는 가방에서 그때 미처 주지 못했던, 그 사진이 담긴 액자을 꺼내어 침대 옆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다. 그 바로 옆으로 해바라기 한송이(사이토 아저씨가 보내준 커다란 한 줄기의 해바라기)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발은 침대 맡에서 천천히 앞 뒤로 흔들렸고, 그녀의 두 눈은 그녀의 두 삼촌이 함께 있는 그 사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현실이 무겁게 심장을 짓눌러왔다.

임스 삼촌은 지독한 모습이었다. 만약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움직이지 않았다면 -비록 수많은 기계에 의한 것이라곤 해도- 아마도 죽은거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 날, 그 창고 안, 아서 삼촌의 두 팔 안에 안겨있던 형체도 없이 부숴져 버린 인형과 같이, 이제는 오래 전 일이 되어버린 비명을 지르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려대던 샐리의 산산조각 난 그 도자기 인형과 같이. (솔직히 말해 그건 통쾌했었다. 아서 삼촌의 차에 돌을 던진 대가로는 모잘라도 한참 모잘랐던 것이었다. 물론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 인형은 다시 붙여졌지만, 엘마의 풀로 다시 만들어진 그 인형은 흉측했다. 처음와 같이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었다. 샐리는 그날 인형을 쓰레기 통에 버렸다.

"오늘 또 브랜든이 날 쳐다봤어," 조금 올이 풀린 셔츠의 가장자리를 멍하니 매만지며 그녀가 말했다. "몰리는 걔가 날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는데, 난 싫어. 걘 진짜 멍청하거든. 삼촌이랑 아서 삼촌이 가서 날 좀 내버려 두라고 그때처럼 따끔하게 혼내줬음 좋겠어."

삐- 삐- 삐-

"제임스는 오늘 못 왔어. 친구네 집에서 과학 숙제 끝내야 한댔거든. 안녕이라고 제임스가 전해달래. 안녕, 임스 삼촌. "

삐- 삐- 삐-

"난 사실 이런 거 잘 못해, 임스 삼촌. 삼촌은 언제나 내가 아서 삼촌을 닮았다고 했잖아. 상상력은 빼고 말야. 그거 말이야, 무슨 뜻이었어? 난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겠어." 필리파는 창 밖으로 통통한 블루버드 한 마리가 가느다란 가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만약, 만약 가지가 부러져 떨어진다면, 날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내 얘기는 맨날 지루하기만 해. 삼촌 목소리가 듣고 싶어. 그리워, 임스 삼촌." 그녀는 무겁게 침을 삼켜 넘겼고,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흔들리는 발을 내려다 보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망설이는 몸짓으로 병원 침대 위로 가는 그림자를 드리운 창백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워요, 정말 많이."

임스 삼촌은 아무말도 없었다. 그는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고, 그녀를 웃게 만들곤 했고, dove라 부르며 학교 남자애들에 대해 놀리기도 했으며, 유쾌한 목소리로 그녀를 울리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겠다며 말해주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장난스러웠지만, 그의 눈빛이 말하는 진지함을 필리파는 알고 있었다. 언제나.

"삼촌은 거짓말쟁이야." 필리파는 고개를 돌려 사나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모욕당한 여자의 분에 섞인 눈빛은 아닐지 몰라도, 그건 배신당한 어린아이의 눈빛이었다. 엄마에게서 이빨 요정이 이를 가져가면 선물을 준다는 말을 들은 직후, 아빠가 나무 아래에 선물을 숨겨 놓는 것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눈빛. 진실은 항상 그 예상보다 추한 것이었다. "모두 괜찮아 질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하나도, 하나도 괜찮지않아. 괜찮지 않다구!!"

침대 위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임스 삼촌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가 깨어나게 해달라고, 그의 약속의 말이 지켜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아서 삼촌을 울렸다고 내가 발로 찼던 거 기억해?" 조용히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의 시야는 눈물로 번져갔다. 새하얀 침대 시트 위로 눈물방울이 톡톡 떨어졌다. "나도 기억하고 있어. 정말 오래 전이다, 그치? 지금 난 너무 커 버렸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젖어가며, 부서졌다. "그래도 아직 차는 방법은 안 잊었다구?.. 그러니까 빨리 안 일어나면, 안 일어나면.. 또 걷어차 줄거야! 삼촌은 지금 아서 삼촌을 울리고있으니까!!"

아빠들은 울지 않는다. 이것이 필리파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아빠가 우는 것을 그녀는 보았다. 길고 길었던 '휴가(이제 그녀는 휴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아서 삼촌은 억지로 아빠의 기억을 열려하지 말라고 말했기에, 그녀는 그 정도까지에서 물러섰다)'에서 돌아왔던 날, 그리고 매년 엄마의 무덤에 가는 날. 그는 그녀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겠지만, 필리파는 언제나 눈치가 빨랐고, 솔직히 말해서 아빠는 그가 생각하는 만큼 무엇인가를 숨기는 일에 반만큼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서 삼촌은 절대 울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11년 동안, 그의 눈에서 눈물이라고는 한방울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여섯달 전까지만 해도.  

그건 심장을 짓이겨 놓았다.

"그러니까,"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일어나야 해. 일어나야만 해, 임스 삼촌." 이대로라면 아서 삼촌이 망가져 버려. 그녀는 생각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의 얼굴 옆에 고개를 묻고 베게 위에 조용히 흐느꼈다. 아서 삼촌이 많이 아파해. 그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삼촌뿐이야. "제발, 제발 눈 좀 떠봐요. 제발."

하지만 임스 삼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 - * - *






마음 속 가장자리에 목소리가 스쳐지났다. 두 귀를 기울려,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를 잡으려 애썼다. 그리고 거기엔 확실히 있었다. 언젠가의 목소리. "가서 미안하다고 해!" 라며 악에 받친, 그리고 놀라울정도로 총명한 목소리. 그 소리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털실처럼 부드러운 머리칼과 큰 갈색의 두 눈동자. 그녀의 사랑하는 아서 삼촌을 '아프게'했다며 소리를 지르고, 정강이를 걷어차인 기억(그 후 며칠 동안, 그는 절뚝였고, 그 모습에 아서는 즐거워했다). 그녀가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게 되었을 때, 그녀의 카메라와 장난스런 미소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던 기억. 비명 소리와 함께 가파른 골짜기로 굴러 떨어진 기억. 그녀는 울고 있었고, 그녀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고통의 신음을 삼켜 괜찮다고, 모두 괜찮아질거라 속삭여 주었던 기억.  

하지만 그녀는 누구였지? 그녀를 사랑했다 -그 감정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소중했기에 사랑했다. 그에게도, 아서에게도. - 아서, 그는 누구지? 그리고 그 순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불안이 그를 휩쓸었다. 심장의 핵을 단번에 꿰뚫는 공포. 이보다 지독한 질문이 있을 수 있을까. "아서는 누구지?" - 어떻게 그가 잊을 수 있을까.

일어나요, 그녀가 속삭였다, 일어나요.

하지만 어떻게?







* - * - *






그날, 아서 삼촌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필리파가 기억하는 한, 그건 관례와도 같았다. - 토요일 밤은 임스 삼촌과 아서 삼촌이 함께하는 밤이었다. 임스 삼촌은 필리파, 제임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고, 그의 목소리는 공기를 가르고, 그의 말들은 색색의 실들의 마술처럼 금실로 넘실거렸다. 그리고 아서 삼촌은 닫혀진 방문 뒤로 아빠와 일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것이 그녀가 가장 사랑한 그들의 모습이었다.  

필리파는 '가족의 밤'에 대해 비웃는 다거나, 다른 변명들로 피하려하는 그런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는 소녀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어울리려 노력하는' 서투른 부모란 그녀에게 없었고, 악질적일 만큼 지겨운 보드게임도 그녀에겐 필요없었다. 그녀에겐 아서 삼촌과 임스 삼촌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 어느것으로도 토요일 밤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 쓸데없는 잡동사니들을 사러 쇼핑을 나간다거나, 학교 남자애들에 대해 수다나 떠는 것으로는 더더욱. 그녀가 찾아낸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란 그녀의 가족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감사했다. 그것만으로도.

하지만 오늘밤은, 지난 여섯달간의 매주 토요일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야기는 없었다. 아서 삼촌은 웃지 않았고, 그의 넥타이는 느슨해져 있지 않았고, 2시간 동안 아빠를 도와 제임스가 제일 좋아하는 양배추 샐러드와 치즈포테이토마카로니를 만들면서도 그 어느 것하나 먹지 않았다.

임스 삼촌의 의자는 비어있었다.

저녁 식사의 그 그리운 공간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필리파의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엄마의 사진에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턱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덮고 기다렸다.

5분이 지나가고, 그리고 10분이 지나고, 그렇게 15분이 흘렀다.

째깍거리는 시계의 소리에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서 삼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계단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까 - 아니 어쩌면 잠결에 듣지 못한 거였을지도 (그녀는 여전히 어떻게 그가 소리없이 계단을 오를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들어와도 돼." 졸린 목소리로 말하자, 아서 삼촌이 들어왔다. 복도 빛에 드리운 그의 늘씬한 그림자가 그녀의 침대에 닿았다.

너무 말랐어, 그가 침대의 가장가리에 앉았을 때 필리파는 생각했다. 수척해진 그의 얼굴과, 얇은 손목위로 튀어오른 뼈,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허리를 둘러 안았을 때, 그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학교의 매기 그레이스 같았다. 그녀는 싸가지고 온 점심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렸고, 언제나 뚱뚱한것 같다며 투덜거렸다.

2주 전, 그녀는 결국 학교에서 기절했고, 엠뷸란스에 실려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지금 아서 삼촌은 딱 그런 매기 그레이스 같아 보였다.

아서 삼촌이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자, 필리파는 좀 더 꽉 그를 껴안았다. 사랑해, 아서 삼촌,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니 말하려 했지만, 정작 입밖으로 내뱉은 말은 무딘 칼날처럼 그를 괴롭히는 말이었다. "아서 삼촌, 임스 삼촌은 언제 깨어나?"

그가 몸을 경직시키는 걸 느꼈지만, 그녀는 그의 조끼(아서 삼촌의 옷은 언제나 멋졌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그를 본 기억은 없었다)에 얼굴을 묻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필리파는 뺨 아래로 그의 가슴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건 나도 몰라, 필리파. 대답해 줄 수 없어."

그건 옳지 않았다. 그건 전혀 옳지 않았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선생님은 항상 기분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그녀는 그를 때리고 있었다. 꽉 쥐여진 주먹이 아서 삼촌의 가슴을 내려치고, 잔인한 말들이 그녀의 입에서 막아 세울 틈도 없이 빠르게 흘러나왔다."삼촌은 알아야 해!"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삼촌은 뭐든 다 알고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자신이 무슨 말은 했는지 깨닫는 순간, 숨이 가파왔다.

아서 삼촌은 화가 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그 어느때보다 슬퍼 보였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죽어있었고, 길을 잃은 채 슬픔만을 담고 있었다. 필리파는 그를 다시 껴안는 것밖에 해 줄 것이 없었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어렸을 때처럼 그의 무릎위에 앉았다. 그러기엔 지금 그녀는 너무 커버렸다는 걸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임스 삼촌이 보고싶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아서 삼촌이 대답했을 때,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알아."

"임스 삼촌은 거짓말쟁이야." 버릇없는 말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가끔씩 그녀의 상처난 가슴은 깊이 묻어 놓은 말들을 크게 말해버리라고, 그럼 편해질거라고 외치고 있었다. "삼촌은 모두 다 괜찮아 질거라고 했어. 삼촌은 거짓말쟁이야."

"그래," 아서 삼촌은 말했고, 그의 목소리는 마치 목구멍에서 일그러져 토해내는 소리마냥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필리파는 그의 목에 얼굴을 묻고, 모든 질문의 답을 알고 있던 그녀의 아서 삼촌에게서 안정과 위안을 찾으려 했다. "그래, 가끔씩은,"

"돌아왔음 좋겠어." 괴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녀의 말이 지금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깨달았다. 아서 삼촌은 그녀의 배의 배로, 몇 배나 임스 삼촌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 뻔한데 - 하지만 아서 삼촌은 내색하지 않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몫까지 대신해 준 것이다. "다시 돌아왔음 좋겠어."

그리고 돌아온 아서 삼촌의 말은 그녀를 놀라게 했다. "알아. 내가 데려올테니까."

조금 뒤로 물러나, 놀라움에 두 눈을 깜박였다. 아빠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녀 역시도 코마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내용은 책을 읽어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몸이 스스로 깨어나기 전까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눈을 깜박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아서 삼촌의 흔들림없는, 차분한 목소리에 희망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날개짓을 해보였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해야만 했다.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들어 두 눈을 마주했다. "거짓말이라면 하지마, 아서 삼촌."

필리파는 이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필리파."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조금 떨었다. 그의 손가락이 매기 그레이스 같았기에, 뼈가 불거져 나온, 가는 그의 손가락은 너무나 차가웠다. "필리파." 그의 손가락이 턱에 닿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난 한번도 너에게 거짓말 한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그녀의 한 손을 잡아, 그녀의 새끼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할게, 필리파, 난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아."

그녀의 대답에 망설임은 없었다. "응."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는 단 한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었다.

아서 삼촌, 아빠 보고 싶어.

알아, 삼촌이 가서 데려올게, 약속해.

아서 삼촌, 무서워. 나 죽는걸까?

아냐, 필리파. 그냥 감기일 뿐이야. 곧 나아질거야, 약속해.

파티 오는거지? 아서 삼촌. 절대 늦으면 안돼!

걱정마, 필리파. 맞춰서 갈게. 약속해.


"너의 임스 삼촌은 반드시 내가 돌려놓을 테니까." 그녀에게 말하는 아서 삼촌의 목소리엔 확신이 있었고, 그녀는 새끼 손가락에 힘을 주어 더 꽉 그의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해."







- - - - -






아서는 가죽쇼파에 늘어지듯 기대어 앉아 있었다. 멍한 시선은 희미한 불빛 아래 방안을 떠돌고 있었고, 그의 두 눈은 정처없이 헤매이고 있었다. 잘 개켜놓은 임스의 옷들과, 바닥 위로 널부러져 있는 옷들. -깨끗히 세탁된, 6개월 전 코브의 미친듯 날뛰는 전화를 받은 그 이후로 그건 그 곳에 있던 그대로였다. 벽쪽의 책장 위로 늘어선 임스의 수집용 고전학 서적들. 그것들 중 대부분은 몇년간 읽고 읽은 흔적으로 닳아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커피 테이블 위로 반짝이는 동그란 워터마크들. 임스는 항상 이상할 정도로 겉치레라든가, 형식적 예의같은 것들에 질색을 했고, 컵받침도 그 중 하나였다.  

"임스 삼촌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음 좋겠어."

필리파의 말들이 그의 가슴 안에 메아리쳤고, 손안의 스카치를 담은 잔을 들어올려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마셔 넘겼다. 하지만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느낌도, 비어버린 속안에 싸안 알콜의 쓰라림도 모두 느낄 수 없었다. 최근엔 그 어떤 것에도 무감각했다. 하지만 필리파의 꽉 껴안아 오는 두 팔을 느꼈다. 가슴팍을 때리는 그녀의 꽉 움켜쥔 손을 느꼈다. 목덜미를 적시는 그녀의 눈물을 느꼈다. 너의 임스 삼촌은 반드시 내가 돌려놓을 테니까.

알코올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다. 잊고자 하는 기억들을 항상 되살려 놓았다. 두 눈을 감아, 그 사이로 임스와 처음 만났던 그 장소, 그 시간을 떠올렸다. 허리를 숙여 손등 위를 덮는 그의 입술, 기억 속의 그는 조금 떨었더랬다.

맬이 죽었다, 죽어버렸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돔이 전화 반대편에서 소리를 질렀고(그때에도 그는 여전히 지금과 같은 돔이었다), 그리고 그는 완벽하게 망가져 있었다. 아서는 포르투갈에서 출발하는 첫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그 일 이후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재앙과 같은 일을 정리하고, 장례식을 준비하고, 왜 엄마는 천국으로 가버린 거냐며, 왜 아빠를 따라 '휴가'를 갈 수 없는 거냐며 묻는 어린 필리파를 끌어안아 주었다.

아무도 몰랐다, 코브 조차도, 그리고 아서 자신조차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포스트카드의 주소란에도, 전화 통화의 반대편에도, 장례식장을 들어설 때에도, 코브의 프리패스를 위해 그의 변호사를 만나러 갔을 때에도 - 그 곳엔 항상 임스가 함께 있었다.

인셉션. 아서는 들린 의자 밑으로 킥을 느꼈고, 앞으로 고꾸라지며 불쾌감에 임스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그저 웃고 있었다. - 그 장난스런 미소 아래로 낯선 부드러움을 보았다. 그리고, 어째서 그때, 그때 아서는 그 의미를 몰랐던 걸까.

그는 고통에 신음했고, 벌어진 상처 아래로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추웠다. 너무나 추웠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이는 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품에 안아 그가 속삭였다. 괜찮아, darling.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함께 있을테니까. 곁에 있을테니까. 사랑해.

필리파 - 사랑스럽고 귀여운 필리파, 그녀의 아름다운 갈색의 눈동자, 부끄러움과 망설임을 담은 그녀의 커다란 두 눈 -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말했어?

그리고 악몽,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손이, 두발이, 온 몸이 떨려왔다. 마음의 감옥에 갖혀버린 자신. - 펜로즈 정신병원의 새하얀 옷을 입고 있는 임스, 간호사인 아리아드네, 꿈 속에서 미쳐버렸던 자신. 얼마나 반복했던가, 임스를 만나고, 만나고, 계속해서 만났다. -정신병원에서, 파도치는 해안가에서, 종말이 다가온 세상에서,  이름모를 호텔의 로비에서, 꿈 속에서 계속, 계속해서. 몇 번이나? 그는 알 수 없었고, 임스는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그가 아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희생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아서 자신으로부터 그의 마음을 지켜주려 했는지.

아서는 두 눈을 열어, 창문을 통해 흐르는 잿빛 새벽의 어스름을 바라보았다.

코브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속을 울렸다. 절대로 안된다는 그의 표정. 단호히 다물어진 그의 입술과, 가슴 앞으로 팔짱을 낀 그의 두팔. 네가 생각하는 게 뭐건 간에, 아서, 절대 안돼. 너무 위험해. 요전 코마 환자의 무의식에 들어가려 했던 팀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너도 알잖아. 아니 분명 알겠지. 너라면 이미 조사했을 테니까. 1시간 후면 뇌는 죽어, 아서. 예외는 없어. 그런 위험을 네가 무릎쓰도록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진 않을거야.

말은 고맙지만, 코브, 그냥 닥치고 있어.


그는 쇼파에서 일어나,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 어제부터 입고 있었던 옷을 벗고 침대 위에 꺼내놓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너무 야위어 있었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몸에 닿는 정장이 헐렁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임스가 가장 좋아했던 옷이었고, 그의 유연한 손가락들이 그의 목에 둘러진 붉은 실크의 넥타이에 매듭을 만들고 있었다. 한 손엔 침대 옆에 놓여있던 PASIV를 집어들고, 영원히 계속될 꿈을 담은 바이알의 뚜껑을 닫아 주머니에 넣고, 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이 곳에 대체 얼마나 갖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혼자라는 것 외엔, 아무리 뇌를 혹사시켰다 한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기억할 수 없었다, 절망에 욕설을 내뱉고, 등 뒤로 느껴지는 벽에 기대어 주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일그러진 흐느낌이 목구멍 밖으로 떨리는 호흡을 막아세웠다. 작은 소녀의 목소리는 그저 기억의 한 부분에 불과했고, 그 기억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알들 처럼 아스라져 갔다. 그리고 그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 속에 그를 홀로 남겨둔 채 그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 혀 끝으로 하나의 단어가 맴돌았다. 그리고 곧이어 이미지가 떠오르고, 미친듯이 그를 붙잡으려 애썼다. 그에 매달리며, 그를 소원하며. 한 명의 남자. 어두운 머리칼과 어두운 두 눈동자의, 쓰리피스 정장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남자. 단호히 다물어진 입술은, 그가 놀릴때면, 장난을 걸때면, 언제나 선명한 보조개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렇게 웃을 때면 그의 두 눈은 그 끝에 주름을 잡으며 예쁘게 휘어졌다. 그는 흠 하나없이 곧았고 퉁명스러웠지만, 다정한 단어 하나에, 작은 손길 하나에, 곧바로 풀어지곤 했다. 그것이.. 그것이 아서였다.

아서.

이례적인 아름다움의 포인트맨.

부드러운 머리칼, 어두운 두 눈동자, 완벽한 선의 몸, 그래, 바로 그거였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아서. 이례적인 아름다움의 포인트맨. 부드러운 머리칼, 어두운 두 눈동자, 완벽한 선의 몸.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아서. 이례적인 아름다움의 포인트맨. 부드러운 머리칼, 어두운 두 눈동자, 완벽한 선의 몸.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아서.







* - * - *






필리파는 그릇에 팬케이크를 올려놓고, 가운데를 핀으로 고정시켜, 카라멜 애플잼을 그 위에 부었다. 뜨거운 시럽이 그 위를 뒤덮었다. 아서 삼촌이 가르쳐 준 그대로. 그리고 그순간, 그녀는 더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전화 벨이 울리고, 아빠는 그녀를 향해 고개짓을 했고, 보울에 담긴 반죽을 한번 국자로 퍼 후라이팬 위에 얹히고, 아침식사가 차려진 테이블을 지나, 맨발의 잰걸음으로 전화기 앞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필리파?" 잔뜩 떨리는 목소리의 여자가 물었다.

"아리아드네 언니?"

"필리파, 아빠 좀 바꿔줄래?" 그리고 그녀는 훌쩍였다. "너의 아서 삼촌에 대한 거야."

오븐 앞에 서 있던 아빠는 얼굴을 찌푸리며 필리파의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아갔다. 그녀는 불평한마디 없이 아빠에게 전화를 건네 주었다. "아리아드네?" 아빠는 전화기에 대고 말했고, 한동안 아무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의 이마 위로 자리잡은 주름이 점점 더 깊어지고, 깊어졌다. 그가 들고 있던 주걱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고, 여기저기 반죽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아빠의 이어진 말을 크고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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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삼촌은 너무 작고, 너무 말라, 더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몸으로 임스 삼촌 옆에 누워 있었다. 하얀색의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그의 비싼 검은 정장은 반으로 접혀 주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창백했고, 필리파는 그의 손을 붙들어 그 얼음같이 차가운 냉기에 몸을 떨었다.

밖에는, 아리아드네 언니와 그녀의 약혼자(브래드 뭐시기)가 서 있었고,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아빠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가 꽃다발을 들고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창문 넘어로 아서 삼촌은 임스 삼촌의 옆에 누워, 그의 입술에 다정하게 키스하며, 곧바로 그의 손목에 바늘을 꽂아 넣었다고.(난 막으려 했어요, 코브, 난 막으려-) 그녀가 어떻게 PASIV(패시브가 뭐지? 필리파는 그 단어(passive)가 명사도 될 수 있는지는 몰랐다)를 향해 달려 갔는지, 하지만 유일하게 본 것은, 타이머가 없다는 것과, 그건 아서가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과, 그 곳에 닿기 위해 정체모를 진정제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임스 삼촌이 깨어나지 않으면 그 역시 깨어날 수 없었다.

필리파는 아빠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은 분노 보다는 절망에 가까웠다.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뭔가 방법이 있을거라고!!) 유서프 아저씨는 그 진정제를 분석했고, 그 역시 슬픈 표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서는 뭔가 엄청난 걸 썼어. 이건 전문가인 나도 처음 보는거야) 사이토 아저씨는 식당으로 제임스를 데려갔다 - 하지만 필리파는 침대 옆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길 거부하고 있었다. 가슴 속으로 분노와 두려움이 동시에 치솟아 올랐다 -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여기서 울어버린다면 그건 포기의 의미가 되어버릴 테니까.

"약속했어," 그에게 상기시키듯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분명히 그라면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아서 삼촌은 창백했다. 너무나 창백했다. 그의 입술은 푸른색이었고, 그의 몸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서 삼촌, 약속했어."







- - - - -






하루가 흘렀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그렇게 2주가 지나갔다.







* - * - *






아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아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아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

그는 더이상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한 가지 만은 잊을 수 없었다 - 이 하나 만이 사실이었으니까. 그건 사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한가지 사실만을 진언처럼 되뇌우고 되뇌우고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는 아서를 사랑한다, 아서가 누구든지 간에, 아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간에 - 그를 사랑한다.  

그건 그 이름의 정의였고, 그 이름의 뜻이였고, 그 이름의 모든 것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엉망으로 망가진 마음 속을 헤집어, 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뒤섞어놓는다 해도, 입밖으로 세어나오는 말들이 횡설수설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다고 해도, 이 두 음절의 이름 만큼은 절대로 놓을 수 없었다.

아서 : 네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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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무릎을 꿇고, 쿵쿵 고동치는 장막 위로 귀를 가져다댔다. 그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댔고,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갔다. 그리고 그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그대로 아래로 내리 꽂았다. 마치 신의 창의 꿰뚫림처럼. 그렇게 어둠을 찢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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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위로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아니, 위에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약하게 밀어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엔 그의 근육은 위축되어 있었고, 그의 두 눈은 쓸모없는 것이었다. 기나긴 시간동안 이 곳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어둠이 전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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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무릎을 꿇어 미친듯이 파내었다. 그의 정장은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건 처음 이 전쟁터에 온 순간부터 엉망이긴 했지만 어쨋든, 파내고, 파냈다. 손톱이 부서지고 뽑혀져 나갔지만, 그는 계속해서 파내려갔다 - 얼마나 아래인걸까. 더이상은 알수조차 없었다. - 하지만 그는 모든 의문의 벽을 부수고, 그저 계속 밀어붙였다.- 꿈도, 악몽도 아닌 그 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기만을 바라며, 그는 부수고, 벗겨내, 그 존재 밖에서 단 한가지 이유만을 남겨둔 채 모든 걸 지워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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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아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

소음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의 위로 무언가가 움직이고, 그리고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사라져버린 모든 논제들과 단어들이 그의 마음에서 갈가리 찢겨졌다. 오직 한 단어만을 제외하고. :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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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의 손이 마지막 층을 찢어냈다. 땀과 눈물이 그의 얼굴을 뒤덮고, 앞으로 기대어, 꽉 막힌 목구멍으로 밭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어둠을 찢고 터져나왔다. "임스."

임스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처음 세상에 나온 그 날과도 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두 눈을 깜박이며 속삭였다- "아서."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말없이 얽히고, 그리고 곧 아서는 눈 앞의 존재를 향해 팔을 들어올렸다 - 그리고 곧 임스는 무(無)로 가득한 공허한 공간 안을 정신없이 휘저었다. 반대편의 그에게 닿길 간절히 원하며, 그의 눈가로 눈물이 고이고, 작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되뇌었다. 아서, 아서, 아서.지금 이 순간, 그 두 글자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신만이 아는 그 긴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각인시키고, 새겨넣은 그 진언의 진짜 의미를 지금 이 순간 알 수 있었다. - 그렇다고 그 자체(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의미가, 그 안에 남겨둔 뜻이 틀렸다라는 건 아니었다.

"날 데리러 온거야." 두려움으로 지독히도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당연하지, 이 멍청아." 아서는 그를 좀 더 가까이 끌어안아,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 사이로 미소지었다. "당연하잖아."







* - * - *






"엄청 불편해 보이는데. 우선은 잠깐 깨우자."

"피곤해 보이잖아. 그냥 자게 둬."

"그럼, darling, 적어도 조금만 움직여봐, 여기 눕혀야겠어... 너, 근데 씨발 대체 뭘 했길래 뼈만 남았어?"

목소리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둥둥 떠다녔다. 희미하지만 익숙한 목소리들. 필리파는 조금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침대에 기댄채로 잠깐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사이토 아저씨가 아빠의 집 근처 병원의 보다 크고 넓은 개인실로 임스 삼촌과 아서 삼촌을 옮기고 난 후, 그녀는 시간이 날때면 항상 이 곳으로 왔다- 그리고 의자에서 번쩍 들어올려졌을 때, 그녀는 깜짝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뭐 하-"

고개를 올려 바라본 그 곳에는 임스 삼촌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내뱉으려 했던 모든 말들은 그 순간 혀끝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필리파는 기쁨과 환희로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목을 꽉 끌어 안았다. 그들의 옆으로, 아서 삼촌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침대에서 내려가려 했을 때, 필리파가 뒤에서 그의 자켓을 잡아 당겼고, 그는 다소 웃기게 침대 위로 등을 대고 다시 쓰러졌다. 그녀는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감아 두 남자를 끌어 안았고, 눈가로 차오른 눈물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 * - *






필리파, 그녀가 11살이 되고 반년이 지났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아서 삼촌은 언제나, 언제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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