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on the water

by. mad_lori (original link:  here)







슬픔은 파도 위의 나의 육체
슬픔은 나의 동굴 깊이 웅크린 소녀
슬픔으로 쌓아올린 이 도시 위에 살아간다
그것이 나의 꿀, 그것이 나의 젖

이 물가 위에 홀로 남겨진 내 심장의 반쪽, 그대는 떠나지 마오
해진 넝마와 짙은 동정으로 나를 감춰주오
아직 그대를 잃고 싶지 않은 나이기 때문에

-The National-







자리에 앉아 들려오는 말소리들을 들었다.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치. 심각. 뇌압. 정말 유감이다. 선택. 합의.

셜록은 다리를 꼰 채,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용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그가 물은 전부였다.

눈앞의 신경외과의는 바틀로뮤에 있었을 적의 동기로, 괜찮은 실력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엔 동정이 가득했고, 머릿속엔 아마도 모든 상황들이 떠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은 없었다. “한 달. 길어야 한 달 정도입니다.”

물어보고픈 말들이 더 있었지만 셜록이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가지, 존.” 그리고 그는 방을 나섰다. 나도 따라 나가려 했다.

“존- 정말 유감일세.” 나의 오랜 벗이 말했다. “적어도 편하게는 보내줄 수 있네만.”

난 웃었다. 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살면서도 단 한번 편한 적이 없었네. 이제 와서 편해진들 무슨 소용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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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 안은 조용했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을 봐. 세상을 봐. 여전히 잘만 돌아가는군. 홀로 추락하는 기분. 셜록의 손가락이 무릎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택시가 채 멈춰서기도 전에, 그는 이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현관을 지나선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파일들을 뒤적였다. 훑고, 던져놓고, 쌓아올렸다.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난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셜록.”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셜록!”

“정신 감정이라면 사양하지, 존. 그게 자네의 목적임엔 분명하겠지만.”

“그럼 신체 감정이라면 어떤가.”

그는 코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만으로는 부족하던가. 더 알게 된다 한들 대체 무슨 소용이라고.”

“얘기해야 돼.”

“뭐에 관해?” 손에 들고 있던 폴더를 던져놓고, 그는 나를 향해 돌아섰다. “살날까지 앞으로 한 달 남짓이라는 것?” 그의 말은 마치 정수리를 파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납덩이같았다. 척추 아래에까지 깊이 관통하는 무거운 통증. “대화가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자네겠지.”

“그래, 좋아, 난 필요해. 셜록…”

“내가 무능해지기 전까지 이 일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게 내 유일한 관심사네.”

난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일?

그는 마침내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나를 정면에서 마주보았다. “자넨 언제나 사실만을 말했었지 않나, 존. 좋아, 이번에도 시작해봐.”

깊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내뱉았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에게 묶어둔 채, 언젠가 돌려줄 수 있도록. “두통은 더 심해질 거야. 실어증 또한 겪게 될 테고 말하기가 힘겨워질 거네. 균형감각도 형편없어 질 거고, 곧 제대로 걷거나 서 있을 수도 없게 될 거야. 사물에 대한 인식력도 흐릿해지고, 시력 또한 마비되겠지. 토기, 현기증,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근육은 퇴화. 가끔씩은 의식도 잃게 될지 모르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균형 감각 상실과 실어증이라면 이미 시작되고 있지.” 이번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전부 견뎌낼 생각 없어, 존.” 그는 내 두 눈을 바라봤다. 침착해 보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에 대해서라면 난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셜록의 안에 있는 두려움.

“나 또한 그런 자넨 지켜볼 수 없어.” 그를 잃음에 대한 생각보다도 열등해지는 그의 마음을 대면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처참했다. 한 때 특별하고 놀라웠던 자신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는 있지만, 어떻게 그리고 어째서 이었는가를 기억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더 이상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몸뚱이에 갇혀 떠도는 한없이 무한한 에너지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 그의 뇌 안쪽에서부터 스멀거리며 자라나는 이질의 불행으로부터 죽어가는 그의 모습.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오, 주여. 그건 안식이었다. “자넬 돌봐 주겠네.”

그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자네가 그럴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주사는 안돼.”

나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야.”

“자네에겐 그 어떤 혐의도 남겨두지 않기로 했네. 자살로 보이게끔 해야 해. 알약은 없나?”

“있어. 조금 길겠지만. 30분 정도. 고통은 없을 거야.”

“좋아. 준비해두게. 하루 한 번에 끝내지. 난 일을 계속 할 테니, 자넨 누구에게도 내 상태에 대해 말해선 안돼. 이해했나?”

이해했다. 그의 요구에 이번만큼은 따를 수 없을 거라는 걸. 내가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그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아무도 모른다’ 라는 가공의 사실을 지켜줄 것임이 틀림없었다. “알았네.”

“때가 되면 결정하도록 하지. 찾아오는 사람은 막지 않겠지만, 마지막 날 만큼은 혼자 있고 싶군.”

목구멍이 꽉 조여 왔다. “혼자?”

“그래. 그날만큼은 자네 수술 일정을 미룰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순간 안도했다. “아. 물론 그럴 수 있을 거야.”

내 목소리에 묻어나는 무언가를 그가 눈치 챘음이 분명했다. 한 걸음 가까이 그가 다가왔다. “존. 내가 ‘혼자’ 라고 말할 땐 항상…”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Well. 자네에게 괜찮았으면 하군.”

괜찮았으면 이라고?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방금 내게 그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 달라 했다. 거기엔 괜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떠난다는 현실을 나는 아직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하지 않았던 내 삶은 이제는 거의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의 모든 기억 속에 그는 교활하게도 몰래 끼어들어 왔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도 그가 있었다. 간이침대에 앉아, 주변의 남자들과 떠들어대며, 상처를 꿰매는 나를 괴롭히는 모습. 바틀로뮤에도 그가 있었다. 시체안치소로 끌고 가 공부하는 날 방해하고, 강의책을 빼앗아 시뻘건 색의 펜으로 잘못된 부분들을 하나씩 표시하는 모습. 그는 나와 함께 학교에도 있었고, 집에도 있었다. 어렸을 적 자주 나가 놀곤 하던 공원에까지.

거실 앞에 우두커니 서서 다시 파일을 집어 드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한지 어느 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와 나의 이름은 언제부턴가 혼성어가 되어 있었다. 셜록-존. 중간의 그 이음선 하나가 서로 떨어져 있었을 때조차 우리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하루든, 일주일이든, 그에게로 이어진 보이지 않는 실의 존재를 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욱신거리는 화가 치밀었다. 스스로의 반쪽을 잘라 없애고, 다시 단수의 존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그가 아닌 나일 테니까. 존-[공백]. 이 이음선은 남을 것이다. 그날,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날카로운 상처, 난 그 고통을 견뎌야 할 것이다.

우리는 룸메이트라며 서로를 소개하곤 했다.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친구. 사람들은 가끔씩 우릴 연인으로 보기도 했다. 그 어떤 것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우리의 관계에 대한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가 있기나 한 것일까. 해리는 언젠가 우리에 대해 ‘hetero life partners’ 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었다. 셜록은 그걸 좋아했다. 우스갯소리로 적당했으니까. 그것이 우릴 지칭하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우리는 그저- well, 우리는 우리일 뿐이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가슴 깊이 뚫려버린 커다란 구멍정도가 다였다. 커다랗게 입을 벌린 그 안은 공허하고 공허해 나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 모습을 그에게 보일 순 없었다. “잠시 나갔다 오겠네.” 내가 말했다. 조금 전 그가 전해 받은 사실들에도 그를 혼자 두고 나가려는 내 죄책감은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다. 그 어떤 감정이라도 꺼내려드는 나와 함께 있기 보다는 혼자 있는 편이 나을 테니까.

그는 그저 짧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다녀와.”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위장이 경련했다. 잠깐 동안 벽을 잡고 몸을 가누어야 했다. 간신히 밖으로 나가 큰 소리로 택시를 외쳤다.

사라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침착하려 애썼다. 내 인생에 있어 카테고리를 정할 수 없는 또 다른 관계. 여자친구? 아니었다. 친구? 그럴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은. 섹스 프렌드? 가끔씩. 이런 분류표들이 아마도 적당할 것이다. 단지 셜록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녀가 다른 이들에 비해 조금 더 깊이 개입해 있다는 것만을 제한다면. 그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이음선에 대해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이유로 우리가 바라고자 했던 관계는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또한 친구라는 안전 지역 안으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여기 지금 이렇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관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데이트를 했다. 내게 주어진 이는 셜록뿐.

그녀는 내 표정을 확인하곤 안으로 날 끌어당겼다. “무슨 일이예요?”

몸이 떨렸다. “셜록.”

“이번엔 또 무슨 짓을 저질렀대요?”

“떠나있는 사이 빌어먹을 뇌종양 따위에 걸려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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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녀 앞에서 오열을 토해내는 동안, 그녀는 날 위로해 주었다. 셜록의 완벽한 초연함 속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어쩌면 나를 무신경하게 만들어 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건 간에 놀랍도록 들어내 보이는 것. 그의 인간성에 대한 구체화. 그가 억누르고 감추는 감정들을 나는 내 몸을 통해 표출해야만 했다. 결국엔 항상 두 명분의 의무를 져야만 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알약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셜록의 계획 또한 털어놓았다. 반 정도는 그녀가 거절해주길 기대했었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어시스턴트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다.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가- 그 충분하기까지?” 그녀는 물었다, 조용히.

부어오른 얼굴 위로 차갑게 젖은 수건을 눌렀다. 이렇게는 돌아갈 수 없었다. “길어야 2주 정도. 증상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라. 저번 주에야 겨우 그가 두통을 겪는다는 걸 처음 눈치 챘을 뿐이라고요, 이건 정말 말도 안돼.” 목소리가 부서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마 위로 달라붙은 머리칼을 사라가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정말 유감이예요, 존.”

“공평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여야 하는 겁니까?”

“어째서 다른 이들이어야 하죠?”

“하지만 그는- 세상은 그를 필요로 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그가 한 일을, 그가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왔는지를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축축하게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른 후, 소파 등받이 뒤로 고개를 젖혔다.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일은 조금 쉴 수 있을까요. 그는 혼자여선 안 됩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이예요.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겠죠.” 난 그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는 인정할 때도 됐잖아요.”

“뭐를요?”

“당신이 지금 원하고 있는 거요. 가능한 한 그와 함께 있길 원하잖아요. 마지막이 오기 전까지요.”

입술이 다시금 떨려왔다. 마지막. 그의 마지막. God, 사실일리 없었다. “난 우리의 시간만큼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라는 다시 나를 껴안았고, 나는 그녀의 품에서 조금 더 울었다. 바보 같았지만,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었다. 셜록의 앞에서는 불가능했으니까.

그녀의 말이 옳았다. 그에게로 돌아간 그 순간부터, 난 절대로 다시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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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을 했다. 난 병원에는 나가지 않았다. 한 사건이 끝나면 또다시 한 사건이 이어졌다. 그는 잠조차 자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 또한 잘 수 없었다. 그가 목욕을 할 때나, 내가 도울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을 때, 잠깐씩 낮잠을 자는 것이 전부였다.

레스트레이드를 불러내 지금 상황에 대해 조용히 설명했다. 그는 한 대 얻어맞은 사람 같은 표정을 했지만, 재빨리 표정을 추슬렀다. 그가 결정을 내리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는 약속 또한 잊지 않았다. 안젤로에게도 같은 말을 해두었다. 아마도 얼마 후엔 여기저기 말이 오가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허드슨 부인에게만큼은 셜록은 완강했다. 때문에 난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털어놓는다면, 이 계획을 진행시킬 수 없게 될 테니까. 더 이상 숨기고 있기 힘들어질 때까지, 우리는 기다리기로 했다.

사라는 내게 알약을 가져다주었다. 두 개의 알약, 하얗고 매끄러운.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녔다. 내 도움 없이 그는 절대 약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점점 더 쇠약해지는 몸에 좌절하고 암담한 현실에 욕설을 퍼부으며 홧김에라도 약을 넘겨버린다면, 그리고 가게에서 장을 보고 돌아온 내 눈 앞에 그의- well. 약은 내가 가지고 있기로 했다.

며칠 동안은 증상이 악화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곧 두통으로 인해 구겨지는 그의 굳은 표정은 내가 건네준 진통제로도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가끔씩 비틀거리기도 했다. 사건 현장을 보러 갈 때면, 난 항상 그의 옆에 조금 더 바짝 붙어 서 있었다.

그에 대한 진단이 있은 지 일주일, 화장실에서 토하는 그를 보았다. 그는 창백했고, 얼굴 곳곳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난 구토 억제제로 콤파진을 주었고, 그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 날, 그는 처음으로 현저한 실어증 증세를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설명을 늘어놓으려는 찰나, 말들은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그의 턱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두 눈을 통해 그의 머릿속은 지금 증거들에 대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게선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당황하고 있었다. 언제나 셜록의 감정을 은폐시키던 그 장막 위로 간신히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장막은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좀처럼은 드러나지 않았었다. “존,” 그가 더듬으며 날 불렀다.

“저건 뭔가?” 그가 말하려는 게 무엇이든 이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을 아무거나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는 시선을 돌렸다. “신형 시트로엔이네.” 그리고 그는 깊게 한 번 숨을 삼키고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위해 논리 정연하게 증거들을 늘어놓았다. 샐리는 표정을 찡그렸다. 레스트레이드는 한 숨을 쉬며 나와 시선을 몰래 교환했다.

그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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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장을 보고 돌아왔을 때, 계단을 막 내려오는 마이크로프트와 마주쳤다. 그는 창백해 보였고, 어딘가 야위어 있었다. “오, 존.” 그는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이제 오는 길인가. 얘길 나누질 못해 아쉽군.”

“그런 거라면 제가 나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셨겠죠.” 조금 신경질적으로 들렸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도 모를 만큼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는 조금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 셜록과 비즈니스 관계로 얘기할 게 있었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올라가 보겠습니다.” 지금은 그와 가질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셜록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게 맞은편의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 했다. “앉게, 존. 할 얘기가 있네. 이런 하찮은 비즈니스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필요한 것 같으니.”

난 앉았다. “무슨 일이지?”

그는 몇 장의 서류를 건넸다. 그게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법적대리인권리동의서. “계획이 틀어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그가 말했다. “내가 실신하거나, 의식을 잃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자네가 나대신 의료 처방에 대한 결정을 내려 준다는 동의서라네.”

그 상황에 대한 몇몇의 감정들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대로였다. 그저 단순한 비즈니스일 뿐. 죽음에 대한 거래. 서류에 사인을 했다. “여기.”

그는 인상을 썼다. “자네가 이렇게, 순순히 응해줄 줄은 몰랐군.”

“필요 없지 않나. 어차피 자네 방식대로 될 테니.”

“그 말이 맞길 바라지.”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유언을 조금 바꿨네. 마이크로프트에게 남겨질 몇몇 개를 빼곤 모두 자네 앞으로 해뒀어. 자네가 알아서 기부를 하던 나누던 마음대로 해.”

난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건 별로 가지고 싶지 않아, 셜록.”

“그럼 전부 태워 버려,” 그의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 “무슨 차이가 있지? 내 것이 곧 자네 것이 아니던가. 상관없네, 어차피 내 재산으로 뭘 하던 난 알 수 없을 테니까. 맘에 드는 게 있으면 가지고, 없다면 전부 내다 버려.”

난 그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또한 날 바라보았다. 서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모든 말들이 소음이 되어 귀머거리마냥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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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셜록은 두 번이나 비틀거렸고, 거의 쓰러질 뻔 했다. 두 번째엔, 그를 부축해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앉혔다. 그 날, 그는 매우 조용했다.

“내 오른쪽 눈으로는 이제 아무것도 볼 수 없네, 존.” 그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의 떨림을 들을 수 있었다. “30분 전에 이미 잃어버렸어.”

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사건 해결이 코앞이야. 어서 끝내러 가지.” 그는 날 바라보았다. 필사적인 그의 두 눈.

“내가 멈춰줄 수만 있다면,” 난 속삭였다.

그는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았다. 손아귀에 꽉 힘을 주었다. 그 누가 우리에 대해 오해한다 해도 난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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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어코 사건을 끝냈다.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서 셜록은 거의 내게 매달리다시피 했다. 그의 균형감각은 어제에 비해 놀랄 만치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를 앉히고, 혈압을 쟀다. 높았다. 맥박이 요동치고 있었다. 열도 있었다. 동공의 반응 또한 균일치 못했다. 내 표정에서 그는 모든 걸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난 자리에서 일어서서 등을 돌렸다. “존,” 그가 말했고, 그 뒤에 이어질 말을 난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아냐,” 난 중얼댔다.

“시간이 됐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제발, 셜록.”

“오늘이 수요일이던가.”

“그래.”

그가 한 숨을 내쉬었다. “금요일 밤으로 하지, 그럼.”

그건 계획이었다. 이틀간의 통고. 첫 번째 날은 그의 생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위한 날이 될 것이다. 그와 대화를 하거나, 그에게 무언가를 건네주기 위한 시간들. 그리고 두 번째 날은 우릴 위해서.

주머니 안의 알약이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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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셜록의 두통은 끔찍했다. 빛조차 견뎌내지 못했다. 보다 강력한 진통제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해내는 것 같았다. 그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길 원했다. 사람을 만날 계획이 없는 것처럼 굴었지만,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계획의 첫 번째 순서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었다. 허드슨 부인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때가 된 것이다. 아래층의 그녀의 방으로 내려가 의자에 그녀를 앉혔다.

그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그를 껴안았다. 셜록 또한 그녀를 마주 안으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아프지 않다고, 모두 조용히 끝날 거라고. 그녀는 나 또한 안아주었다. 우리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와 잡다한 일들을 거들어 주겠다 그녀는 말했지만, 셜록은 확고했다. 내일, 다시 알려 드리겠다는 약속으로 대신했다. 그녀라면 셜록의 ‘혼자’라는 조건에 예외가 될 만한 가치는 충분했으니까.

몰리가 우리의 첫 방문객이었다. 그녀는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 갖은 노력을 해보였다.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모든 것들을 완전하게 무시한 채. “문신들을 모아놔 봤어요.” 사진 꾸러미를 그에게 넘기며 그녀가 말했다.

“고맙군,” 그가 말했다.

“사진 뒤에 당신이 저번에 말했던 내용들도 써놨어요. 분류만 하면 될 거예요.”

“이 얼마나 자상한가. 일이 좀 더 손쉬워 지겠어.”

몰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기, 신원 미상자를 받아놨어요. 정해진 바가 없으면, 슬개골 실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당신이 원하면요.”

“아주 멋져. 언제쯤이 되겠나?”

“일주일은 기다려야 할 거예요.” 그녀는 아마도 알고 싶었을 것이다.

셜록은 미소 지었다. “그때 찾아 가지.”

그의 말에 표정이 조금 흔들렸지만, 그녀는 재빨리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되찾았다. “가봐야겠네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녀가 말했다. 잠깐 동안 그를 내려다보더니, 허리를 숙여 그의 뺨에 키스를 남겼다. “잘 있어요, 셜록,” 그녀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는 조금 감동한 것처럼 보였다. “행운을 비네, 몰리.”

몸을 돌려 도망가듯 걸음을 떼는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조차 않았다. 결국 문가에 닿자마자 그녀는 참다못한 울음을 터뜨렸고, 그 흐느낌을 난 들을 수 있었다. 셜록은 긴 한숨을 자아냈다.

“이 후엔 좀 더 완벽하게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군,” 그가 말했다.

불행하게도, 다음 방문객은 샐리 도노반이었고, 그녀는 최악의 연기자였다. 평소와는 사뭇 먼 분위기로, 그를 향해 모욕을 늘어놓는 건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겐 가능한 것 같지 않았다. 무기력할 뿐이었다. 몇 분도 채 안 되서 그녀는 발길을 돌렸고, 스스로에 넌더리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문 앞에 선 그녀를 향해 다가섰다. “더 노력할 수 있었잖습니까.” 호흡 사이로 작게 말했다.

“저 녀석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도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바로 지금처럼 좀 더 평소답게 그를 대할 수는 없었습니까. 조금 전의 당신 행동은 전혀 평소답지 않았다구요.”

“사실을 전부 알면서 어떻게 그에게 ‘미친놈’이라며 모욕의 말들을 던질 수 있겠어요. 내일 밤이 그에게…” 그녀는 말을 흐렸다. “당신은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거죠?”

“난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있군요. 잘 있어요, 존.”

점심을 막 먹고 나자, 앤더슨이 나타났다. “여기,” 그는 으르렁거리며 종이 가방을 셜록에게 던졌다. “네가 원했던 섬유 샘플이다. 이번에도 기적을 한 번 만들어 보시는 게 어때. 그게 우리가 가진 증거의 전부거든.”

셜록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아무리 자네라도 이것보단 나은 증거를 찾았을 것 같은데, 앤더슨.”

“모든 범죄 현장에 네 녀석이 출입 가능하다는 게 이해가 안돼.”

“아, 그건 내가 하려던 말일세.”

“난 지금 너한테 모욕이나 들으려고 여기 서 있는 게 아니라고!” 앤더슨이 소리쳤다.

“그럼 앉게, 좀 더 편해질 테니.” 그의 말을 맞받아치는 셜록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시간 낭비군.” 장갑 안으로 그는 다시 손을 찔러 넣었다. “넌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머저리 녀석이야.”

“그리고 자네는 걸어 다니는 무지의 표본이지.”

“평생 그러고 살라고.” 앤더슨은 그 말을 끝으로 방을 걸어 나갔다. 나는 현관 앞까지 그를 따라 나섰다.

“고맙습니다,” 내가 중얼거렸다.

그는 날 돌아봤고, 그의 표정은 후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잘 돌봐주게.”

“그럴 겁니다.”

그 날은 우리에게 평온한 하루는 되지 못했다. 셜록은 그걸 기쁘게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그가 남긴 시간들에 대해 질투했다. 함께 하지 못했던 모든 소중한 시간들. 물론 그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타인들과의 시간은 제하고. 그의 도움을 받았던 몇몇 사람들은 그저 잠깐 들려 바삭한 페스트리를 건네주고 가기도 했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이유는 없었다. ‘오, 꽃집을 지나가는데 이 꽃다발이 눈에 띄더라고요. 방에 장식하기에 좋을 것 같지 않나요.’, ‘오, 이 초콜렛 좀 보게, 여동생에게 받은 거네만, 자네는 단 걸 싫어하던가?’

창밖으로 어둠이 깔렸다. 오늘의 셜록은 소파 위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균형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그를 일으키고 걸음걸이를 지켜보았다.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그에게 차를 끓여주었다.

8시가 넘어서, 레스트레이드가 방문했다. 그와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연기할 수 없었다. 끝마쳐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추가 조사는 없도록 조치를 취해두지.”

“약은 스스로 먹을 겁니다. 제 의지로. 하지만 그걸 멈추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존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도 있겠죠. 그는 의사고, 자살 행위에 대해 방관해선 안 된다는 의무가 있을 테니까요.”

“그거라면 밖에 있었다고 진술하면 돼. 자네가 약을 먹을 줄은 몰랐고, 도착했을 때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라고 말야.”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돼야 할 겁니다.”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있네, 셜록.”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은 무엇이었는가. 이 남자를 위해 심지가 타들어가는 폭탄과 쏟아지는 총알들 앞에 스스로를 내던져 왔다. 그런데 지금, 그는 내게 있을 위험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 건가?

“아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자네에겐 어떤 위험도 남겨두지 않아.”

“이봐,”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조사 명령의 98%는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네. 물론 너희들이 하려는 건 불법이지, yeah, 하지만 이런 경우엔- 대부분은 금세들 관심을 돌려버리니까, 어쨌든.”

셜록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듯 했다. “존에겐 아무 혐의도 없을 거라는 보증이 필요합니다.”

레스트레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경력을 걸고 맹세하지.” 그는 우릴 향해 미심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그렇고 여기 몇 가지 좀 봐줄 수 있겠나?”

셜록의 얼굴엔 금세 생기가 돌았다. “물론.”

그 후 30분 내내, 레스트레이드는 증거와 범죄 현장, 상황 정황 등에 대한 셜록의 생각들을 적어 갔다. 셜록이 앉아있는 의자의 팔걸이 위에 걸터앉아, 난 가끔씩 그의 말에 끼어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가만히 그 목소리의 울림을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떨어뜨렸을 때, 거기엔 내 점퍼를 쥐고 있는 셜록의 손이 있었다. 소매 부분을 오른손의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고 있을 뿐인. 내가 그 곳에 있다는 사실로 그는 위로 받고자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 아니, 어쩌면 그가 아직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받기 위해서 였을지도.

상황 증거로 봤을 때, 레스트레이드가 가져온 사건들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미해결 파일들이었다. 몇 년 전, 심지어는 몇 십 년 전까지. 그에겐 이것이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셜록에게도 또한. 그리고 난 궁금해졌다. 그에게 있어, 생을 떠나는 것과 일에서 손을 떼는 것, 그 둘 중 무엇이 더 힘든 것일까. 처음부터 그의 머릿속엔 둘의 구분이 있기나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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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엔 마이크로프트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9시 반, 사라가 방문했다. 그녀와 마주했을 때, 난 놀랐다. “몰랐어요?” 그녀가 말했다. “문자를 보냈던데요. 와달라구요.”

당황스러웠다. 그녀와 셜록은 절대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있는 나는 마치 줄다리기의 밧줄 중간에 걸린 깃발 같았다. 몇몇 친구들은 그런 나를 항상 한심해했다. 승자는 언제나 셜록이었으니까.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셜록이 언제나 이긴다는 사실. 그는 중력을 가진 천체와 같았다. 난 그의 궤도에 갇혔을 뿐이었다.

사라는 나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를 본 셜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를 향해 의자에 앉으라 손짓했다. 그리고 그는 날 똑바로 바라봤다. “존, 차를 좀 끓여주겠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와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부엌을 나설 수 없어, 몰래 그들을 훔쳐보았다. 가까이 앉아, 그들은 오로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길게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일어섰고, 그리고 그의 손을 붙잡은 그녀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셜록에게 차를 건네고, 그녀를 배웅하러 문 앞까지 갔다.

그녀가 뒤를 돌았을 때, 두 눈엔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와락 그녀가 날 껴안았다.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물었다.

“뭐라고 했을 것 같아요?” 그녀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내게 당신을 돌봐달라고 하더군요. ‘존은 힘들어할 겁니다.’ 라면서요. 당신이 제대로 식사를 하고, 잠은 제대로 자는지 지켜봐주길 원한다고요. 그 후에요, 알고 있죠?”

“흐음. 누군가는 그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가볍게 던지려 했던 말이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그 어투는 너무나도 단조로웠다.

“누군가는 더 이상 핑계거릴 찾을 시간이 없어 보이는데요,” 그녀가 말했다. 내 두 눈을 그녀는 정면에서 응시했다. “존, 지금만큼은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보여야만 해요. 지금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난 몰라요.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 일인지도 말해줄 수 없어요. 하지만 그는 죽어가고 있어요. 그의 머릿속엔 지금 온통 당신 생각뿐이라구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라가 떠나고, 그 짧은 몇 분 동안, 방안엔 우리 둘 뿐이었다. “피곤하지 않나?” 그의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며 내가 물었다. 서로의 무릎이 가볍게 스쳤다.

“괜찮네.”

깊게 한 번 숨을 삼켰다. “셜록, 한 번만 더 물어야겠어. 어머니께 이대로 괜찮은가.”

그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확신하지.”

그와 마이크로프트는 모든 계획이 끝날 때까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셜록의 생각은 이대로 모든 일들이 끝날 때까지 그녀가 모르게 하는 편이 덜 잔인하고 덜 고통스런 일이라는 것이었다. 작별의 말 한 마디 건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어째서 덜 잔인한 일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그들은 확고했고, 평소와는 달리 서로 간단히 동의했다. 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버텨보기로 했다. 셜록의 어머니에 대해 특별히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지만,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녀가 평생 날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가 아닌, 그녀는 가지지 못한 그와의 하루를 전부 보내버린 내 존재에 대해. “다른 이들 만큼의 기회는 드려야하지 않겠나.” 내가 말했다.

“작별인사라면 끔찍해 하시는 분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실테고. 그러니 이편이 낫네. 그리고 이건 그녀를 위해서만은 아니야,” 셜록이 털어놓으려 했다. 그의 고개가 조금씩 흔들렸다. 진통제. 그가 내 눈을 바라봤다. “난 할 수 없네, 존. 할 수 없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는 난 할 수 없어.”

충동적으로 난 손을 뻗어 그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긴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과 빈틈없이 맞물렸다. “이해해.” 난 이해했다, 어느 정도. 셜록은 끔찍한 두 가지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었다. 그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시간을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줄 선택지를 고를 권리는 그에게만 있다.

어느새 마이크로프트가 와 있었다. 그를 위해 옆으로 비켜서 있으려 했다. 셜록은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라 부탁했고, 그렇기에 난 다시 의자의 팔걸이 위에 걸터앉았다.

내 점퍼를 끌어당기는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 그 곳엔 그의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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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서는 마이크로프트는 조금 상심한 것 같아 보였다. 셜록이 눈치 챘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전, 그는 형과 포옹을 나누었다. 그런 식의 접촉을 그가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허드슨 부인과는 언제나 포옹을 했다. 그리고 꽤나 자주 날 껴안았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마이크로프트는 그렇지 못했다.

마이크로프트는 현관 앞까지 나를 끌고 갔다. “자넬 내가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가 말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묘하게도, 그런 적은 없지. 자네와 관련된 일엔 말이야. 흐음. 흥미로워.”

내가 위층으로 올라왔을 때, 셜록은 두 발로 서 있었다. 그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였다. “자야할 것 같군,” 그가 말했다.

난 웃었다. “자네에게서 그런 소릴 들어볼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는 작게 미소를 띠웠다. “그 외에 뭐가 있겠나. 할 일이 모두 끝난 사람에게.”

내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모두 끝난.

옷을 갈아입은 그를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 “존, 난…” 그가 말을 멈췄다. 입술이 벌어진 채였지만, 그는 곧 손을 흔들며 말을 끊었다.

“아니, 뭔가?”

그가 한 숨을 내쉬었다. “혼자 있고 싶지 않군.”

난 고개를 끄덕였다. “곧 돌아오겠네,” 그는 두 눈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병의 악화와 약물의 작용이 그가 유지해온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 스스로 얼마나 참아온 것인지,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얼마나 노력한 것인지 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가 견뎌온 것이 무엇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몰라보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고통에 눈물을 토해냈을 것이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그의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 위로 올라가 그의 옆에 누웠다.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가 바짝 옆으로 다가와 내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었다. 잠깐 동안 잠들지 않은 채, 우린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었다. 결국엔 셜록이 먼저 잠에 빠져 들었다. 그의 핼쑥해진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앞으로 스물 네 시간, 그 후로 다시는 이 얼굴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모든 게 생소했다. 공허하고, 비현실적일 만큼 창백해서 그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했다.

잠들 수 없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는 호흡 소리와 함께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가슴을 지켜보았다.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이제 곧 나는 증인이 된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목격자가 된다. 오늘 이후, 날 위해 준비되어 있는 고통의 작고 작은 한 부분이 가슴을 찔렀다. 지금은 세어나가게 둬선 안 되었다. 느껴선 안 되었다. 난 그를 위한 현실이어야 했다. 마지막 남은 이 몇 시간을 위해,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날 위한 감정은 죽여야 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내가 있는지 난 알고 있었다.

세상이 미웠다. 지금의 상황을 있게 한 모든 것들이 미웠다. 운명, 신, 무질서의 세계, 무엇이 그들을 있게 하는가. 그것이 누구건, 무엇이건 그의 궤도 안에 나를 데려다 놓은 모든 것들이 미웠다. 우리를 소개시킨 마이크 스탬포드가 미웠다.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 내게 총알을 박은 그 누군지도 모를 놈이 미웠다. 룸메이트가 필요할 만큼 연금이 적은 영국이라는 나라가 미웠다. 첫 눈에 봐도 마음에 들만큼 매력적이었던, 그 때 거절하며 돌아 나설 수 없었던 이 건물이 미웠다. 그가 미웠다. 완벽하게 나를 빠져버리게 만들었던 그가 미웠다. 꺼지라고 말한 뒤, 평범한 룸메이트를 찾을 수 없게 만든 그가 미웠다.

평범한 룸메이트.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원한다면 가질 수 있었던 걸까. 그럴 수 있었더라면 지금까지 살아온 이 2년의 시간과 어떻게 달랐을까. 누군가 셜록과 함께 보낸 시간을 내게 맞바꾸자고 한다면 난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한들 지금 내 심장이 부서지는 걸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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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그는 이전보다 좋아 보였다. 일시적인 유예, 하지만 적절한 때. 우린 서두르지 않았다. 오늘이었다. 그의 마지막 날.

“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 내가 물었다. 누군가의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을 무얼 하면서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절망적일 정도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 생각들이 날 마비시켜 갔다. 하지만 그만큼 그에게 계획이 있을 거라는 확신 또한 들었다.

그는 옷을 모두 차려입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잠깐 동안, 일상을 느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모든 게 괜찮은 것처럼.

그 모든 게 싫어졌다.

“나가고 싶군,” 그가 말했다.

“나간다고? 어디로?” 또 다시 질투가 솟는 걸 느꼈다. 이 시간은 날 위한 것이라고, 빌어먹을. 대체 어딜 가고자 하는 것일까.

“밖으로. 도시 안으로.”

오. 그거라면 괜찮을 것이다. “런던 투어라도? 특별히 가고 싶은 장소라도 있나?”

“글쎄.” 그는 창가에서 돌아섰다. “내가 진심으로 아꼈던 것은 딱 세 가지뿐이네. 이 시간은 각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걸로 보내고 싶군. 첫 번째는 내 일이었지. 그건 지난밤으로 끝냈고. 두 번째는 이 도시. 그러니 어서 나가자고.”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의심과 불안함. “세 번째는 뭔가?”

그는 날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날 꾸짖는 듯 했다. “존.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난 이미 자네가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하네.”

우린 밖으로 나갔다. 그가 지치지 않도록 택시를 잡아탔다.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했다. 하이드 공원. 서로 아무 말 없이 길을 따라 걸었다. 셜록의 걸음걸이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내 팔을 붙잡아야 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모든 걸 눈에 담았다.

휴식을 위해 강 옆으로 있는 벤치에 앉았다. 난 난간으로 다가가 물 위를 내려다보았다. “이야기 할 텐가?” 마침내 내가 말했다.

“뭐에 관해?”

난 웃었다. 떨리는 조소. 지금 우리 사이에 마치 다른 소재라도 있을 것처럼. “오늘 밤 자네가 죽을 거라는 사실.”

“그게 다 아닌가.”

“아직 많이 남았네! 셜록- 난…난 아직…”

그는 내 소매를 잡아 당겨 날 벤치에 앉혔다. “이미 결정을 내렸어.” 그는 내 두 눈을 바라봤다. “난 한 번도 오래 살 거란 기대 따윈 해 본적 없네, 존. 항상 내 끝은 눈앞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 물론 이런 식이 될 줄은 몰랐지만. 총에 맞거나, 폭탄에 죽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한 편으론 적어도 누군가랑 함께 죽을 줄 알았어.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누군가 말일세. 그 생각에 얽매였던 적 또한 한 번도 없었고. 단지 최근 들어 이 삶을 떠나는 게 조금- 괴로워졌을 뿐.”

“어째서?”

“누군가를 남겨두고 떠날 생각은 없었으니까. 날 그리워해 줄 누군가 말이네.”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보았다. 그 두 눈의 시선은 지독히도 짙었다. “날 그리워 해줄 텐가, 존?”

목구멍이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힘들게 침을 삼켰다. “내 마지막 숨이 다하는 날까지,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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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고요했다. 허드슨 부인을 보기 위해 잠깐 홀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평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셜록과 포옹을 한 후, 그녀는 나 또한 안아주었다.

우리는 위층으로 향했다. 난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창밖으로는 밤이 내려앉았고, 초조해졌다.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또한 계획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는 의자에 앉았다. 난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는 날 올려다보았다. “약을 주겠나, 존?”

심장이 차게 얼어붙고, 내장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지금? 하지만…지금?”

그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기다려야하는 이유라도 있나.”

“이유? 그런 건 모르네, 난 그저-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건가.”

“약을 가져오게. 준비는 끝난 것 같으니.”

감각이 없는 발끝을 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유리컵에 물을 부어 담았다. 알약은 주머니 속에 있었다. 작은 접시 위에 알약을 올려놓고, 거실로 돌아갔다.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손에는 유리컵과 접시가 들려 있었지만, 그에게 건넬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팔을 뻗어 내게서 물 컵과 접시를 가져가, 옆으로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앞으로 몸을 조금 숙인 그는 무릎 앞으로 손을 모아 쥐었다. “아니, 난 죽는 건 두렵지 않네, 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니까. 무엇보다 내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지.” 그는 말을 멈추고, 내가 올려다볼 때까지 기다렸다. “다른 건 상관없어, 단지…” 그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단지 자네가 마음에 걸려. 이 후에 자네가 겪게 될 고통이 무엇이든 난 후회하겠지. 그 본질이 무엇일지 난 장담할 수 없어. 그저 지난 시간 동안 상상해봤을 뿐이네. 지금의 자네와 내 위치가 반대였다면 난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의 얼굴을 기억하려 애썼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 삶은 언제나 자네와 함께일 거라고 생각했었네,” 내가 말했다.

그는 살짝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게 전부였나? 꽤나 소박하군.”

“아니, 내 말은- 무슨 일이 있었든지, 누구를 만났든지, 아니 내가 누구였든, 무엇이었든- 이 자리, 이곳에 있었을 거라는 거네.” 그와 나 사이의 허공을 막연히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면에선, 난 운이 좋았군.”

“좋았다고? 어떻게?”

“지금 내 남은 평생을 자네와 보내고 있지 않나.”

이젠 안 된다.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그의 손이 머리칼 사이로 느껴졌다. 그의 무릎에 이마를 기대었다. 견딜 수 없었다. 끝내 참지 못했다. “자넬 돌보는 게 내 일이었는데,” 눈물의 사이로 말을 이었다. “난 멈출 수가 없어. 고쳐줄 수 없어 미안하네.”

“자넨 최선을 다했어, 존. 오늘 이렇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자네 덕분 아닌가.” 턱 아래로 그의 손이 미끄러지고, 작은 손길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이마 위로 그의 이마가 맞닿았다.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순간 무엇에라도 난 매달려야만 했다. “난 맹세나 고백을 하는 그런 류의 남자는 아니지만,”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것도 필요 없네.”

“좋아. 행동으로 충분했다고 믿도록 하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날 놓아주고, 그는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접시와 물 컵으로 손을 뻗는 그를 보며 난 휴대폰을 꺼내들고 두 개의 문자를 보냈다. 하나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또 하나는 사라에게. 그건 약속이었다. 그가 약을 삼킬 때, 문자를 보낸다. 그들은 한 시간 내로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을 위해서. 사라는 나를 위해서.

셜록은 한 번 더 나와 눈을 마주친 후, 물과 함께 알약을 삼켰다. 확고한 자세로 그는 접시를 내려놓았다.

끝났다. 이제 30분 후면 그는 사라진다.

내가 일어서자, 그의 시선이 쫓아왔다. 그의 손을 붙잡아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이끌고 소파로 가, 구석에 앉았다. 그 또한 내 의도를 이해한 듯, 내 바로 옆으로 앉았다. 난 여전히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천천히, 신중하게 그는 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래도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날 바라봤다. “존…” 그가 먼저 나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두 눈에 떠오른 두려움을 난 볼 수 있었다.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여기 있네, 셜록.”

“어째서 두려운 걸까, 존.” 이렇게 작은 그의 목소리는 들어본 적 없었다.

앞으로의 그 어떤 순간도 지금만큼 중요할 순 없을 것이다. 다시는.

팔 안에 그를 끌어안고, 내 어깨 위에 고개를 기대게 했다. 그는 예상보다 훨씬 더 야위어 있었다. 내 점퍼를 손 안 가득 움켜쥐고, 그는 떨리는 호흡을 내뱉었다. “괜찮네,” 난 속삭였다.

“자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자네를 보내고 싶지 않아.”

우린 낭떠러지 끝을 맴돌았다. 무딘 공포가 나를 삼켰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절망적이었다. 그의 존재 이상을 잃은 후에 나는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그 미래를 난 그려볼 수조차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친구 이상의 관계, 그 관계가 될 수 있었음을 이제 와서 인정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끊어져버린 그 길 위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언제나 희미하기만 했던, 하지만 단 한 번도 손을 내밀어본 적 없었던,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그 무언가를 보게 된다면, 나는 영원히 망가져 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필요로 한다면, 그럼 난 들을 것이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존,” 그가 말했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분명치 못했다. “자네를 봐야겠어.”

조금 몸을 움직여, 정면에서 그와 마주보았다. 그의 눈꺼풀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몸이 떨리고 있었다. “셜록, 날 보게. 아무 생각 말고 그대로 날 바라보는 거네, 알아듣겠나?”

그는 날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지고, 그는 지금 조금 전 내가 했던 것을 하려하고 있었다. 나를 기억하려 하고 있었다. 그가 날 잊지 못할 것이란 걸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잊지 않을테니까.

그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그에게서 긴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이 내 얼굴을 감쌌다. 그를 가까이 끌어안고, 이마를 맞대었다. 그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그가 내게 키스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 부은 것처럼 날 끌어당겼다. 내 옷깃에 닿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나를 응시하는 그의 두 눈은 뜨겁게 타올랐다. “내 눈으로 보는 마지막이 자네였으면 좋겠네.” 호흡이 거칠었다.

그의 시선을 붙들었다. 매초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 위를 베었지만, 참았다. 난 절대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두려웠으니까. 이제 와서야 후회한들 너무 늦어버렸으니까. 그는 몇 번 되지 않는 긴 호흡을 삼키고 몸에 힘을 풀었다. 그의 두 눈이 닫혔다.

그는 지금 잠들어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가까이 끌어당겨, 품 안 가득 감싸 안았다. 그의 얼굴 위로 입술을 맞추었다. 다시, 또 다시. 그를 향해 말을 내뱉고 있는 날 깨달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일지도 몰랐다. 다른 누구도 사랑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맹세. 아니 어쩌면 나를 두고 떠나는 그를 욕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고, 보이지 않았다.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것도 상관없었다. 모두 다 진심이었으니까, 그에게 닿던, 닿지 않던.

몇 분 후, 그가 마지막 숨을 취했다. 내쉬고, 그리고- 적막.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난 그 모든 말들을 다시 입에 담았다. 이번엔 내가 하는 말들이 무엇인지 알았다.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에게 속삭이고 속삭였다.

레스트레이드와 사라가 그 곳에 있었다.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걸까. 우리에게로 기대오는 두 사람의 얼굴은 슬펐다. 사라는 울고 있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장례식장의 남자와 함께 와 있었다. 그를 데려가기 위해. 난 그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사라의 팔이 몸 앞으로 감기고, 마침내 그녀와 레스트레이드가 이제 그만 그를 놓아주라고 날 어르고 달랬다. 볼 수 없었다. 창가로 다가가 섰다. 등 뒤로 사라가 날 껴안았다. 바삭거리는 얇은 천의 소리, 계단 위를 오르는 바퀴의 소리, 들것이 여기저기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들이 막 문 밖을 나서려 했을 때, 난 그들을 멈춰 세웠다.

“잠깐, 잠시만.” 그들을 향해 내뱉은 내 목소리는 충분히 평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는 하얀 시트로 덮여 있었다. 들것 가까이로 다가가, 시트를 거둬냈다.

그저 바라보았다. 어쩌면 뭔가 말할 것이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사라져버렸다. 너무 늦었다. 내가 오늘 잃어버린 남자는 더 이상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들이 그를 데려갔다. 레스트레이드는 날 꽉 껴안았다. 그건 조금 놀라웠지만, 내겐 필요했다. 그가 떠나고, 사라는 마치 내가 이상한 행동이라도 할 것처럼 나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었다.

거실을 가로질러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 반 정도 걸음을 내딛었을 때, 무릎이 천천히 꺾였다.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텅 비어버린 소파 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다가와 내 손을 꽉 감싸 쥐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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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장례식엔 사람들로 붐볐다. 그건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셜록을 칭송했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견딜 수 없어 했다. 하지만 그의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그가 해온 일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그들 전부를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처럼 보였다.

난 슬픔에 빠진 미망인 같은 대우를 받아야했다. 가장 큰 슬픔을 간직한 자. 그건 그의 어머니가 되어야 했겠지만, 사람들은 그 모든 절차가 그녀를 포함해서 전적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날 탓하지 않았다. 마이크로프트가 말하길, 그녀는 작별인사엔 서툴고, 셜록의 일을 어떻게 다뤄야할 지 몰랐을 거라 했다. 그가 말했던 그대로. 그녀는 어느 정도 이해하는 듯 보였다. 나와 포옹한 후, 그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줘서 고맙다고 내게 인사를 건넸다.

추도 연설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내가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명석함과 그의 일에 대한 헌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도왔던 사람들과 정의를 실현해 보인 범죄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날 얼마나 살아 숨 쉬게 만들었는지, 뜨겁게 내려쬐는 햇살 아래로 그의 눈동자가 어떤 식으로 빛났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조문객들에겐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단 하나의 소원을 말하라면 그건 그를 향한 내 감정을 멈추게 해달라는 것이 될 거라는 말 또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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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은 내게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그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분명 룸메이트 같은 건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내 존재가 그에게 있어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닌 여러 필요 수단이었다는 것, 그 중 가장 작은 부분이 재정 관련이었을 것이다. 당분간은 금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원으로부터는 며칠 더 휴가를 받아 놓았다. 그동안, 난 이 방을 손보기로 했다.

하루는 그의 스크랩북 중 하나를 펼쳐 보았다. 범죄와 증거들, 예시들이 가득한 수집책. 거미줄처럼 이어진 그의 손 글씨들이 여기저기 휘갈겨 쓰여 있었다. 책을 손에 쥐고 의자에 앉았다. 읽어가는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들을 읽었다. 그리고 다음 권을 읽고, 또 다음 권을 읽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난 방 안에 있는 그의 모든 것들을 읽었다. 파일링 캐비넷을 가져와 그가 엉망으로 어질러 놓았던 조각 기사들을 하나씩 분류해서 꽂아 놓았다. 몇 초 안에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어째서 그것들이 내게 필요한 것이라는 기분이 들게 되어 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난 할 수 밖에 없었다.

장례식 이후 여섯 주가 지나고, 레스트레이드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특수한 경운데,” 그가 말했다.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어. 잠겨 있는 방에 창문도 없었네.”

“그리고?” 난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올텐가?”

“제가요?”

그가 한 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그 다음이잖나, 존.”

그래서 난 그곳을 향했다. 모두의 시선이 느껴졌다. 옆으로 선 검은 옷의 키 큰 남자가 없는 내 모습은 분명 지독히 낯설어 보일 것이다. 사건 현장으로 들어서기 전,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두 눈을 떴을 때, 그 곳엔 그가 있었다. 나와 함께.

난 관찰하며, 전이라면 볼 수 없었을 것들을 찾아냈다. 그가 찾아냈을 모든 것들을 내가 볼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현장을 나서며 레스트레이드를 돌아보았다. “난 그와 같지 않습니다, 그렉. 도울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만, 그만큼의 금액을 청구할 겁니다.”

그는 씨익 웃어보였다. “언제나처럼, 왓슨 박사.”

다음 번, 난 좀 더 빨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 번, 좀 더 신중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사건 파일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지갑에서 뭘 얻었나.” 그가 내게 물었다.

“전날 밤 체육관에 있었더군.”

“그건 어째서지?” 그는 의심이 많았다. 셜록은 전통적 수사 방식에 대해선 절대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갑, 다이어리, 전화 목록. 너무 뻔하지 않은가.

“여기 카드가 한 뭉치로 쌓여있지 않나. 신용 카드, 멤버십 카드, 직불 카드. 체크카드는 뒤에서 두 번째네. 이 카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쓰는 카드지. 이걸로 볼 때, 그에겐 사용하고 난 카드를 가장 뒤에 밀어 넣는 습관이 있었던 게 분명해. 체육관 멤버십 카드가 가장 뒤에 있었으니, 그가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 이 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 되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크카드의 사용 없이 오랜 시간을 밖에서 보내진 않으니, 그는 아마도 죽기 직전의 밤엔 체육관에 있었을 걸세.”

“흐음. 멋지군.”

난 미소 지었다. “자네가 여기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로군.”

“그 말은 조금 섭섭한데, 존.”

가끔씩은 그가 눈에 비치기도 했다. 두 눈을 감고, 그를 그렸다. “사랑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할 때면 그는 항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섯 달이 지나고, 난 병원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새로운 명함을 만들었다. 존 왓슨, M.D. 자문 탐정.

여전히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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