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by. canarypaper (original link:  here)







"넌 진짜 병신 머저리 쪼다야." 이를 악문 그 사이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임스는 말라버린 목구멍으로 짧게 웃음을 터뜨렸고, 쏟아지는 빗줄기에 세상은 점점 더 깊게 젖어 들어갔다. 산소를 원하는 폐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은 채 마른 기침을 내뱉았고, 검은 피가 입가로 솟구쳤다.

"젠장! 임스!" 아서는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고, 언제나 냉철함으로 치장해 있던 그의 두 눈동자에는 두려움의 빛이 희미하게 스미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임스의 얼굴을 감싸 안아, 살아있음에 느껴지는 온기를 빗물에 빼앗기지 않으려 애썼고, 그의 손은 이럴 때조차도 부드럽고 상냥했다.

"그 손 절대 떼지-" 임스는 말을 끝마치려 했지만, 목구멍 가득 차오르는 덩어리에 거친 기침 소리만이 그 마지막을 채웠고, 입술 사이로 미처 막아세울 사이도 없이 핏물이 줄줄 타고 흘렀다. 아서의 손이 급히 임스의 복부를 꿰뚫은 상처 위로 움직였다.

바로 눈 앞에서 날아온 총알. 상처는 심각했다.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시야가 흔들렸다.

"아니야," 깨질듯 흔들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힘주어 말했다.

"유감이지만 맞는 것 같아, love," 눈을 감고 얼굴 위를 두드리는 빗방울들을 느끼며 임스가 말했다. "웃기지 않아?" 그는 속삭였다. "난 항상 이렇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그 상대가 하필 존나 화난 타겟 녀석일 줄이야."

그 순간, 아서의 어깨 위로 팔이 들여 올려지고, 그는 생각 속에 잠겨있던 의식을 되찾았다. "안 죽어. 병원으로 가면 돼."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비는 폭포수처럼 계속해서 퍼부었다. 끊임없이 고여 흐르는 물줄기 위로 아서의 값비싼 구두가 철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임스는 알고 있었다.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몸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 끝은 이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리 멀지 않았다.

이건 그닥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만큼은 조금 제멋대로 굴어도 되지 않겠어?

"병원은 됐어."

아서는 발걸음을 멈췄고, 임스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려 아서의 날카로운, 의문을 담은 그 눈동자를 마주봤다.

"창고로 가자," 입안 가득 차오른 핏물을 삼켜 넘기며 미소지었다.

아서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단 한번도 임스의 눈을 떠나지 않았다.










"기억에 의한 꿈, 진심이야, 임스?" 아서의 물음에 그의 입술이 장난스런 굴곡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래, 언제나 그가 보여주곤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카지노 안은 시끄러웠고, 그 곳은 담배 연기와 비싼 양주들로 가득차 있었다. 카드들이 뒤섞이는 소리는 긴장된 몸에 편안함을 주었고, 주사위들이 굴러가는 소리는 귓가에 친숙하게 들려왔다.

임스는 깊게 숨을 쉬었다.

"이 곳에서 널 처음 보았었지. 저기 코너에 있는 지저분한 테이블에서." 비싼 시가들이 내뱉는 뿌연 안개를 헤집고 천천히 임스는 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엔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무의식 속에 있는 부잣집 단골 손님들과 도박꾼들 같이 차려입은 프로젝션들이 있었다.

그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게임이었지만, 언제나 임스는 그 게임을 제일 좋아했었다. 아서도 그걸 좋아했던 것이라 생각했지만, 확실하게 결정내리기엔 상처가 생각보다 깊어서 제대로 된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없었다.

임스는 조금 웃었다. "넌 내가 평생을 벌어먹고 살 액수보다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어."

아서는 언제나처럼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조용히 그 테이블 옆으로 걸어갔다. 그의 머리카락은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귀 뒤로 넘어가 있었다. 손목의 커프스 단추가 조명에 금빛으로 반짝였고, 빳빳한 셔츠 깃에는 검은 색의 넥타이가 매여져 있었다.

그는 조금 목이 매었다.

"넌 그 주사위로 속임수를 쓰고 있었다고, 건방진 꼬마," 임스는 웃었고, 곧이어 그의 정장 자켓 주머니에서 포커칩을 꺼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내 칩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속임수를 쓴 건 너였잖아." 아서는 테이블 모서리에 기대어, 반 쯤 차 있는 브랜디 잔을 들어 올렸다. "난 일하는 중이었어."

그리고 그 순간,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지노 안은 흐릿해지고, 조명들은 어두워졌으며, 시끄럽게 울려대던 소음들이 조용해지는 동시에, 그 안을 가득 채웠던 프로젝션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서는 어느 사이엔가 눈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그의 입술은, 아무런 숨김없이 그 떨림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냥 이대로 있어. 주어진 시간이 다할때까지."

아서는, 슬픔과 그리움으로 흔들리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깊이 한 숨을 내쉬며,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의 표정은 다시 평소와 같이 돌아와 있었다. "넌 알고 싶어 했어. 나에 대해서. 내가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  

임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어보였다. "아니, 난 더 많은 걸 알길 원했어, darling."

아서는 정장 주머니에서 주사위를 꺼내어, 마치 게임 도중인 것 처럼 주사위를 굴리려 했다. 그리고 임스는 그의 몸을 감싸안듯 등 뒤에서 팔을 뻗어, 주사위를 움켜쥔 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어 감싸쥐었다.

"그리고 속임수는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었지." 임스가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아서의 귓볼에 닿았다.  

그건 거의 깨닫기 힘들 정도로 미약한 것이었지만, 임스는 아서의 몸 위로 내달리는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넌 빌어먹게 완벽해 보였으니까, 엉망으로 흐트러진 널 보고 싶었어." 아서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속삭였다.

카지노는 또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들은 무너져 내렸고, 바닥은 뒤틀렸다. 어두운 공간을 비추던 조명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들은 점점 더 무디고, 무디어져만 갔다.

아서는 돌아서서, 임스의 허리에 두 팔을 단단히 둘러 안았다. 마치 이 곳에 그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자 하는 것 처럼, 그들 주변으로 아스러져 가는 것들과 같이 그도 함께 사라져 버릴까봐서. 그리고 입술을 미끄러뜨려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미안해." 낮게 젖은 목소리로 아서가 속삭였다. 무엇에 대한 사과의 말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임스는 알고 있었다.

"그건 내 잘못이었어, love." 아서의 입술 끝에 살며시 키스를 남기며 임스가 말했다. "꿈 속이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난.. 난 현실이 꿈과 다르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거야."

그는 부드럽게, 다정하게 입술을 겹쳤다. 그것이 그가 원하는 전부였다. 품에 안겨 있는 아서를 느끼는 것. 지금 이 곳에 함께 있다는 것. 몇 년 동안 계속되었던 일의 수많은 부분들과, 속임수들, 게임들 속에서 이 순간 또한 실재라는 것.

"더 깊이 들어가자." 임스의 두 눈을 바라보며 아서가 말했다. "더 깊게, 그럼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어." 단 몇 일이라고 해도.

아니, 몇 년이라도.

임스는 슬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런 점이 아서를 최고의 포인트맨으로 만들어 놓은 이유였다. 그는 어떤 우연 속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내곤 했다.

"그 말, 할 줄 알았어." 임스는 말했다.

꿈의 바닥이 모두 사라져가고, 그들 사이에 남은 건 멀리서 반짝이는 희미한 작은 빛 뿐이었다. 임스는 아서를 끌어당겨 격렬히 키스했다.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모든 바램들과, 모든 희망들과, 모든 꿈들을 그 안에 쏟아부었다.

"Goodbye, darling." 입술이 맞닿은 그 사이로 임스가 조용히 속삭였다.

아서는 거의 눈치챌 수 없었다. 어느 사이엔가 그의 관자놀이에는 차가운 금속의 끝 부분이 닿아있었다.










창고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들리는 유일한 소리라고는, 콘크리트 바닥을 구르는 주사위의 마찰음 뿐이었다.

바닥 아래로 떨어진 봉제 인형마냥 주저앉아, 아서는 계속 속삭였다.

주사위가 멈췄다.

아서는 주워 들어 다시 한번 굴렸다.

"꿈이야." 그는 중얼거렸다. "꿈이어야만 해."

주사위는 바닥을 굴러 또 다시 멈춰섰다.

그는 숨을 삼켰다.

"꿈이어야만 하는데,"

등 뒤로 차가운 금속의 의자 위에 편안한 듯 누워있는 임스가 보였다. 그의 셔츠는 피로 온통 젖어 있었고, 그의 두 눈은 조용히 감겨져, 그의 입술은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조그만 빨간 주사위는 계속해서 바닥을 굴렀고, 계속해서 멈춰섰다.

"아니야." 아서의 목소리가 텅 비어있는 창고 안을 조용히 울렸다. "아니야, 그럴리 없어.."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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